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5.3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직장인들에게 3월이란 별다를 것 없는 새로운 달의 시작이겠지만, 어엿한 봄의 계절이자 학생에게는 긴 방학을 끝내고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는 계절이기에, 3월은 이미 시작된 새해의 3번째 달임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으로 전해진다. 얼어붙었던 마음도 녹아 들게 해 새록새록하게 만드는 3월을 기다리며 샘터의 이야기로 그날이 어서 오기를 기다리며 페이지를 넘겨 본다.

난 죽음이란 게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난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오랫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오랫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쁠까? 누군 이렇게 말하면 붇지. 죽으면 그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고 어떻게 확신하냐? 그럼 난 되물어봐. 그럼 당신은 못 만날 것이라고 어떻게 증명할 수 있냐고.” –본문

 오랜 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를 만나러 가는 그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볍기 마련이다. 그것이 개학이든, 개강이든, 죽음을 통해서 또 다른 세계에서의 마주함이든. 자칫 긴 겨울의 여정 속에 축 늘어져버렸을 우리에게 이 샘터는 파릇파릇한 기운으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그 발걸음처럼,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달에 만난 사람은 울산대 최정호 교수님이였다. 60여년 동안 모아온 200여통의 편지를 책으로 남기려 하는 그의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그때는 미처 몰랐던 한 통 한 통의 정성스런 마음이 담긴 편지를 어느 새 잊어버린 내가 한탄스러울 뿐이다. 한 장의 서신은 그저 편지가 아닌 학자에게 있어서는 학문을 넓히는 견문이 되었으며, 상소는 조선 시대에 있어서 나라를 지탱하게 하는 힘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신약서에도 대부분 서신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하니.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이미 편지는 그 힘을 조용히 발휘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지 만드는 법이 일본에 건너가 화지가 됐어요. 수백 년 된 시스티나 성당의 벽화 천지창조의 찌든 때를 어떻게 벗겨내는 줄 아세요? 물에 적신 한지입니다. 한지가 묵은 때를 빨아들이는 겁니다. 일본이 이걸 활용해 벽화를 청소하니까 너도나도 화지를 필요로 하고 일본 화지 공장만 들어서는 겁니다. 답답한 마음 아시겠죠?” 사라져 가는 우리의 편지 문화와 소멸해 가는 한지에 대해 가슴 깊이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본문

 그럼에도 손으로 한 자 한 자 눌러쓰던 편지는 이제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다. 빠르고 편리한SNS의 대중화로 인해서 더 빠르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상대에게 확인 받고 싶어하는 요즘의 세태를 반영하면 편지는 구태여 필요치 않는 것으로 전락해 버리기 십상인데, 그런 와중에60여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담은 편지들이 발간된다는 것은 현재의 세태에 일침을 가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클럽의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아닌, 전주의 시끌벅적한 시장의 밤을 거닐며 입맛을 다시게 하는 음식들을 하나 둘 쥐고 있는 이야기들을 넘어 한때는 컴퓨터도 다를 줄 몰랐던 한 아이가 점차 성장을 해 나가는 모습을 그린 이야기는 또 싱긋 웃음이 나게 한다. 따스한 바람이 불어올 3월의 그 날의 기다리며 훈훈한 샘터의 이야기가 더욱 깊어지길 바라본다 

  

아르's 추천목록

 

월간 샘터 2월호 /  샘터 편집부저


  

 

독서 기간 : 2015.01.28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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