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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버스터 1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미야베 미유키는 이제 우리나라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베르나르 베르베르, 폴 오스터, 스티븐 킹 등과 같은 위상에 놓아도 될 정도로 그 인기와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흥행의 보증수표로, 묻지마 출판이 허락되는 인기작가라는 것. 특히 일본소설 붐이다 붐이다 하는 가운데에서도 요즘 가장 많이 그리고 빨리번역소개되고 있는 작가이다.
그 중에서 이 드림버스터는 SF매거진에 연재하고 새로 쓴 부분을 추가하여 내고 있는 작품으로 설정부터 내용까지 만화나 게임의 원작에 적합하다는 느낌을 준다. 또한 원판도 그렇고 번역본마저도 표지를 만화풍 일러스트를 쓰고 있어 겉부터 속까지 라이트 노블의 감수성을 갖고 있다.
대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글을 '감히' 라이트 노블에 비유한다고 화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직접 읽어봐도 이 글은 라이트 노블로 볼 수 있다. 『모방범』이 코발트 문고 같다는 평이 가능하다면 이 작품은 충분히 NT노벨이나 X노벨과 같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SF라는 장르가 책에 붙는 자체가 최근까지 (우리나라에서) 그 책에 대한 폄하나 조롱의 의미로 쓰일 수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그리고 장르와 분류가 작품의 질을 결정해선 안 된다는 개인적인 신념에 비춰봐도 이 작품이 NT노벨로 나왔다고 해서 평가가 높아지거나 낮아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 캐릭터가 만화 같고, 특히 젊고 팔팔한 주인공과 떡대에 신중하고 완고한 스승 콤비가 궁합이 맞다. 중간에 개성적인 여성이 하나 더 붙어 '카우보이 비밥' 같기도 하다. 거기에 신나는 액션과 모험이 있고, 사회파 추리소설로 명성을 얻은 작가답게 사회문제도 잘 넣었다(이 부분에 있어선 확실히 보통 라이트 노블보다는 한 수 위라고 해도 좋다). 2권까지 읽어도 아직 이야기의 반도 안 왔다는 느낌이다. 셴은 엄마를 찾을 수 있을지, 셴 엄마가 어떤 잘못으로 범죄자가 되었는지도 궁금하고 폭주사고의 원인이나 셴 아버지의 죽음에도 어떤 비밀이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 글을 SF로 선전하는 건 자제했으면 좋겠다(다행인지 불행인지 출판사에선 그러지 않고 있는 듯 하다). 순수문학과 장르소설이 만났다는 카피도 영 생뚱맞다(어지간한 판타지가 반지나 해리포터를 들먹이는 것과 비슷하다). 만약 일본의 SF를 내고 싶었다면 코마츠 사쿄, 츠츠이 야스타카, 호리 아키라 등 저명한 작가들의 좋은 작품이 산처럼 쌓여
있다. 지금 일본소설의 출간은 (주로 상을 받은 작품을) 시험적으로 내보고 한 작품이 인기를 얻으면 그 작가의 다른 글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업적이고
단발적인 기획에 의하고 있다. 물론 출판업도 영리행위이므로 상업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작품은 완결도 되지 않았고 아직 남은 내용이 상당히 많은 것 같은 장편이다. 아무리 봐도 작가의 인기를 뒤쫓아 서둘러 냈다고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다. 맨 처음 말했듯 묻지마로 나오는 있는 인기작가이니 만큼 어쩔 수 없다지만 2001년에 1권이, 2003년에 2권이 나오고 2006년에 3권이 나왔으며 언제 끝날지 기약도 없고 호흡이 긴 장편을 벌써 내서 어쩌자는 건지. 3권 번역본이 2007년에 나와도 4권을 보려면 2년은 기다려야 한다. 일본에서야 SF매거진 등에서 연재라도 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속절없이 기다리리란 말밖에는 안 된다.
개인적으로는 영미권의 SF/판타지 걸작이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다고 불평해왔으나, 지금의 일본소설 범람에는 솔직히 위기감을 느낀다. 일본은 이러한 장르를 자기식으로 잘 소화했고 이런 부분이 같은 동아시아인 우리와 정서적 문화적으로 흡사한 부분이 많아서, SF/판타지를 잘 안 읽던 사람도 일본의 장르소설은 읽으며, 우리나라 판타지가 유치하다고 말하는 중고생도 NT노벨/X노벨은 사서 읽는다.
일본의 장르소설이 인기라는 말은 곧 우리식으로 재해석된 장르소설에 대한 수요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일본의 것을 읽으면 우리 창작물을 구태여 읽을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 장르 창작가 대부분이 아마추어이고 경력이 짧기 때문에, 일본에서 수많은 경쟁을 뚫고 상을 받거나 인기를 얻은 후 우리나라에 수입된, 이른바 검증받은 작가들과 경쟁해서 이기기란 무척 힘들다. 일본소설은 한국소설의 대체재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문학의 위기니 번역물의 증가니 해도 코웃음만 쳤던 내가 처음으로 위기감을 느낀 이유가 된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으로 글이 삐딱하게 보인다는 점을 인정해야 겠다. 그건 아마 이 글을 읽기 전에 『취미는 독서』를 읽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마음에 들지 않는 분은 일본소설의 인기에 대한 시샘과 질투의 소산이라고 생각해도 상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