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The Hanged Girl(목 매단 소녀)


(차임벨 소리)

마경 _ 영화궁 고등학교!

마경,익희 _ (동시에) 방과후 교내방송!

(시그널 음악)

마경 _ 학우 여러분 안녕하세요. 2학년 1반 마경입니다.

익희 _ 안녕하세요. 1학년 3반 오익희입니다.

마경 _ 오늘은 한 주의 시작을 맞이하는 월요일입니다. 이번 주도 열심히 공부하며 밝고 힘차게 지내도록 합시다. ……라고 대본에 써있지만 말이지, 나 지금 졸려 죽겠어.

익희 _ (작은 목소리로) 언니, 생방송 중이에요! 파이팅!

마경 _ 아무래도 월요병인가봐. 오늘 아침에도 너무 늦게 일어나서 지각할 뻔했어.

익희 _ 제가 기숙사 현관에서 기다리다 안 내려오셔서 결국 깨우러 올라갔잖아요.

마경 _ 우리 잇키~의 깨워주는 방법이 안 좋아서 늦게 일어난 거야.

익희 _ 예? 갑자기 제 잘못이 되는 건가요? 덕분에 저도 지각 직전에 겨우 교실에 들어갔는 걸요. 언니가 도통 안 일어나니까…….

마경 _ 그럴 땐 귓가에 대고 ‘얼른 안 일어나면 키스해버릴 거예요 우훗♡’이라고 속삭여줘야지.

익희 _ 그런 창피한 말을 어떻게 해요! 게다가 무슨 만화도 아니고요…….

마경 _ 세상에! 우리의 관계가 고작 이거밖에 안 돼? 우리가 어떤 사이였는데…… 아흐흑 (과장된 울음소리)

익희 _ 언니, 장난은 그만하면 됐으니까 본론으로 가주실래요?

마경 _ 거 봐! 장난이래! 역시 장난이었어! 잇키는 날 그저 갖고 논 거였어! 흐윽흐윽흐윽.

익희 _ (헛기침)

마경 _ 실은 내가 마법에 걸린 날이어서 기운이 없어서 그랬어. 생리통이 좀 심한 편이거든.

익희 _ 갑자기 정색하고 그런 말씀을 하시면 어떡해요! 이거 전교생이 다 듣는다고요!

마경 _ 괜찮아. 여긴 여자밖에 없잖니. 학생도 선생님도 매점 아줌마도 전부 여자들. 그 아마존에 있다는 나라 같지 않니?

익희 _ 그, 글쎄요.

마경 _ 그나저나 내 룸메 공양이 자기만 살겠다고 먼저 가버린 거 아니겠니! 이 배신자! 내가 누구 땜에 방송부 들어와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는데…….

익희 _ 두 분은 참 사이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아하하. (당황을 감추기 위한 어색한 웃음)

마경 _ 오늘 수학시간에 졸다가 선생님한테 들켜서 혼나기도 했지, 아무래도 오늘은 일진이 너무 안 좋아. 방에서 요양을 해야겠어. 방송은 그냥 네가 하렴.

익희 _ 언니. 선배니임! (한숨) 여러분, 선배님은 지금 책상에 엎드려서 진행을 포기하고 계십니다. 아, 지금 고개를 드시네요. ……하품을 하셨습니다. 헤드폰을 벗고, 본격적으로 엎드려 주무실 포즈를 취하고 계시네요.

마경 _ (엎드린 채로) 나 자는 거 중계하는 거니?

익희 _ 아하하, 이거 참 난처하네요. 별 수 없이, 일단 기운을 차리실 때까지 저 혼자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주에는 사건들이 좀 많이 있었어요. 오늘 발행된 영화궁 교내신문이 지금 여기 준비되어 있으니 소개해 드릴게요. 일단 여왕후보 지지도 순위가 나왔습니다. 약 2주간 17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고요, 여러 날에 걸쳐 무기명으로 조사를 해서 동일한 사람이 복수 응답을 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유의해달라고 적혀 있네요. 신문을 갖고 계신 분은 직접 보시는 게 더 빠르겠지만요, 일단 제가 읽어드릴게요. 우선 지지율을 보면,
    빈나련 31.5%
    메이브 23%
    여왕님 11%
    북도정 9.3%
    기타 및 무응답 25.2%

익희 _ 2주 전 순위와 비교하면 빈나련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했고 메이브와 북도정 후보의 지지율이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타나 응답 없음이 늘어난 것이 특징이고요. 그 다음에 1면에 실린 내용이…… 네, 다 아시겠지만, 2학년 원나영 학우가……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죠.

