
'당신은 먼저 세이렌들이 사는 곳에 이를 거예요. 세이렌들은 꽃밭에 앉아 가까이 다가오는 남자들을 홀리지요. 남자들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저 목소리만 듣고 세이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데, 그랬다가는 두 번 다시 아내나 자식을 볼 수도, 고향에 돌아갈 수도 없어요. 세이렌들이 앉아 있는 곳 주위에는 죽은 남자들의 뼈가 잔뜩 쌓여 있지요. 하지만 오디세우스여, 그대가 그곳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드리도록 하지요.'
(중략)
나는 부하들에게 꽃밭의 세이렌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러고는 커다란 밀랍 덩어리를 가져다가 부순 다음 부드러워질 때까지 손으로 주물렀습니다. 그 밀랍 조각으로 부하들의 귀를 막았고, 부하들은 나를 배의 돛대에 묶었습니다. 바람이 가라앉으면서 바다가 잔잔해졌습니다. 마치 어떤 신이 바다를 잠잠하게 한 것 같았습니다. 부하들은 노를 저어 배를 움직였습니다. 소리를 지르면 들릴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자, 세이렌들은 우리를 발견하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리로 오세요, 이리로 오세요, 아, 오디세우스여.' 세이렌들은 노래를 불렀습니다. '배를 멈추고 우리 노래를 들으세요. 여기에 오는 이들은 모두 우리의 입술에서 나오는 꽃처럼 달콤한 목소리를 듣고 기뻐했어요. 모두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 이곳을 떠나갔죠. 우리는 모든 일을 알고 있어요. 그리스군이 트로이전쟁에서 겪었던 고통도 다 알고 있어요. 앞으로 이 땅에 무슨 일이 생길지도 다 알고 있어요. 오디세우스여, 오디세우스여, 우리 꽃밭으로 오세요. 우리가 그대에게 불러드리는 노래를 들으세요.'
나는 세이렌들의 노래를 듣고 싶어 미칠 것 같았습니다. 나는 부하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나를 풀어달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부하들은 오히려 더 꽉 묶고, 허리를 굽혀 노를 계속 힘차게 저었습니다. 마침내 세이렌들의 땅에서 벗어나자, 부하들은 귀에서 밀랍을 빼고 나를 돛대에서 풀어 주었습니다.
<비룡소 클래식, 트로이 전쟁 236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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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염집 남자가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무수히 널린 세이렌의 꽃밭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