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 새벽의 주검
디온 메이어 지음, 강주헌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그야말로 문제아처럼 살아오던 자토펙 판 헤이르던에게 켐프의 소개로 사설탐정으로 사건을 맡을 기회가 찾아온다. 주먹다툼으로 철장에 있는 그에게 무슨 사건이람, 이란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는 전직 형사이자 학자로서 꽤나 유능한 인재였으며 촉망 받는 미래를 거머쥐고 있던 사내였다. 현재는 자신의 분노도 주체하지 못하고 이래저래 휘둘리고 있는 신세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 그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교차되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유능하던 그가 어찌하여 지금의 터덜터덜한 현재가 되었는지에 대한 과거로부터의 회귀와 호프 베네커와 함께 풀어가야 할 사건을 쫓아가는 7일간의 여정 속에서 보여지는 이야기를 쫓아가다 보면, 그의 삶이 어떻게 그를 지금 이곳으로 이끌고 왔는지에 대한 보고와 함께 도무지 풀리지 않을 것만 같은 사건이 점점 퍼져나가며 광활한 비밀을 안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게 되면서 소설은 점점 깊은 심연 속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이게 된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요하네스 야코뷔스 스미트. 대체 이놈은 무슨 거짓말을 한 것일까? 어떤 속임수를 썼던 것일까?
판 헤이르던은 금고에서 발견된 종잇조각, 즉 달러를 쌌던 포장지 한 조각을 근거로 지나친 비약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지나친 비약이었다. 하지만 왜 그는 그런 금고를 지었을까? 그가 정상적인 시민, 법을 준수하는 시민이었다면, 총이나 보석을 보관하는 작은 금고를 살 수도 있었을 텐데. 법을 준수하는 시민들은 번거롭게 가짜 신분증을 만들지 않았다. 스미트라는 가짜 이름을 사용한 사람은 많은 것을 감추어야 했던 놈이 분명했다. 대체 놈의 진짜 신분은 무엇이었을까? 그 빌어먹을 금고에는 뭐가 있었을까? –본문

살인 사건의 현장에서 발견되었던 일말의 증거는 표면상으로는 그저 금고를 노린 살인사건이라 보여주고 있지만 실상 그 안을 파헤쳐갈수록 점점 사건을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오랜 시간 동안 이 마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이웃들과 교류조차 없었던 얀 스미트는 망자와 11년 동안 동거를 했던 요한나 판 아스의 요청대로 금고 안에 담겨 있던 유언장을 찾아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어 수사를 벌이게 되지만 이 난항을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도무지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의 동거인이었던 요한나 판 아스의 소행이 아닐까, 부터 시작된 수사는 야코뷔스 스미트를 찾아가면 갈수록 그가 예사 인물이 아니었음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평범한 고가구 운반을 하는 듯 했지만 남아프리카에의 커다란 금고 속에 있었을 법한 달러의 흔적.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여 살고 있던 야코뷔스. 면식범의 소행이 높은 것으로 보이며 주로 미군이 사용한다는 M16까지. 대체 이 자가 안고 있었던 삶의 무게는 무엇이었을까. 판 헤이르던이 진짜 야코뷔스 스미트를 찾기 위해 호프의 고객이었던 카라 안 루소의 도움을 받아 스미트 사건과 그의 사진을 신문에 개제하게 되고 사건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나는 마르네비크 사건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내가 모든 것을 또렷이 기억할 수 있었다는 것은, 베이비 마르네비크가 내 목을 에워싼 심리적 장애였고, 내 심리 세계에 자리 잡고 보이지 않게 온몸에 독소를 퍼뜨린 악성종양이었다는 뜻이다. 이런 심리적 장에 때문에 내가 나 자신에게 충실하지 못했던 것일까, 아니면 그 장애는 작은 원인에 불과했던 것일까? 마르네비크 사건은 내 삶의 다른 부분에도 악영향을 미쳤을까? 나는 모든 것을 곰곰

