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열린책들 세계문학 229
알베르 카뮈 지음, 최윤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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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14세기 유럽에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인 페스트에 대해서 들어 보기는 했지만 실제 그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두려운 것이었는지 그저 당시에 남겨진 문헌들을 통해서만 가늠해볼 뿐이었다. 그 당시의 고통이 얼마만큼이었는지, 얼마나 두려운 것이었는지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지만 끔찍했을 것이라 미뤄 짐작만 하고 있던 나에게 있어 대한민국에 퍼져나가는 메르스의 여파는 유럽의 당시 퍼져 나갔단 흑사병에 대한 두려움이 현재 우리가 느끼고 있는 두려움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상념의 깊이는 당시의 유럽인들이 훨씬 깊었을 테지만 말이다 

이름만으로도 왠지 모를 꺼름칙한 페스트와 현재 우리에게 들이닥친 메르스는 어찌 보면 그 안에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동일하지 않을까. 1940년대와 2015년대에 퍼지고 있는 페스트와 메르스라는 질병이 드리운 그 막막한 세상에 대해서 카뮈의 담백한 문체로 이 어둠의 세계를 바라보게 된다.

 페스트에 감염된 도시 안으로 바깥세상이 들여보내는 격려와 응원을 라디오에서 듣거나 혹은 신문에서 읽을 때마다 의사 리유의 생각은 적어도 그랬다. 비행기나 육로를 통해서 보내진 구호품들은 물론이고 동정이나 찬양 일색의 논평들이 이제는 외따로 버려진 도시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럴 때마다 영웅적 무훈담이나 수상식 연설과도 같은 어투에 의사 리유는 참을 수가 없었다. 물론 그런 마음 씀씀이가 거짓이 아님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직 인간이 자신과 전 인류를 연결하는 그 무엇을 표현하고자 할 때 쓰는 상투적인 언어의 범위 안에서만 표현될 수 있을 뿐이었다. -본문

 그야말로 평온했던 항구 도시인 오랑에 쥐들의 사체가 점점 쌓여가고 그것으로 이 오랑의 한가로움은 두려움과 공포로 변모되게 된다. 처음에는 쥐가 죽는다, 라는 사실에 별다른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일은 그저 큰일이 아니니 그저 안심하라고 시 당국은 말하며 태평하게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의사인 리유의 진료실이 있는 건물의 수위가 사망하게 되면서 페스트를 사람들의 앞에서 그 진 면목을 드러내며 죽음이라는 공포는 인간에게 전해주고 있다.

 단 한 사람이었던 환자가 어느 새 수십, 수백 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처음에는 별 다른 문제가 아닐 것이라 믿었던 사람들도 그들의 눈 앞에 펼쳐진 믿을 수 없는 광견을 보며 이것이 심상치 않은 병마의 전조이며 이렇게 되다가는 우리 모두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게 되며 사람들은 점차 그 내면의 공포를 밖으로 끄집어 내어 드러내게 된다.

 사태의 심각성이 가중되게 되면서 오랑시는 도시를 폐쇄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리하여 오랑시라는 이 곳에 강제 강금 되어 버린 이들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그 안의 다양한 인간의 군상을 만날 수 있다.

파늘루 신부에게 있어서 이 페스트라는 질병은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는 인간에게 드리운 단죄와 같은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또 다른 이들에게는 페스트가 창궐 함에 따라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수 많은 이들은 일단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만 빠져있게 되고 그렇기에 그 동안 인간이 만들어 놓은 사회의 규범의 틀, 도덕이나 법 등에 대해서는 바라보지도 않게 되었으며 이 틈을 이용해 코타르는 자신의 과거가 페스트에 묻히는 현재가 그저 만족스러울 뿐이다. 종교와 인간의 감정을 넘어 이성적으로 이 현상을 바라보는 이가 의사인 리유인데 그는 그 스스로 인간을 구원할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인지하고 있었고 그저 이 모든 것들을 이겨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잠시 방심한 사이에 다른 사람 낯짝에 대고 숨을 내뱉어서 그자에게 병균이 들러붙도록 만들지 않으려면 늘 자기 자신을 제대로 단속해야 한다는 겁니다. (중략) 존경 받을 만한 사람 즉 어느 누구에게도 거의 병균을 옮기지 않는 사람이란 되도록 마음이 해이해지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런데 마음이 결코 해이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그만한 의지와 긴장이 필요하단 말이죠. 그래요, 페스트 환자가 된다는 건 정말 지긋지긋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으려는 것은 한층 더 골치 아픈 일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자신의 피곤한 모습을 기꺼이 드러내 보이는데, 그 이유야 오늘날 모두들 조금씩은 페스트 환자니까요.

 페스트에 대하는 수 많은 이들의 군상을 넘어 시 당국이 보여주는 대안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메르스가 퍼져나갔을 때 정부가 보여주는 행태와 비슷한 모습이라 입안에 씁쓸함이 맴돌게 된다. 그리고 그 안일함 속에 퍼져나가는 불신과 두려움이 광기로 변모해 나가는 모습과 또 그와 반대로 이 세상과는 무관하듯 그들만의 유희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과연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해 바라보게 된다. 이 막막함이 가득한 사회 속에서도 그럼에도 카뮈는 이 삶의 이유를 전해주고 있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인 듯 말이다.

 한 편의 소설로 시작하여 현재의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게 하는, 덮어버리고 싶지만 덮이지 않는 우리를 마주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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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정유정

 

 

 

독서 기간 : 2015.06.16~06.2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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