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소풍 - 당신이 프라하에서 할 수 있는 것
전선명 지음 / 북노마드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프라하'라는 이름만 들어도 무언가 아름다운 느낌이 물씬 풍긴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서 마주했던 것이 전부이지만 익숙한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아마도 그동안 프라하를 자주 마주한 것도 있을 테지만 언젠가는 꼭 이 곳에 가보리라는 생각을 늘 안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프라하, 소풍>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 점은 그 동안은 '프라하'라는 곳을 여행지로만 바라봐왔지 그곳에서 '산다'라는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나는 프라하를 늘 '다녀온다'라고만 생각하며 여행자의 시선으로만 바라봐왔지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상으로는 바라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몇일 동안의 짧은 여행이 아닌 1년 동안 그 곳에 체류하면서 나름 프라하의 구석구석을 마주하고 온 그녀의 기록들을 통해서 나는 프라하의 일상들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고 완연한 풍경 속의 모습이 아닌 그 안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마주하면 할수록 프라하라는 신비로움은 배가 되고 있었고 잠깐의 여정이 아닌 이 곳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갑자기 기사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알수 없는 충동으로 그에게 짤막한 인사말을 건넸지만 돌아오는 냉랭한 반응이란, 태어나서 처음 와 보는 새로운 땅, 대답 없는 낯선 사람 곁에서 나는 왜인지 담담한 동시에 막막해졌다. 그리고 이유 없는 시간이란, 0킬로 그램짜리 시간이란 없을 거라고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가능할 거라고 믿고 싶어졌다. -본문

여행을 간 것이라면 관광지 근처의 도미토리나 게스트 하우스를 알아봤을 것이다. 되지도 않는 영어와 바디 랭귀지를 조합하여 그곳에서의 짧은 시간들을 보내며 그저 아름다운 것들을 눈에 담는 것으로만 하루가 시작되겠지만 그녀는 그곳에 정착을 하러 간 것이기에 집을 구하는 문제에서부터 일상 생활을 하기 위해 그들의 언어를 배워야했으며 하나부터 열까지, 어린 아이가 새로운 것들을 하나하나 배워가며 어른으로 성장해 나아가듯 프라하에서 그녀는 제 2의 삶을 시작하기 위한 날개짓을 펼치고 있었다.

'체르닌스카 정원'의 담벼락이 끝나는 지점 아래로 난 작은 계단으로 향했다. 그 계단에 서서 앞을 바라보니 탁 트인 시야 속으로 말라스트라나 지구의 아기자기한 빨간 지붕들과 프라하 성이 멀지만 선명하게 들어왔다. 계단에서 작은 돌길로 내려와 계속 걸어가면 예스러운 구조의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체르닌스카 골목이 이어진다. 오래되지 않으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색이 감싸고 있는 이 동네를 걸으면서 '이건 진짜로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문

프라하의 중고 잡화를 의미하는 'Bazar'에서 발견한 티세트를 들고 오는 모습에서부터 문방구에 들리면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생각지도 못했던 물건들을 하나씩 업어오는 일상이나 조금만 걸어가면 주변에서 마주할 수 있는 그림같은 풍경들을 마주하면서 어떻게 보면 나도 우리나라에서 보내는 매일과 같은 일상인데 어쩜 이렇게 다른 것일까, 라는 생각에 부러운 마음도 한가득 가져보곤 한다.

아름다운 일상은 물론이거니와 체코의 사람들이 사랑하는 애니매이션인 크르텍 이야기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야기와 각종 공연들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그들을 보면서 우리보다는 조금 더 자신들의 일상 속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도 우리와 같이 매주 월요일이면 출근에 대한 기피증을 안고는 있겠지만 그 이후에 또 자신들을 다독일 수 있는 시간의 여유가 있다는 점이랄까. 어쩌면 내가 체코의 한쪽 면만 바라보는 것인지 모르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바라본 체코는 여행이 아닌 그 곳에 잠시 머무르며 한템포 쉬어가는 삶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일상마저도 아름다운 듯 풍경으로 만들어 주는 그곳을 나도 그녀와 같이 지내보며 새벽 여행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상을 보내보고 싶다는 간절함의 씨앗을 남기고 간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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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 장혜원저

독서 기간 : 2014.08.06~08.07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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