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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들을래
민지형 지음, 조예강 그림 / 이답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같이 들을래? 라는 제목을 보면서 책을 통해서 무엇을 들려주려는 것일까, 라는 궁금증이 인다. 그렇다고 설렘으로의 궁금증이 아닌 과연 이게 뭘까? 하는 물음표 가득한 호기심이 더 깊은 것이었는데 책을 펼치는 순간, 눈물이 핑 돌기도 하고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그 어디에도 흘러나오는 노래도 없었음에도 가슴이 따스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울림을 전해주기에, 발목만 담그려 들어갔던 물가에 어느 새 첨벙 빠져들어 물장구를 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었다. 나는 늘 그녀가 그 말로 나를 할퀴려고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게 방어적으로 자신이 상처받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공연히 손톱을 세우는 신호 같은 것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이제야 들었다. 내가 지겨워할 만큼 여러 번 그녀가 그 말을 끝내 입 밖으로 꺼내는 동안 그녀가 받았을 크고 작은 상처들을 생각하니 아득했다. –본문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전철 안에서 울컥하는 눈물을 몇 번이나 참았는지 모른다. 그렇게 슬프지도, 아프지도 않은 누구에게나 있었을 법한 지나간 그 시절의 이야기에 대해서 담담하게 그리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는 풋풋한 20대의 모습을 안고 있기도 하거니와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보았을 이별을 그려내고 있기에 그 때의 내 모습이 떠올랐던 것 같다. 졸업 마지막 시즌을 남기고서 마주한 헤어진 두 연인은 졸업 이수를 위한 1학점을 위해 함께 왈츠를 추고 있으며 그 수업 기간 내내 그들의 이야기는 오버랩 되어 전해지고 그 이야기들은 언젠가의 내가 지나왔던 모습 같기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뭉클해지기도 했다. 그는 옷매무새를 다시 하고, 괜히 목청을 몇 번 가다듬는다. 그리고 천천히, 신중한 발걸음으로 계딴을 하나씩 올라간다. 무슨 말을 할까.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갈 수 있을까. 그는 오랜만에 자신의 심장 박동을 느낀다. (중략) 그리고 드디어, 그가 그녀의 앞에 선다. -본문 영화 노팅힐의 한 장면과 같은 모습이 이 안에서도 다시금 펼쳐지게 된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낯선 곳에서 누군가를 계속 마주하게 되는 인연의 끝을 보면서 그들의 새로운 시작이 어떻게 이어져 나갈지,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없지만 그것만으로도 풍성한 이야기가 되어 따스하게 전해진다. 처음에는 과연 책으로 무엇을 들려주려는 것일까, 라고 생각했는데 읽는 내내 그저 마음이 따스해지며 조금씩 차오르는 느낌이다. 편안하게 무언가 헛헛할때 내 가슴이 여전히 뛰고 있다는 것을 알려줄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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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속에 종이 울린다 / 최돈선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