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꽃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여기 한 여자가 있다. 아름다운 외모는 물론 상냥한 자태.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말씨하며 무엇보다도 그녀는 사람을 홀리는 매혹적인 외향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다. 그래, 이렇게만 들으면 그녀는 더할나위 없이 아름다운 여인으로만 보일 것이다. 이 책을 열어보기 전까지 말이다.

미신이 가득한 마을에서 태어난 엘렌은 그녀의 어머니인 안으로부터 엘렌이라는 이름 대신 '천둥꽃'이라는 예명으로 불리며 자라게 된다. 천둥꽃. 어찌되었건 꽃이라는 이름은 아름답다,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천둥꽃'의 실체를 안다면 그 누구도 이 이름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왜 자신의 자식에게 이 이름을 붙이게 되었는지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 그거 꺽으면 안 돼요, 엘렌, 그건 천둥꽃이란다. 가만있자, 이제부터 너를 천둥꽃이라 불러야겠다! 그쪽 줄기도 잡아당기면 안 돼, 그건 독사꽃 줄기야. 그걸 따서 꽃다발을 만든 어떤 여자가 독을 품게 되고, 혀가 두 쪽으로 갈라졌다는 얘기가 있단다. 이제 일곱 살이니, 너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지? -본문

죽음의 전령인 앙쿠가 제 몸보다 큰 죽음의 칼날을 드리우며 돌아다니며 죽은 이들을 거둬간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는 것은 물론 온통 미신으로 가득한 마을에는 죽은 이들의 넋이 집 안의 물 안으로 스며들기에 화병 속에 있는 물들은 모두 비워내야 한다는 이야기서부터 죽은 지 얼마 안된 사람의 집에서는 빗자루 질을 할 경우 영혼이 상처를 입는다는 둥 다양한 미신이 가득한 이 곳에서 자란 천둥꽃은 스스로 자신이 앙쿠가 되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사실 그녀가 자라는 동안 이러한 결심이 겉으로 드러나는 적은 없다. 그저 그녀 곁에 있는 이들이 하나씩 죽어갈 뿐이다. 처음에는 친구의 스프 안에 벨라도나를 넣어두었지만 엄마가 발견하는 통에 실패로 돌아가지만 이어 그녀의 엄마인 안이 그녀의 재물이 되고 만다. 그렇게 하나 둘 그녀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죽음의 꽃이 피우게 되는데 그녀의 언니는 물론 그녀를 받아준 신부님들과 무고한 이모들, 자신을 거둬준 사람들 모두를 그녀는 잠식시키고 있다.

"우리 불쌍한 조카 어떡하나..... 네 엄마가 훌쩍 가더니, 이제는 네 대모님까지...."
천둥꽃도 울상을 짓는다.
"
더군다나 제가 처음 만들어본 쿠키를 한 조각 드렸거든요. 맛있게 드셨는지 어떤지 말씀도 못 하시고 그만.... 사실은 리알랑 신부님께도 하나 드리려고 했는데, 그런 일이 벌어지는 바람에 깜빡 잊고 지나갔지 뭐예요. 제 잡낭 속에 싸가지고 왔는데, 하나 드실래요?"
"
속에 아몬드 넣었니?"
"
그런 것도 있어요." -본문

그녀를 사랑하는 이들은 물론 도와주려는 이들마저도 모두 죽음의 덫 안으로 끌어당기던 그녀는 당시 창궐하던 콜레라를 이겨내는 성녀로 추앙받기도 하고 다시 마녀로 지탄을 받기도 하지만 어김없이 그녀는 죽음의 꽃을 피우고 다시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여 그녀만의 살인 수행을 계속하고 있다.

그녀가 왜 이러한 일들을 벌였는지, 재판에서조차서도 밝혀지지 않지만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마지막 순간에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죽음이 도래하고 있는 와중에 그녀가 보여주는 처음이자 마지막의 인간적인 모습마저도 아직도 나는 생경하게 느껴진다.

과연 그녀를 천둥꽃으로 만든 것은 누구였을까. 무엇보다도 그녀가 실존하던 무시무시한 살인마였다니. 소설을 덮는 이 순간까지도 나는 천둥꽃의 그녀가 이해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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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의 비극 / 엘러리 퀸저

 

독서 기간 : 2014.07.29~07.3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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