마경 _ 하지만 소문 들었니? 그게 실은 자살이 아니라는 얘기가 있어!

익희 _ 깜짝이야. 언니 깨셨어요?

마경 _ 흥미로운 이야기라서 귀가 쫑긋 섰는 걸. 후후.

익희 _ 그치만 그 얘기는 여기서 하기가 좀 그런데요. 그냥 떠도는 소문 아닌가요?

마경 _ 왜 학교마다 그런 이야기 있잖아. 여고 괴담 같은 거?

익희 _ 네? 무, 무서운 이야기인가요?

마경 _ 어머나, 겁 먹었니?

익희 _ 거, 겁을 먹긴요? 누가!

마경 _ 우리 학교는 7년밖에 안 되어서 별로 괴담 같은 건 없는 줄 알았는데, 근데 있더라고.

익희 _ 저저저정말요?

마경 _ 여기는 사방이 바다잖니? 그래서 바다에 빠져서 행방불명된 아이가 있었는데 어느 날 밤에 몸에서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나타나선……

익희 _ 악! 잠깐만요! 방송실 불이……!

마경 _ 공양, 굿 잡(Good job). 참고로 방금 디렉터 공양이 불을 껐답니다. 평소 똑부러지는 우리 익희양이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니 무척 귀엽네요. (웃음)

익희 _ 아니 언니, 지금 장난치실 때가 아니라고요! 사람이 죽었다는데…….

마경 _ 그래서 말이지, 우리 학교에 실은 옛날에 목을 매고 죽은 학생이 있었대. 근데 그 후로 그 학생의 유령을 봤다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진 거야. 그래서 영혼을 달래준다고 목을 매단 인형을 만들어서 그 방에 걸어 놓고 제사를 지냈더니 그 후로 안 나타나더래. 그 이후로 특활부 선배들이 신입생들 환영식으로 목 매단 인형을 몰래 밤중에 방에 걸어놓고 아침에 일어날 때 깜짝 놀라게 만드는 장난이 유행했대.

익희 _ 왠지 전 처음 듣는 얘기네요.

마경 _ 우리 방송부는 그런 거 안 하니까. 이 참에 해볼까?

익희 _ 전 이미 들었으니까 하나도 안 무서워요!

마경 _ 흐흥. 어떨까나~?

익희 _ 왜, 그, 그런 눈으로 절 보세욧!

마경 _ 으흐흐흐. (음산한 웃음)

익희 _ 다음! 다음 소식! 나이프 사건을 일으켰던 길금윤 학우가 징벌방에서 풀려나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하필 그 자살한 원나영 학우의 룸메이트였다고 하네요.

마경 _ 기숙사로 돌아온 다음날 아침 금윤이 발견을 했다는 거야. 잠에서 깨어 눈을 뜨니 천장에 매달린……

익희 _ 으아아! (기겁을 함)

마경 _ 사실은 내가 말한 소문도 이것 때문에 생긴 거야. 이게 우연인지 어떤지. 우연이라기엔 너무나 뭐랄까…… 이상한 일이지 않니?

익희 _ 확실히 이상하긴 하지만 아직 분명히 밝혀진 건 아무것도 없잖아요. 괜히 이런 데서 섣불리 추측을 했다가 교내로 퍼지면 곤란하니까 더 얘기하지 말기로 해요.

마경 _ 할 수 없지. 아무튼 학우 여러분, 이 일에 대해 아시는 것이 있거나 제보할 것이 있는 분은 언제든지 편지를 보내주세요. 방송실 앞에 있는 우편함에 넣어도 좋고, 학교 인트라넷에 있는 방송부 게시판에 쓰셔도 좋고, 저한테 직접 주셔도 좋습니다. 익명 가능!

익희 _ 직접 와서 주는 건 익명이 아니죠…….

마경 _ 본명이든 익명이든 관계없다는 의미야. (웃음)

익희 _ 언니의 방송이 마경(魔境)이라고 불렸던 이유를 알 것 같네요. (한숨) 그러면 학우들로부터 온 편지를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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