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음의 꽃
겐유 소큐 지음, 김춘미 옮김 / 열림원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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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순전히 제목에 이끌려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중음中陰'이라는 낱말이 눈에 띄었다는 이유로 읽게 되었지만 제목으로 말미암아 품게된 기대와는 상당히 다른 글이었다. 솔직히 제목과 짧은 분량만을 보고 사후세계나 윤회, 해탈과 열반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다룬 선문답처럼 난해한 구도소설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막상 읽어보니 어느 스님의 수필과도 같은 담담하고 잔잔한 이야기였던 것이다(너무 거창한 기대였나보다, 아니면 박상륭의 영향이었을지도).

그래도 나름대로 매우 독특하고 인상깊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현역 스님이 예지력이나 신통력, 영매 등 초자연적인 심령현상에 관심을 갖고 그에 대한 소설을 썼다는 점도 특이하거니와, 일본의 불교가 갖는 독특한 위치를 외지인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도 주는 것이다.

기독교든 불교든 토착신앙에 흡수하여 버리는 일본의 놀라운 문화는 개별 종교의 순수성을 중시하는 우리의 것과 비교할 때 흥미로운 대상이다. 세습제라든지 결혼하고 아이도 낳을 수 있는 일본의 승려 역시 마찬가지고(사실 본 소설을 읽기 전부터 알고 있었긴 하지만).

특히 승려답지 않게 초자연적 현상에 관심을 가진 주인공 소쿠도의 지극히 세속적인 일상의 모습은 점차 변해가는 일본 불교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솔직히 함께 수록된 단편 「나팔꽃 소리」가 짧으면서도 짜임새가 있고 강렬하여 더 마음에 든다. 상대적으로 외지인에게는 이쪽이 더 받아들이기 쉬운 글일 것 같다. 일본인에게는 어쩌면 그 반대일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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