 거침없이 자신의 욕망을 판 헤이르던 앞에서 보여주는 카라 안의 모습과 함께 헤이르던이 걸어온 지난날의 모습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의 인생을 좌지우지했던 2명의 여인을 중점적으로 바라보자면 먼저 어머니의 친구이자 유명한 시인이었던 베이비 마르네비크는 그에게 육체적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준 장본인이었다. 한창 끓어오르던 10대의 그에게 깊은 사랑을 알려준 그녀가 무참히 살해당한 것은 그로 하여금 이 사건을 어떻게든 풀어나가야 한다는 죄책감과 같은 무게를 안고 있던 그가 범죄심리학 박사로서 성장해 나가는 것은 어찌 보면 그가 세상을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심연에 남아있던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한 집념은 한 성범자자의 차 안에서 발견된 접착테이프를 바라보고서는 그가 연쇄 살인범일 것이라는 단초를 찾아가게 되고 그렇게 베이비 마르네비크를 포함한 여성들을 무참히 살해한 심멜이란 인물을 밝혀냄으로서 학계에서 신명 받는 연구자로 주목을 받게 된다.

판 헤이르던이 그 당시의 여자친구였던 벤디의 바람대로 교수로서 계속 그의 업적을 이어나갔더라면 지금쯤 평범한 가장으로서 오늘을 살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빌리 시얼 경감은 그를 형사라는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고 있었으며 그 곳에서 그는 나헬과 노니 나헬을 만나게 되면서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시간을 보내게 된다.

 다시 사건으로 돌아와 야퀴보스 스미트라는 인물이 실은 루퍼트 데 야허르였다는 것과 그가 1976년 이미 망자가 되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 되었다는 것을 그의 어머니인 루퍼트 데 야허르를 통해 발견하게 되면서 이 사건이 거대한 장막 속에 드러낸 일부의 무엇이라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그저 한 남자의 죽음이라고 생각하기에는 CIA부터 시작하여 군정보국과 살인강도부의 알력까지, 너무나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고 판 헤이르던은 이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공권력의 힘이 아닌 어둠의 통로를 통해서 이 문제를 즉시해야 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파악하고서는 오를란도 아렌세를 찾아가 이 문제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스페클이 말했습니다. ‘난 누가 우리 비밀을 발설할지 알고 싶어. 부시와 나는 어느 편에 서야 하는지 결정했어. 포라와 루퍼트가 어느 편에 섰는지도 알고 있고.’ 그러자 부시가 소총을 헤리와 클린턴, 레드와 코스에게 겨누었습니다. ‘너희도 어떤 생각인지 분명히 밝혀야 할 거야!’ 스페클은 이렇게 말하고 다코타에 올라탔습니다. 잠시 후 총성이 울렸습니다. 조종사였습니다. 스페클이 조종사를 쏘아 죽였습니다.
 
언젠가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는지 누군가 나한테 심리학적으로 설명을 해줘야 할 겁니다. 우리는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습니다. 나흘 동안 거의 잠을 자지 못했고 극도로 불안했습니다. –본문

30여 년 전의 한 순간의 판단이 이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의 인생을 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어 버렸다. 그때도 수 많은 사람들이 죽었으며 그 비밀을 안고 살아가던 이들 역시도 살아도 살아가는 것이 아닌, 늘 어디선가 감시 받으며 살아야 했다. 뿐만 아니라 루퍼트 데 야허르를 파헤쳐가고 있는 판 헤이르던과 호프, 그의 어머니와 야허르의 어머니까지도 또 다시 모두 죽음과 마주해야만 했는데 이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가면서 드러나는 비밀의 장막은 서서히 악의 장막을 드러내고 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말하는 이 이야기의 시작과 결말을 보노라면 눈앞에 펼쳐지는 수 많은 죽음의 단상도 단상이지만 그 뒤에 이 모든 것들을 벌이고 있는 인간의 악랄함에 송연해진다. 착오가 불러일으켰던 사건을 덮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의 피로 물들여야 했던 그 순간은 그 시간을 함께 했던 이들로 하여금 평생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를 스스로 묶게 만들었으며 판 헤이르던 역시 자신 안에 숨겨져 있던 악마와 같은 모습을 바라본 적이 있었기에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마지막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 그의 손에 들린 달러와 이 이야기의 굴레가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의 목을 조이는 일이 되지를 않기를, 그의 곁에 있는 호프와 함께 잔잔하지만 희망이 있는 내일을 지내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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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테우스 / 디온 메이어저


 

 

독서 기간 : 2015.03.02~03.06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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