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좌파 - 김규항 칼럼집
김규항 지음 / 야간비행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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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누가 변태인가. 꼴리면 하고 땅기면 살고 싫어지면 헤어지는 그들이 변태인가, 돈 때문에 하고 계급 때문에 살고 싫어져도 못 헤어지는 우리가 변태인가. 정말이지 누가 더 변태인가.-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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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좌파 - 김규항 칼럼집
김규항 지음 / 야간비행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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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나보다 다섯 살이 적어진 예수라는 청년의 삶을 담은 마가복음을 읽는다.내가 일년에 한번쯤 마음이라도 편해 보자고 청년의 손을 잡고 교회를 찾을 때 청년은 교회 입구에 다다라 내 손을 슬그머니 놓는다. 내가 신도들에 파묻혀 한시간 가량의 공허에 내 영혼을 내맡기고 나오면 그 청년은 교회 담장 밑에 고단한 새처럼 앉아 있다. -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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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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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는 중국의 한 남자가 피를 팔며 살아간 이야기다. 허삼관은 우연한 기회에 피를 팔아 돈을 얻는다. 매혈의 과정은 ‘잇뿌리가 시리도록’ 처절하지만, 동시에 익살있게 그려져 웃음을 자아낸다. 판소리 마당처럼 이어지는 이야기 형식이 인상적인데, 이는 인생사의 희비극적인 모습을 전달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현대소설처럼 플롯에 입각하여 정확히 이어지지 않고, 대화의 표현도 그러하다. 부인 허옥란이 동네사람들로 지칭되는 관객들을 불러모아 이야기하는 것도 우리의 마당놀이를 연상시킨다.  

 허삼관은 평범한 민중이다. 지식인도 아니며 올바른 가치관이나 현명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가부장적인 기존 가치관 때문에 타인을 괴롭히고, 스스로도 고통받는다. 다른 이의 아이를 가진 부인을 부정하게 취급하며 그 아이조차 정신적으로 학대하는 그의 어리석은 모습은 때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작가는 우매한 민중인 허삼관을 통하여 그들에게 이미 체화된 어리석음을 풍자한다. 그러나 작가는 개인의 잘못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과 생명을 우선시하는 인간성을 가진 그들은 악다구니를 써가면서도 어우러져 살아간다. 부인에게 아이를 가지게 한 남자를 살리는 데 아들 일락이를 허락하는 과정에서, 허삼관들의 인성을 엿볼 수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서로에게 악다구니를 써가면서도 어우러져 살아간다.   

 눈 먼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부분에서 냉소와 풍자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어 빛을 발한다. 모 주석의 한마디면 세상은 모든 것이 무조건 바뀌어버리며, 이는 새로운 불합리를 낳는다. 그 모순은 허옥란이 사회와 가정에서 비판당하는 부분에서 절정에 이른다. 체제는 바뀌어도 민중들의 삶은 새로이 어려울 뿐이고, 피를 사는 이 혈두만 이전처럼 핏기가 돈다는 부분은 씁쓸하다. 그러나 민초들의 생존력은 시절이 어려울수록 빛을 발하기도 한다. 감시의 눈을 속이고, 사정에 맞추어 식량과 행동량을 줄이고, 급기야는 매혈을 거듭하며 고군분투하는 허삼관 일가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지만 처연하기 그지없다.

 치명적인 매혈을 거치고도 허삼관 일가는 살아남는다. 그러나 스스로를 위한 마지막 시도는 무산된다. 끝내 짐짓 거드름을 피우는 그의 모습은 우리를 웃음짓게 하지만, 웃음의 뒷끝은 씁쓸하다. 젊은 시절을 어리석음과 고난으로 어렵게 보내고, 두 번 돌아볼 틈 없이 인생은 끝나버린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다만 양심을 지키며 살아가고 애정의 대상을 남기는 것이 사람살이의 희망이자 이유라고 작가는 말하는 듯 하다. 부조리에서 출발하는 세계의 모순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풍자의 길을 택할 수 밖에 없다. 그 씁쓸함을 통해 감동을 전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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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세트 - 전3권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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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우화로 완결된 듯이 보였던 한 편의 이야기가 거듭 전복되면서 확장되고 깊어지는 놀라운 작품. 
 

삶은 잔인하며, 인간은 어린 시절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존재이며, 영원히 결핍된 존재다. 각자의 고독을 짊어지고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몽상과 거짓말- 즉, 예술은 현실의 고통을 망각시키는 듯 하지만 오히려 그 겹겹의 고독만 더욱 인식하게 한다. 인간의 존재론적 고독, 그 처절함에 몸부림치게 되는 것이 바로 단 하나의 진실이다. 그러므로 삶만큼 고통스러운 것이 창작이다. 
 

이렇듯 삶과 예술을 근원적으로 사유하게 하는 메타픽션은 인간, 특히 창작자들을 지독한 열병에 시달리게 한다. 앙상한 모티프들이 이토록 놀라운 상상력으로 인하여  ‘위대한 허구’ 가 되어 인간 존재와 삶, 허구에 대하여 대답 없는 사유를 하게하므로... 
 

경이로움과 질투로 잠 못 이루게 하지만 동시에 이런 작품 단 하나를 꿈꾸게 만드는,  

지독하게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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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를 기르다
윤대녕 지음 / 창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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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 대한 환타지가 흐르던 윤대녕의 이전 소설들을 읽으면 어쩔 수 없이 이맛살이 조금 찌푸려지곤 했다. 그는 오랫동안 나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소설집<제비를 기르다>에서 여성의 마음을 헤아리는 윤대녕을 발견하게 되었다.

게다가 자칫 한 발 삐끗하면 통속으로 갈 수 있을  위험이 있을 법한 줄 위에서 절대 떨어지지는 않는, 매우 매혹적인 줄타기를 하고 있다. 

윤대녕스러움, 작가주의는 더욱 굳건해지면서도 동시에 성숙해졌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되 세상에 대해 눈을 더 크게 떴달까...) 작가는 여러 방면에서 꽤나 오랫동안, 매우 치열한 노력을 한 듯 하다.  독자인 나에게도 그 점이 전달되어, 한 번에 읽어버리기에 아까워서 한 편  한 편 아껴가며 읽었다. 

 그 나름의 방식으로 한국 소설을 계승하는 느낌이 든다. 이전에 한국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느낌을 느끼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소설을 읽느라 잠을 설칠 수도 있다는 짜릿한 즐거움이 너무 오랜만이었다.  오랜만에 이런 소설로 인한 충만함을 준 그에게 굉장한 애틋함이 생겨버렸다 . 적어도 앞으로의 그의 소설은 모두 찾아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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