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비늘 - 개정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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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버림 받은 한 소년이 있다. 생후 2개월 만에 부잣집의 대문 앞에 놓여졌지만 영아원으로 들어가야만 했던 아이. 그 아이는 비상한 기억력을 가지고서 단 몇 초 만에 수십 장의 카드를 통째로 암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 비범한 모습은 덧셈, 뺄셈을 제대로 못하는 모습과 또래보다도 작은 몸집 때문에 간절히 바라는 제 2의 부모와의 연은 이어주지 못한 채 애만 끓으며 11년이라는 세월을 보내게 된다.

체구가 작다는 사실과 계산에 약하다는 사실만 빼고 나면 모든 면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몇 배나 우수한 자질들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체구야 나이가 들면 저절로 커지겠지요. 그리고 낱말 카드 백장을 이삼 초만 보여주어도 순서 한번 틀리지 않고 모조리 외울 수 있는 두뇌를 가졌다면 계산에 대한 맹점도 언젠가는 보완이 될 겁니다. 일곱 살 밖에 안된 아이에게 전지전능하기를 바란다면 그것이 오히려 비정상이겠지요.” –본문
 

 김동명이라는 이 아이의 삶을 보노라면 늘 서글픔이 사려있다. 적어도 그가 기억하는 순간 안에는 늘 안타까움이 서려있는데 왜소하지만 튼튼한 체력에도 불구하고 평이하지 않은 그의 외모는 양부모를 기다리고 있지만 늘 어긋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를 괴롭히는 김인탁의 존재는 언젠가는, 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던 동명의 보육원의 생활을 점점 버겁게 만들고 있다. 어린 나이에 이미 알게 되 버린 삶의 고단함. 이 덧없이 막막한 현실을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고자 동명은 11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고아원을 탈출하게 되는데 신문 배달 등을 통해서 어떻게든 살아가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던 세상은 그의 바람처럼 녹록하지 않다. 그렇게 길거리에서 노숙자 생활을 하던 그에게 휠체어를 탄 한 남자가 나타나는데, 이 남자는 동영이 그토록 그리던 아버지가 되어 그에게 가족의 의미를 온 몸으로 알려주고 있다.

 그렇게 아버지와의 따스한 시간들이 오래도록 지속되리라 믿었지만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이후 술로 하루하루를 보낸 그에게 드리운 것은 죽음의 그림자이다. 친자식은 아니지만 늘 진심으로 동명을 대했던 그는 자신이 떠나버린 이후 홀로 남겨질 동명을 위해서 그 동안 자신이 갈고 닦아왔던 소매치기의 모든 기술을 전수해주게 되는데 그는 기술뿐만 아니라 삼감사수라는 그의 깊은 뜻을 함께 알려주게 된다. 그리하여 홀로 된 동명은 백화점을 전전하며 그날 번 돈의 7은 주위의 안타까운 이들을 위해 쓰고 나머지 3은 자신을 위해 쓰게 되는데 부의 재분배라는 아버지의 의미를 안고서 생활을 하던 동명의 뒤는 이미 경찰들이 추격해오고 있었다.

 이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 아버지가 말했던 칼새를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나게 되는데 이 곳에서 그는 칼새가 아닌 격외선당이라는 암자에 살고 계신 한 노인을 마주하게 된다. 무언가 영험한 기운을 가득 안고 있는 할아버지와의 만남을 통해서 동명의 삶은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게 되는데 할아버지를 통해서 동명은 점차 자신이 왜 이 세상에 태어났고 이 세상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것들을 하나씩 배우게 된다.

꿀벌은 자신이 애써 따 모은 꿀을 도둑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침을 간직하고 있을 뿐이니라.”
할아버지는 꿀벌이야말로 남을 괴롭힌다는 사실을 얼마나 죄스러운 소행인가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단 한번만 침을 사용해도 목숨을 잃어버리도록 자신을 진화시킨 곤충이라는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이 세상 전체가 나를 완성시키기 위한 스승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었다.만사물도 스승이며, 만인간도 스승이라는 것이었다. –본문
 

인간이 왜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에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답하는 동명을 보면서,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해묵은 그의 과거에서부터 최근의 잘잘못들을 털어놓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가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삶을 바라보게 되리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전에는 모든 것을 가져야만 했고 그렇게 살아야만 행복하다고 느꼈던 그의 삶이 가벼이 털어내고 나서 오히려 가득 차오르는 것을 보며 나 역시도 동명과 같은 내일을 보내기를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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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초상 / 이문열저 


 

독서 기간 : 2015.02.16~02.11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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