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인 시간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3
다나베 세이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이란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잔잔하지만 그 안에 무언가 마음을 잡아당기는 것이 있었기에 사촌언니와 함께 영화를 본 이후, 혼자서도 5~6번은 더 본듯 하다. 임팩트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나는 그 주인공들에 대해 계속 마음이 쓰였다. 딱히 꼬집어 이야기할 수 없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 이야기는 바로 이 <아주 사적인 시간>의 작가인 다나베 세이코의 의해서 그려졌다는 것만으로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집어 읽기 시작했다.

이전의 이야기처럼 다른 소설에서는 마주할 수 있는 눈에 띄는 사건들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일상 속 한 조각을 떼어내어 그녀만의 섬세함으로 이야기를 그려나가고 있다.

줄거리는 참으로 단순하다. 노리코와 고와의 결혼 생활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3년차에 접어든 결혼에서 노리코는 자신의 삶이 이렇게 계속 지속되는 것에 대한 회한을 느끼며 홀로서기를 들어선다는 것인데 우리로 치차면 갑작스레 신분상승을 하게 된 신데렐라의 삶을 살게된 그녀가 어찌하여 다시금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인지에 대한 노리코의 내면의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다.

방의 분위기를 말하자면, 불타버린 혼잡이라기보다는 지난 날 한때의 영광처럼 보였다.
나는 여기서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 괴로워도 하고 남자를 원하기도 하고 남자를 ㅡ 그것은 언제나 미우라 고로라는 애인이었다 ㅡ목말라하기도 했다. 먹고 마시고, 고와 소파에서 자기도 했다. 그 무렵의 방은 죽지 않았었다.
내 안에서 뭔가가 죽어버렸고, 이 방도 죽었다!
부자 놀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누구의 잘못이라거나 그 무엇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던 시간의 흐름이라고 하는 것이 내게는 딱 들어맞았다. -본문

어느 누군가가 본다면 그녀가 복에 겨워 그녀의 모든 것들을 던져 버린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구태여 이 모든 것을 던져버려야 했을까, 라면서 그녀의 삶이 때론 부럽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녀가 사랑했던 미우라 고로를 보면서 내가 이 남자를 사랑했던 걸까, 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지금 그녀가 가진 것들이 버거운 것 같으면서도 또 어느 새 익숙해져 버린 자신을 보면서 이렇게 그녀가 살아갈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이전에는 마냥 새로웠던 것들이 어느 덧 어제와 같이 내일도 똑같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에서 그녀는 그 안에서 꿈틀거리는 무엇가를 느꼈으리라. 그 미미한 움직임들은 결국은 그녀를 행동하게 만들었고 아마도 나였다면 나는 그녀와 같은 선택을 하지 못했을 것을 알기에 노리코의 이야기는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갈망이자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런 사치'의 즐거움은 '이것이 사치란 것이다!'라는 남자의 가르침에 의해 깨닫게 된 순간, 갑자기 색이 바래고 마는 것이었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중략)
나는 손궤에서 그것들을 꺼내왔다. 상아 조각이 새겨진 손잡이가 달린 손거울, 꽃조개 상자, 터키석이 박힌 황금 반지.
고는 그것을 집어들더니, 차가운 얼굴로 모조리 마호가니의 사이드테이블에 던져 부숴버렸다. . -본문

그녀가 인생의 정점을 찍고서 내려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녀 앞에 펼쳐질 반짝반짝한 나날들을 박차고 나왔으니 말이다. 아마도 그녀와 같이 자신의 삶에 권태를 느낀다고 해서 그 모든 것들을 내려 놓고 다시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그녀의 이야기에 더욱 몰입되어 읽어내려갔다. 나로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이니 말이다. 노리코의 삶이 하강 곡선으로 접어들게 될지 아니면 그자리에 머무르게 될지, 그도 아니면 상승 곡선에 오르게 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이제 그녀는 더이상 연기를 하지 않고 그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나는 그녀가 그 어느때보다도 행복하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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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를 으깨며 / 다나베 세이코저

독서 기간 : 2014.08.05~08.06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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