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나 1997 - 상 - 어느 유부녀의 비밀 일기
용감한자매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제목을 보고나서는 유럽을 배경으로 하거나 혹은 '줄리아나'라는 여인이 가지고 있는 기억들에 대한 회상으로 이야기가 시작될 줄 알았다. 그러니까 나는 이 소설이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 아닌 다른 나라, 서양을 배경으로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무엇보다도 고전의 느낌이 강할 것이라 기대하며 읽게 되었는데 첫 페이지부터 그 예감은 처참히 무너졌으며 오히려 당혹감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20대 초반의 내가 이 이야기를 읽었더라면 그야말로 막장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혀를 쯧쯧하고 찼을 것이다. 사랑에는 '영원'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했고 결혼이라는 서약은 서로의 배우자만을 바라본다는 숭결한 약속이라 생각했으니 말이다. 지금도 이 생각에 대한 것은 바람은 변함이 없기는 하나 고전들은 물론이고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등장하는 '불륜'이라는 것들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이 불륜이라는 소재를 참 흔히게 널려 있는 것 같다.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금기시 되는 것에 대한 욕망은 합리적이라는 인간을 우매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송지연은 40대에 접어든 가정주부인다. 한때는 줄리아나 나이트를 접수하며 지냈던 오자매 중 한 명으로서 지금은 그 화려했던 시절의 이야기는 가슴에 뭍어두고서는 한 아이의 엄마이자 평범한 남편의 아내로 살고 있다. 아니, 평범이라는 단어를 이 소설에 써서는 안될 지도 모른다. 그 누구도 평범하지 않은 기억들을 안고 살고 있으니 말이다.  

 

 여하튼 그녀는 자신의 파란만장한 20대의 기억을 담은 <줄리아나 1997>이라는 소설에 당선되면서 소설가라는 이름으로 마주하게 된 모임에서 진수현이라는 남성패션잡지 편집장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금 그녀의 가슴은 뛰고 있었고 이는 남편이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나서 되려 떳떳하게 여대생과 바람을 피던 그 암울했던 시간들을 오롯이 요리에만 빠져 있던 엄마이자 아내 송지연을 여자로 다시 피어나게 하는 사건이다.  

  

 수현이라는 남자가 궁금했다. 애까지 있는 유부녀에게 느닷없이 입을 맞춘 남자. 외모는 물론, 말과 행동까지 분명히 뺀질뺀질한 선수 수준인데 이상하리만치 거부감이 들지 않는 그의 정체가 궁금했다. 그가 내 인생에 별똥별처럼 날아든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신은 결코 아무 이유없이 운명의 방향키를 움직이시지 않으시니까. -본문 

 

 그녀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넘어 그녀의 친구들의 이야기까지 가미되면서 그녀들의 일상은 망망대해에 표류하고 있는 작은 섬들의 아우성같은 느낌이었다. 마흔이 되어서야 진정한 사랑을 마주하게 된 은영에게 그 사이에 진희가 끼어들어 있었고 서로의 이야기들을 마주하다 보면 그 누구하나만을 비난할 수 없이 그녀들이 조금씩 이해되고 있었으니, 인생이라는 것이 왜 이토록 고달파야만 하는지에 대한 씁쓸함도 맴돌게 된다. 

 

 현수에게 점심을 차려주러 부엌에 있었던 시간 외에는 계속 서재에 틀어박혀 있었다. 분노, 질투, 실망. 이 세 단어만이 마음에 가득했다. 원래는 오늘까지 에디터에게 새 소설의 샘플 원고 열 페이지를 보내주기로 했다. 여태 뭘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안 왔늗네 갑자기 글이 써졌다. 마치 스물 다섯 살에 <줄리아나 1997>을 썼을 때처럼 빛의 속도로. 그때도 실연당한 직후였는데 지금도 그런 기분인 건가? -본문 

 

 그렇게 지연과 수현이 가까워지는 동안의 여러차례 들어오는 잔잔한 파도를 넘어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불륜에 접어들게 되었을때 마주하게 되는 남편의 여전한 외도의 목격. 과연 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2권도 계속 읽어보려한다. 

 

 도덕적인 잣대와 함께 이 책을 읽는다면 읽는 내내 불편할 것이다. 이 모든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붸붸 꼬여있으니 말이다. 그저 사랑 앞에 녹아내릴 수 밖에 없는 미약한 인간들의 이야기라 생각하고 마주하면 조금 편할 것 같다. 어찌되었던 지금도 어딘가에 있는 이야기일테니 말이다.  

 

 

아르's 추천목록

 

클라리 세이지 1~2 / 고선미저

 

 

 

독서 기간 : 2014.07.25~07.26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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