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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서점 - 금정연과 김중혁, 두 작가의 서점 기행
프로파간다 편집부 엮음 / 프로파간다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관심있는 '업계 이야기' 는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특히 이 책은 질문자들부터 책 유통에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분들이고 당사자들이 만들고 유통한 책이어서인지 단순한 기획을 넘은 심도 있는 대담집이 된 것 같다. 서점 탐방을 마친 두 작가의 대담이며 일본의 업계 관계자 두 분의 특별 강연이나 개별 서점 대표님들과 서점 준비자의 대담까지, 굉장히 꽉 들어찬 느낌이었다. 한 챕터 한 챕터를 읽을 때마다 생각이 많아져서 쉬어가며 읽었다.
특히 금정연 작가의 드라이하고 통찰력 있는 질문이 인상적이었는데, 마무리 대담에서 금정연 작가가 제기한, 아래 (↓)와 같은 의구심
- ' 책을 정말 좋아해서 자기가 읽고 싶은 책 목록이 쌓이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은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겠죠. 왜냐하면 책이 빠르게 바로바로 들어오니까. 그런 사람들은 독립서점에 잘 안 갈 것 같고 욕구를 못 느낄 것 같아요. 반대로 책을 잘 안 읽는 사람들은 가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참조하겠죠. 그러면 그 중간쯤에 있는 독자들이 작은 서점에 간다는 건데, 문화적인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공간이 될 수는 있어도, 그것이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느냐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습니다 - p.259 -
에 굉장히 공감했다. 동네서점을 일부러 찾을 만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미 알아서 읽고 있으니 다른 사람의 추천이 특별히 필요없는데 (내가 보고 싶으나 읽지 않은 책도 이미 밀려있다!) 작은 서점들은 어찌됐든 한정 선별된 책 중에서 골라 읽어야 한다는 특성이 니즈와 충돌해 버린다.
실제 나 역시 이 책에 소개된 서점을 비롯해서 작은 서점에 가서 책 한 권이라도 팔아드리려는 마음을 먹고 갔지만 이미 내가 봤거나, 보지 않았어도 책에 대한 정보가 있는 책이거나 한 경우가 많아서 도저히 내가 필요해서 살 책이 없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 음료와 굿즈만 팔아드리게 되기도...)
그리고 더 공감 갔던 건, '작은 공간의 압밝'. 이제는 더구나 대부분의 지역에서 동네 가게들이 사라져서, 가게에 들어갔다가 그냥 나오는 게 생각하기 어려운지라 용기를 내기 힘들다는 것. 이 점에 대해 서점 주인분들에게 두 작가가 몇 번이고 물어봐 주고, 대담에서도 언급을 한다.
Q 1.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수줍고 집에서 책 읽는 게 제일 편한데,
그런 사람들을 서점으로 끌어내는 게 일일 것 같다.
Q2.
사지 않고 그냥 나가면 상처받을 것 같다, 한마디로 스미마셍....
라고 크게 두 맥락에서.
그런데 의외로 대부분의 서점 주인들이 내 (와 두 인터뷰어들) 가 넘겨짚어 예상한 바와 다르게 손님이 오면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시선도 두지 않으려 노력하신다고 답했다. (오호!) 또한 동네 서점들이 꼭 단골 커뮤니티화되어있는 그사세가 아니며 그걸 지향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작은 서점들은 꼭 나빼고 주인이랑 친한 사이만 올 것 같고 그렇잖아요...? 나만 그래여...?
덕분에 창밖에서 바라만 보던 작은 서점들을 한 군데씩 가볼 맘이 들어, 길을 나서 봤다. 제일 자리 잡았다는 모 서점부터 가봤는데, 동네 책방 중에선 꽤 규모가 있다는 곳이고 마침 손님이 나말고 두 세 분 더 있었고 음악도 흐르고 있었지만 역시나 익숙하지 않은 뻘쭘함은 있었다 ㅠㅠ 그래도 애써 어색함을 뿌리치며 서가를 찬찬히 둘러봤는데, 나에겐 서가가 예상보다 애매하게 느껴져서 책 한 권 사지 못하고 나왔다.
그래서 앞으론 주제가 특화된 서점들 - 고양이, 문학, 시집.... - 들 먼저 찾아보게 될 것 같다. 독립출판물 위주로 소개하는 서점들은 정말 취향의 뾰족한 어느 점까지 맞추기는 어려웠던 경험이 있다보니 아직도 미루고 미루고.
무튼 서점 SNS를 즐찾하고 팔로하면서 열심히 구경하고, 앞으로 한 곳씩 방문해볼 계획중이다. 이런 마음을 들게 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존재는 성공이다! 단돈 8천원이 미안한, 충분히 훌륭한 책이다. 그러니, 몇 몇 군데의 소소한 오타는 눈 감아 드려야? (양제역이라든지, 되요돼요라든지...) ㅎ
금정연: 책을 정말 좋아해서 자기가 읽고 싶은 책 목록이 쌓이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은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겠죠. 왜냐하면 책이 빠르게 바로바로 들어오니까. 그런 사람들은 독립서점에 잘 안 갈 것 같고 욕구를 못 느낄 것 같아요. 반대로 책을 잘 안 읽는 사람들은 가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참조하겠죠. 그러면 그 중간쯤에 있는 독자들이 작은 서점에 간다는 건데, 문화적인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공간이 될 수는 있어도, 그것이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느냐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습니다 - p.259
이로 : 책이 안 팔리고 있는데 서점 창업이 왜 붐인가? 저는 오히려 딱 맞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보통 저희 같은 특수한 취향을 가진, 서울에 있는 천 명에서 천오백 명이 갈 곳이 마땅치가 않아서 그렇고요. 친구를 만나서 천만 영화를 보러 가고 싶지 않고 카페베네가 가고 싶지 않고 대형 쇼핑몰을 돌면서 쇼핑을 하고 싶지 않은.... 그렇기 때문에 책 자체가 점점 더 비주류로 갈수록 서점은 점점 더 그 비주류만의 피난 공간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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