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 소실형 레드 문 클럽 Red Moon Club
가지오 신지 지음, 안소현 옮김 / 살림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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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제목이 그야말로 모든 것을 설명해 주고 있다. 존재하고는 있으나 존재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적막 속에 갇혀 버린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아사미 가쓰노리의 형벌인 소실형을 보면서 괜찮겠다, 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배니싱 링을 특수한 기능이 있다고 했다.
먼저 배니싱 링은 미약한 특수 전파를 내보낸다. 이 특수 전파가 배니싱 링을 찬 사람을 휘감아 돌면 주위 사람의 눈에 소실형을 받는 사람이 보이지 않게된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투명해지는 게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뇌가 전파에 휩싸인 존재를 감지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쉽게 말해서, 하고 여성이 예를 들었다. 배니싱 링을 찬 사람은 다른 사람 시야의 맹점에 들어간 듯한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본문

  소실형이라는 것은 특수 배니싱 링을 목에 걸고 있게 되면 그 목걸이 안에서 남아있는 형량이 나타나고 이 배니싱 링을 차고 있는 동안에는 투명인간이 되는 형벌로 이 기간 동안에는 철저히 고립되는 형벌이다. 투명인간이 된다는 것은 영화나 소설 속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거니와 과연 투명인간이 된다면 무엇을 해 볼까? 라는 호기심 어린 상상을 가끔 해 왔기에 이 배니싱 링을 차고 지내는 것이 형벌이라기 보다는 또 다른 나날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이 형벌 기간 동안 내에는 자신의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 것은 물론 그 어떠한 매체와의 접촉도 불가하다. 신문, TV, , 핸드폰 등은 볼 수도, 사용할 수도 없을뿐더러 타인과의 교류 또한 불가능하다. 만약 금지된 것을 시도하려 한다면 배니싱 링은 점점 목을 조여오며 죽음에 대한 고통을 느끼게 하기에 소실형을 받고 있는 이들은, 말 그대로 존재하지만 그 누구도 그들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서 알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쓰노리는 왜 이 형벌을 선택했던 것일까. 점점 늘어나는 범죄자들과 수용할 곳의 한계에 부딪쳤던 정부는 이 소실형이라는 형벌을 새로이 만들어 내면서 이 형벌을 자진해서 받겠노라 하는 이들에게 감형을 해주고 있는데 1년에서 8개월로의 감형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그는 이 형벌을 선택하게 되었지만 그 4개월의 감형을 위해 선택한 이 소실형은 상상 이상으로 끔찍한 형벌이 아닐 수 없었다.

 만약 가쓰노리가 소실형을 선택했을 때, 그 누구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것과, 타인을 도와줄 수도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는 것, 때론 이 배니싱 링의 고장으로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형벌을 주도했던 부서가 사라져 어떠한 도움도 받을 수 없을 수 있다는 기타 다양한 문제들을 그가 알았더라면 그는 절대 이 형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시험 단계인 이 제도를 별 다른 의심 없이 선택했던 그에게 드리우는 현실은 가혹하기만 했으니 말이다.

 배니싱 링은 파괴 행동을 가쓰노리의 의식에서 예측했을까.
 
도끼를 포기하자 고리가 수축을 딱 멈췄다.
 
자신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뼈져리게 느꼈다. 
 
왜 이런 순간에 목이 죄어져야 하는가, 하는 부조리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소중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싶을 뿐인데.
 
그런 답답함이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누군가에게 알려야 한다.
 
이 상황을 누군가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본문

 매 순간순간이 긴장의 연속이다. 가쓰노리는 이 세상에 함께하고 있으나 그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누군가를 돕는 것도 여의치가 않다. 게다가 그가 휘말려 든 사건 때문에 그의 배니싱 링에까지 문제가 생겼으니. 착한 사마리안조차도 될 수 없는 그는 그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인간일 뿐이다.

혼자가 아닌 타인과 함께 사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철저히 홀로 고립되어, 자신만의 섬에 갇혀 살아야 하는 이 소실형의 형벌을 통해서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형벌이라는 이름으로, 언젠가는 나타날 수 있는 이 제도가 실현된다면 과연 그것을 바람직한 형태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가쓰노리를 통해 본 바로는 그 어느 형벌보다도 끔찍하기 짝이 없는 것이 아닐 수 없기에 수 많은 이들과 함께 하고 활발한 SNS 활동으로 이전보다도 넓은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는 21세기에 고독사가 더 늘어나는 것은 아이러니한 현재의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를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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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는 벽 / 조정래저


 

 

독서 기간 : 2014.10.27~10.2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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