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인간
세나 히데아키 / 한뜻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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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이클 크라이튼이나 로빈쿡의 소설을 SF로 분류하는 사람은 얼마 없는 것 같다. 특히 SF 팬들은 두 작가의 대중적인 성공과는 별도로 그들을 SF작가로, 그들의 글을 SF로 분류하는 걸 싫어하는 듯 하다.

그런데 그 이유라는 게 좀 특이해서 박상준의 말을 빌리자면, 그들의 글이 SF에 가깝냐 아니냐보다도 두 사람의 SF문단에서의 활동이 전무하다는 점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아니면 커트 보네것 Jr.처럼 작가 자신이 SF가 아니라고 단정짓든지). 하지만 마이클 크라이튼의 팬이었던 본인에게는, <스피어>나 『안드로메다 스트레인』은 확실히 SF로 보이고 <주라기 공원>과 <타임라인>도 어느정도 SF에 가깝다고 해도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글도 과학적 지식을 기반에 깔고 있지만 과학적 사유가 중심이 아닌 글의 소재로 쓰였을 뿐이라는 점에서 공포소설로 분류된다고 말하기 보다, 공포문학상을 수상했기 때문에 SF가 아니라고 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작가 자신이 SF라는 주장을 펼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장르는 출판사에 의해 규정된다'는 말이 설득력있게 들릴 지경이니까.

본 소설은 우리나라에서는 게임의 원작으로 더 유명하다. 일본에서는 화제를 일으킨 소설이고 그 인기의 여파로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며 주지하다시피 스퀘어(현 스퀘어에닉스)에 의해 2편의 게임으로 제작되었다. 게임은 이야기상으로는 소설 이후의 사건을 그리고 있지만 굳이 속편이라는 생각에 얽매일 필요없이 '미토콘드리아의 각성과 반란'이라는 설정만을 차용한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좋을 것이다.

본작은 <미토콘드리아 이브>라는 제목으로 2권 분책되어 나온 후 판매가 기대에 못미쳤는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제3의 인간>으로 제목을 바꾸고 1권짜리로 재간되었다. 물론 절판된지 오래고 재간의 가능성도 거의 없으니 호기심이 생긴 사람은 가까운 도서관을 이용해주시길. 본인이 애용하는 도서관엔 <미토콘드리아 이브>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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