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의 킬링필드 - “나”와 “우리”와 “세계”를 관통하는 불평등의 모든 것
예란 테르보른 지음, 이경남 옮김 / 문예춘추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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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르's Review

 

 '불평등'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불편함이 먼저 밀려온다.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빈부격차에 대한, 그러니까 소득 불평들이 자연스레 떠오르면서 아무리 하루종일 일을 하고 노력을 한다고 해도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지는 이 시스템이 대체 왜 그래야만 하는지에 대한 나름의 분노도 있을 뿐더러 빈부격차의 차상위 계급에 있는 이들은 자신들은 모든 것을 가지고 있으니 이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을테지만 피라미드의 든든한 받침목이 되고 있는 하단의 많은 사람들은 헐떡이고 있는 이 현실이 도무지 역전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회한이 밀려들기도 한다. 그저 단어를 듣는 것만으로도 불쾌해지는 느낌이 엄습해오는 이 불평등에 대해서, 그것도 소득불평등을 넘어 세상의 모든 불평등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을 읽기도 전부터 깊은 공감을 하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나에게 불평등이라 함은 남녀의 차이에 따라 오는 불평등이나 소득 불평등이 떠오르는 전부이다. 아마도 이것은 내가 가장 잘 체감할 수 있는 것들이기에 내가 알고 있는 불평등의 대부분인데 저자인 예란 테르보른은 이에 더불어 건강이나 수명, 죽음 등의 불평등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교육이나 부모들에게 이전되는 것들에 대한 문제는 물론 불평등의 과여 역사와 앞으로 나아가야 해결 방안 등 그야말로 불평등에 대한 총망라한 내용들의 이 안에 고스란히 담아놓고 있었고 생각보다 넓고도 깊은 불평등의 심해를 마주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불평등이 자연스레 녹아있는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마주하게 된다.  

 

 불평등은 사람을 죽인다. 1990년도부터 2008년 사이에 대학 졸업장이 없는 미국 백인은 기대수명이 3년 줄었고,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한 백인 여성은 5년이상 수명이 짧아졌다. 클린턴과 부시가 정권을 잡았던 호경기 시절에 조성되었던 미국의 사회적 양극화보다 더 치명적인 영향을 준 것을 찾자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에이즈와 러시아의 자본주의로의 전환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미국의 흑인들은 백인보다 원래 수명이 짧았지만 1990년부터 2009년까지 20년동안 그 간격은 20세기 초에 비해 크게 좁혀졌다. 2008년에 인종과 교육이 결부된 불평등은 약자의 수명을 12년 줄였다. -본문 

 

 100세 시대가 이미 도래한 지금 수명의 단축보다는 연장이 더욱 익숙해져야 하는 이 시점에 수명의 불평등을 이 책에서 마주하면서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교육수준과 수명과의 연관관계에 대해서 조사한 저자에 따르면 영국의 최상위 직업과 최하위 계층의 격차는 조금씩 줄어들고는 있다고는 하지만 반대로 기대 수명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어 최하위 계층의 수명은 점점 단축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저 경제적인 문제에만 한정하여 발생하는 불평등인줄만 알았으나 이것이 인간의 생명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니. 점점 이 책에 집중해서 마주하게 될 때 이제는 많이 낮아졌다는 신생아들의 사망률도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라니. 이 불평등이라는 것은 어쩌면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인간에게 드리우는 장막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짙게 내리게 된다.  

 

 부모가 베필을 정하는 결혼은 그 정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21세기에도 여전히 무시하지 못할 수준인 것만은 분명하다. (중략) 이슬람 율범은 강제 결혼을 금하지만 실제로 신부에게 어떤 동의도 구하지 않는다. 부모가 정하는 결혼은 중국, 그 중에서도 특히 서부 지방에서 엄격하게 지켜진다.
 
그러나 부모가 자녀의 배우자를 결정하는 중매결혼이 현대적 개념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중요하다. -본문 

 

 태어나는 순간에서부터 그들의 선택할 수 없었던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났던 이들은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도 심심지 않게 발생했으며 또한 성적불평등은 전통이나 관습이라는 이름 하에 계속 전해지고 있는 모습들을 보노라면 아직도 만연해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계속되게 된다. 특히나 인도나 아프리카의 소녀들은 얼굴도 모르는 이들에게 시집을 가야한다니. 그 아이들이 만 18세가 되기도 전에 절반 이상이 결혼을 하고 있다는 현실은 가히 충격적이었으며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에 대해서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이 불평등한 사회가 미쳐있는 것처럼만 보였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불평등으로 몰아가는 주범은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몫이 아니라 위에서 버티는 가장 부유한 사람들의 몫이다. 그런 점에서 최고소득의 몫을 역사적인 개관을 통해 세계적인 규모로 파악하려는 토마 피케티, 앤서니 앳킨슨, 엠마뉴엘 사에즈 등 여러 학자들의 노력은 세계의 국가 간 소득 불평등을 파악하는데 가장 정확한 그림을 제시해 준다. -본문 

 

 한번 수렁에 빠지면 나랏님도 구할 수 없다는 빈곤의 늪과는 달리 부유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부의 세습은 교육은 물론 소득 이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총체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특히나 부모의 부가 자식에게도 계속 유지되는 경우에 대한 통계보다는 교육이 부를 거머쥐게 하는 정도가 더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바, 교육과 부라는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는 뷰유한 이들과 평범하다 못해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이들과의 경쟁은 시작부터가 불평등한 레이스일 수 밖에 없다. 그 결과는 참혹하기 그지 없는 우리의 현실로 드리우고 있기에 불평등에 대해서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평등을 위한 투쟁을 벌여야 할 때라고 그는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는 중산층 세계까 평등을 위한 싸움에 나서야 한다. 미국에서 중산층의 비애를 강조하고 무엇보다 그들을 내쳤던 과두집단에 대한 분노를 되살리는 것은 당연하고도 현명한 일이다. 그러나 북아메리카나 서유럽이 세계의 불평등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것을 결정하는 곳은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일 것이다. -본문 

 

 불평등에 대한 전반적인 의식에서부터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불평등에 대한 접근까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하나하나 꼬집어 내는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세상에 이토록 불평등이 깊고 넓게 퍼져 있다는 것은 물론 이러한 불평등을 이제서야 인지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무언가 잘못 된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것을 그저 지나칠 것인지 아니면 바로잡으려 행동하려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 방안을 제시한 사람이 아닌 그 방안을 들은 사람의 몫일 것이다. 아무쪼록 많은 사람들이 불평등에 대한 더 넓은 식견을 통해서 불평등의 미래를 움직 일 수 있길 바라본다 

 

 

아르's 추천목록

 

불평등한 어린시절 / 아네트 라루저

 

 

 

독서 기간 : 2014.07.24~07.26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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