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정오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서태옥 글.사진 / 초록비책공방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공감을 한다는 것은 어떠한 상황들을 겪어 봤다거나 혹은 그 상황 속에 있다거나, 때로는 몸소 겪어보지는 않았다지만 주변 누군가를 통해서 듣거나, 보고, 그마저도 아니면 한 번쯤 혼자 상념에 빠져 해봤던 생각들이 어디선가 오버랩 되어 보일 때, ‘공감한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이 바로 그런 공감 가는 이야기들이었는데 언젠가 한번쯤 떠올려 보았던 생각들, 그러니까 일상 속에 무심히 스쳐 지나갔던 순간들이 그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것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어느 가을날 야외 결혼식,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글귀에 감동하다. 축하의 마음을 들고 여기까지 오는데 들인 시간과 행보의 수고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라는 혼주의 마음. 봉투에 마음 대신 지폐만 넣어 대신 전달케 했던 일이 부끄러워진다. 마음이 화폐 대신 유통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본문

 

20대 초반만 해도 결혼식에 대한 환상에 젖어 있었던 것 같다. 그 날 만큼은 이 세상의 누구보다도 반짝반짝 빛나는 주인공이 되길 원하는 바람이었다. 수 많은 하객들 사이에서 조용히 한 걸음 한 걸음 식장을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그려보며 그 가운데에 내가 있는 모습들을 그려보곤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환상들이 하나 둘 사라지더니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가족들과 그간 곁에 있어줬던 지인들 몇몇이 모인 소박한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는 지금도 친구 결혼식에 가실 때면 축의금을 얼마를 내야 할지를 걱정하시며 나중에 되돌아 받을 수 있다며 품앗이를 하시는 부모님을 보면 어림도 없는 이야기겠지만, 이런 소박한 결혼식이 요즘엔 또 갖게 되는 결혼에 대한 환상 중 하나다

 

 

괜찮다는 말은 내가 한 말 중 최고의 거짓말그냥 괜찮지 않다고 말하는 거 어때? –본문

  문학 시간이었던가, 당시 선생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다 이 이야기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괜찮다라는 말이 괜치 않다의 준말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괜찮지 않지만 괜찮다는 말의 준말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왠지 괜찮다라는 말이 서글프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내가 혹은 누군가 괜찮다, 라는 말을 쓰면 왠지 아련한 마음이 들곤 한다 

 그저 흘러가는 생각들이기에 잊고 있었던 것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편안하게 그러면서도 무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책이기에 꽤나 오래도록 손에 쥐고 있었던 것 같다. 지나가는 단상들과 함께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 보면 괜찮을 책이다.

 

아르's 추천목록

 

각설하고, / 김민정저

 

 

 

독서 기간 : 2014.06.02~06.04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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