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칵테일 강석기의 과학카페 4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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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과학에 대한 이야기들은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안에 들어서기에는 알고 있는 것이 없기에 마냥 어렵지 않을까, 하는 고심만 하다가 돌아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기에 어디선가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오긴 했지만 그것이 과연 사실인지 모른채 그저 카더라 뉴스가 맞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보냈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점심을 먹고서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는 것이 회사 생활의 낙이 된 요즘에도 커피를 마시면서 이 커피를 마시고 나면 그 만큼 물을 더 많이 마셔야 한다던데,라는 이야기에 시원한 커피를 마시면서도 즐겁게 마시지 못하곤 했다. 화장을 제대로 하지도,그렇다고 관리를 잘 하는 것도 아니기에 피부에 대한 최소한 할 수 있는 것은 하자, 라는 생각으로 하루 2리터의 물을 마셔보자, 라고도 다짐해 보지만 늘 1리터의 물만 겨우 마시는 것은 물론 거기에 커피 한잔을 마시는 것이 일상이었기에 피부를 건조하게 만든다는 커피를 마시면서 왠지 모를 씁쓸함이 맴도는 것도 있었으나, 이 책을 통해 마주한 사실은 커피가 피부의 적이 아니라는 기쁜 소식이었다.

 

 오줌의 양이나 몸 수분의 양 변화 등 거의 모든 지표에서 두 실험의 차이는 없었다. 즉 하루 커피 두세 잔은 우리 몸의 수분 밸런스 유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것. 다만 오줌에 포함된 나트륨 이온의 양은 커피를 마셨을 때가 10% 정도 더 높았다. 그럼에도 배출된 오줌의 양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인체의 수분 밸런스는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유지되므로 이 정도는 다른 쪽에서 충분히 상쇄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본문

 

 심지어 커피의 탈수에 관한 논문은 지금까지 2편뿐이며 이 논문에 실험에 사용된 실험은 하루의 커피 5잔 이상 마실 경우에 대한 것을 기반으로 한 실험이기에 과도한 카페인의 섭취가 아닌 이상 하루 한 두 잔의 커피는 피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그 동안에 익히 들어왔던 이야기가 옳은 것만은 아니었구나, 라는 것에서 허탈하면서도 한편으론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나 학창시절 생물시간에 배웠던 혀에서 느낄 수 잇는 네가지 맛의 영역에 대한 그림이 사실은 혀의 위치에 따라 다른 맛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 비해서 민감도가 조금 더 높다는 사실을 그려 놓은 것인데 마치 이것이 혀의 영역에 따라서 맛을 느낀다는 것으로 잘못 오도된 것이라고 한다. 1901년에 발표한 이 논문의 이야기가 잘못 받아들여짐에 따라 1974년 혀의 맛을 느끼는 것이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는 실험이 다시 이어지지만 이전에 굳어진 믿음을 깨기는 어려웠다는 것에서 뿐만 아니라 그것이 10여년 전의 나의 학창시절의 수업시간까지 이어져왔구나, 라는 것에서 얼마나 우리의 생활 속에 과학이란 이름의 맹목적인 믿음으로 전해지고 있는지에 대한 실체를 바라보게 한다.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교복을 입은 아이들의 키가 유독 눈에 띄게 된다. 학창시절만 해도 작은 키가 아닌 평이한 키였던 내가 지금의 아이들 틈에 있으면 작은 편에 속하게 될 만큼 10여년 사이에 키가 훌쩍 큰 것처럼 보이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 익히 들어왔듯이 영양 상태가 이전보다 개선되었기 때문으로 알고 있었는데 실은 그 이외의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중국의 경우 2005 6살 남아의 평균키는 한 세대 전인 1975년 보다 6.5센티미터나 더 커졌다고 한다. 여아의 경우도 6.2센티미터 더 커졌다. 평균이 표준편차만큼 이동한 셈이니 엄청난 변화다.
 
블레이저 교수가 이런 변화의 원인으로 항생제를 지목하는 건 이런 현상이 축산업계에서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즉 항생제가 개발된 뒤 농민들은 전염병을 예방할 목적으로 가축이나 가금의 사료에 항생제를 소량 섞었는데 뜻밖에도 동물들이 빨리 자라는 현상을 발견한 것, 한 메타 분석 결과를 보면 돼지를 키울 때 항생제를 먹이면 그렇지 않을 경우보다 체중이 평균 16.4% 더 나가고 사료 효율도 6.9% 더 높았다. -본문

 

 그러니까 요즘 아이들이 이전 세대보다 키가 큰 것이 영양 상태의 개선도 있지만 그 기반에는 항생제의 영향이 장내 미생물의 생태를 변화시킴에 따라서 숙주의 생리 반응을 조절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일 수 있다는 것에서 과연 이 현상이 좋다고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가져보게 된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한지 이미 40여년 전에 발견했다는 것에서부터 후성유전학에 따르면 모든 것이 부모에게부터 물려받은 DNA가 아닌 현재의 나에서부터 새로이 변화된 형태가 후대에 물려줄 수 있다는 이야기 등, 이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내용에서부터 바나나 껍질을 밟으면 왜 미끄러운지에 대한 재미있는 실험에 대한 이야기들도 다양하게 담겨 있다.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즐겁게 접하면서 하나씩 배워갈 수 있다는 것에서 과학에 대한 부담감은 어느 새 사라져 버리게 된다. 과학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볼만한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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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취하다 과학에 취하다 / 강석기저


 

 

 

독서 기간 : 2015.05.05~05.07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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