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의 어느 날. 베를린 공원 한복판에서 히틀러가 눈을 뜨게 된다. 히틀러. 그래, 우리가 알고 있는 끔찍한 홀로코스트를 자행했던 그 아돌프 히틀러가 세상에 다시 태어난 것이다.
2011년도의 그는 독일제국의 총통도 아니고 그의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는 그저 한 사람으로 다시 눈뜨게 되었지만 그의 머리 속에는 그가 살았던 당시의 생각들은 변하지 않은 채 오롯이 간직하고 있었기에 60여년 만에 눈을 뜬 그는 현재의 독일이 안타깝게만 보인다. 독일 제국이었던 그들은 전쟁에 패하게 되면서 영토 역시 이전보다도 줄게 되었고 연방공화국의 이름으로 지내고 있는 지금 현재의 총리는 여자로서 너무도 유약하게만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민족주의의 힘으로 독일인들을 하나로 만들었던 그때를 기억하며 세상을 호령했던 당시로 돌아가기를 염원하며 히틀러는 21세기 안에서 전과 같은 동일한 목소리로 자신의 주장을 펼쳐나가고 있다.
놀랄 일이 아니었다. 영국이 예나 지금이나 항로를 봉쇄했을 테고 이 문제에 대해 난 충분히 알고 있다. 내가 없는 동안 새로운 제국의 지도부에선 해결 방안을 찾으려고 애를 많이 썼겠지만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용감하고 고통을 잘 차는 독일 국민은 오래전부터 그래왔듯 대용품으로 견뎌야 하지 않았겠는가. 순간 굉장히 달았던, 어제의 그 뮈슬바라가 생각났다. 훌륭한 독일 빵을 대신해 급할 때 얼치기로 만든 것이 틀림없겠지. 그리고 가엾은 가판대 주인은 자기 손님 앞에서 미안해한다. 대용품 말고는 내놓을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본문
각이 잡혀 있는 군복을 입고 요새는 잘하지 않은 콧수염을 기른 한 남자가 자신이 히틀러라 주장하는 모습에 가판대의 주인은 그가 히틀러의 코스프레를 하는 희극인이라는 생각에 방송국 PD에게 그를 소개하게 된다. 그리하여 그는 방송에까지 출현하게 되는데 유태인과 사회 약자에 대해 혐호감을 드러내고 나치즘을 표방하는 그의 이야기는 사람들로 하여금 비난의 대상이 되기 보다는 오히려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간다. 그렇게 점차, 그는 유투브는 물론 미디어에서도 계속 얼굴을 드러내면서 자신의 사상들을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있었고 그 모습은 사람들에게 그저 하나의 유쾌한 블랙코미디처럼 전해지며 점점 퍼져가고 있었다.
작은 소녀 하나가 신물을 들고 누군가에게 떠밀려서 앞으로 나왔다. 나는 소녀와 같이 있는 장면이 찍히도록 유난히 천천히 사인을 해주었다. 청소년들이 예전처럼 총통을 믿고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고령의 몸을 이끌고 두 눈을 빛내며 내게 사인을 받으로 온 노부인도 있었다.
노부인은 내게 신물을 내밀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기억나세요? 1935년 뉘른베르크에서 당신이 분열행진을 사열할 때 저는 맞은편 창가에 있었답니다! 당신이 내내 저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요. 우리는 당신이 너무나 자랑스러웠어요! 그런데 여기서 또 이렇게 만나다니! 당신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네요.” –본문
이미 흘러버린 역사를 다시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 역사를 보며 우리는 과거의 잘못이 다시금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역사를 남긴 그들에 대한 예의이자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일 것이다. 히틀러의 잔혹했던 당시의 기록들을 보면서 민족주의를 가장한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선동되었던 당시의 독일인들이 선택한 길이 얼마나 위험한 것들인지에 대해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등장한 히틀러를 보며 사람들은 경계하기 보다는 그의 모습에 오히려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치부하기에는 크뢰마이어의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그녀가 가지고 있던 끔찍한 기억과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히틀러의 궤변에 빠져 다시금 그를 인정하는 모습에서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는데, 히틀러의 행보 앞에 레드카펫을 깔며 반기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의 생각을 담은 책이 거액으로 출판 계약에 이르게 되고 그를 정치계로 모셔가려는 정당들의 발 빠른 움직임을 보면 씁쓸함이 몰려오게 된다.
그저 웃어넘기는 한 편의 소설이라고 하기에 히틀러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조소를 담고 있는 듯 하지만 그 안에는 놓쳐서는 안될 이야기들이 담겨 있기에 순간순간 움찔하게 된다. 2차 세계대전의 실상을 뒤덮기 위해 표적이 되었던 유태인들처럼, 그는 나머지는 역사가 결정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로 오늘도 다시 독일의 여기저기서 자신의 목소리를 울리고 있을 것이다. 정신 이상자라고 생각했던 그가 점차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그의 의견이 멀리 퍼져나가며 사람들이 동요되는 그 순간, 또 다시 그 때의 참혹했던 비극이 다시 시작될 지 모를 일이다. 우리는 그러려던 것이 아니었어요, 라는 이야기가 다시 들리지 않도록, 매 순간 정신을 퍼뜩 차리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갖게 하는 서슬 퍼런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