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교차하는 시선들
입학식이 다가올수록 신입생의 하루는 눈코 뜰새 없이 바빠졌다. 이미 입학 예정자들은 모두 학교에 들어와 방을 배정받은 상태였는데, 섬에 오게 되면 첫날은 교장과 교무주임이 주관하는 간담회에 참석하여 간단한 환영인사와 학교생활에 대한 안내를 받는다.
다음날은 아침부터 병원에서 간단한 건강진단을 포함한 신체검사를 받는다. 여기에서 잰 치수에 의해 교복과 체육복, 구두와 운동화와 슬리퍼, 수영복, 평상복, 속옷 등 의류를 지급받고 교과서, 필기구는 물론 칫솔, 타올, 로션 등의 생활용품도 지급받는다. 학기 초에 일괄적으로 지급받는 것은 무료(장학생 이외에는 수업료에 포함된 형태로)이고 이후 필기구를 매점에서 산다든지 하는 경우는 학생수첩에 금액이 전산으로 기록되어 학기가 끝난 후 가정으로 청구서가 보내진다.
일반 고등학교의 열 배가 넘는 수업료 때문에 귀족학교라는 원성도 듣고 있지만 그 대신 학생에 대한 대우와 복지 수준은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기숙사는 2인 1실이고 같은 학년의 학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개별적으로 침대, 옷장, 책걸상이 하나씩 제공된다. 화장실, 냉장고, 시스템 에어컨(주로 대형 건물에 설치하는 냉난방 에어컨으로 한 대의 실외기에 복수의 실내기를 연결하는 방식)이 방마다 하나씩 있는 대신 학생이어서 그런지 TV는 없다.
TV는 층마다 있는 휴게실, 식당과 목욕탕 등에 있으며, 컴퓨터도 휴게실과 컴퓨터실 등에 있으나 내부 인트라넷만 연결되어 있고 인터넷은 연결되어 있지 않다. 공중전화도 없이 모든 전화는 내선으로 연결되어 있다(외부 전화는 교환원을 통해야만 가능하다).
모든 시설이 우수하면서도 통신 쪽에 있어서는 재수학원 수준으로 낙후되어 있는데, 이는 학교를 의도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이사회의 의도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학식 날은 눈 깜박할 사이에 지나갔다. 그동안의 분주함에 대한 보상이라고 되는 듯, 아침에 강당에서 입학식을 치르고, 앞으로 1년동안 지낼 교실에서 담임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공식 일정은 끝이 났다. 시간표 같은 것은 학생수첩에 다운로드 되었기 때문에 받아 적을 필요조차 없었다. 또한 일반 교실보다 더 널찍한 교실의 뒤에는 개인별로 커다란 캐비닛이 지급되어 어지간한 필기구는 들고 다닐 필요도 없었다. 물론 방으로 돌아가서 공부를 하는 착실한 학생들은 갖고 다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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