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신의 모습이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해온 것이라면 이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하자고 말했다> 안에서 만날 수 있는 신의 모습은 표지에 자리하고 있는 광대 옷을 입을, 평범하다 못해 과연 이 사람이 신이란 말인가?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의 모습을 하고서는 눈 앞에 드리우게 된다.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심리 치료사인 야콥 야코비는 그의 직업이 무색하리만큼 인생의 최대 난제 앞에 서 있다. 아내와의 이혼 후 안 그래도 썰렁하다 못해 암전과 같은 그의 사무실 임대료는 점점 밀리고만 있고 유일한 고객인 전 부인 엘렌의 상담 도중 현재 그녀와 함께하고 있는 아르민으로부터 급작스런 공격을 받는 바람에 야콥은 병원 신세를 지게 된다. 여기서 더 어떻게 최악의 상황이 만들어지겠어, 라는 생각에 빠져있을 그에게 어릿광대의 분장을 한 한 남자가 다가온다. 아벨 바우만이라는 이 남자는 야콥에게 자신이 ‘신’이라고 소개를 하며 고민 상담을 요청하고 있다. 신의 고민 상담이라니. 만약 그 누군가가 고민 상담을 해오며 ‘사실 저는 신입니다.’ 라고 이야기 한다면 그 말을 믿어줄 이가 누가 있을까. 우리가 생각하는 신은 모든 것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무한한 힘을 가진 이기에 그러한 신이 인간에게 손을 내민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어찌되었건 더 이상 심리치료사가 아닌 인생의 다른 길을 모색하려 하던 찰나, 아벨의 끈질긴 구애에 야콥은 그의 상담을 시작하게 된다. <그것도 아니오. 물론 몇 가지 발명한 게 있긴 하지만 천재적인 건 없소> <아하! 그런데도 어떻게 신의 비밀스러운 계획을 아는 거죠? 혹시 당신이 신이라도 되나요?> 바우만은 눈에 띄게 움찔하더니 크게 웃음을 터뜨린다. <정말 대단해!> 그는 이렇게 외치고는 마치 발작처럼 몸을 흔들며 다시 웃기 시작한다. 너무 웃어서 뺨 위로 눈물까지 흘러내린다. <제대로 맞혔소, 야코비 박사. 내가 바로 신이오> 나는 놀라 멈칫한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까? 이 인간의 망상일까, 아니면 내 유머에 대한 화답일까? -본문 그렇게 신의 존재를 서서히 입증하는 아벨을 보면서 다시금 그가 왜 야콥을 찾아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들에게서 점점 잊혀가고 신 자체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지금, 그 안에 있는 힘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에 이대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고민에 빠진 것처럼 인간 역시 내가 없는 세상은 어떠한 모습일까, 라는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문제들의 근원은 세상에 내가 있기에 품을 수 있는 고민이 아닐까. 신과 인간이 품고 있는 그들의 고민을 따라 가다 보면 유쾌하면서도 그 안의 의미를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전체서평보기 : http://blog.yes24.com/document/80468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