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경제학 - 경제학은 어떻게 인간과 예술을 움직이는가?
문소영 지음 / 이다미디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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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월요일 저녁,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자마다 엎드려 <그림 속 경제학>을 읽기 시작했다. 직장인이 되고부터 월요일 저녁만 되면 나른해지는 것이 그저 쉬고 싶다, 라는 생각만 간절해 지는데 쉬엄쉬엄 누워서 책을 보며 이 고단함을 보내봐야지, 라고 생각했던 책이 새벽 1 30분이 되도록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어내려 간 책이다.

 만약 고등학생 시절 이 책을 읽었거나 혹은 대학교 1학년 학부제였던 당시 이 책을 마주했더라면 나는 경제학과로 진로를 변경했을 것이다. 읽는 내내 경제가 이렇게 재미있는 거였어?’라는 질문을 되뇌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을 넘기고 있었고 그 동안 내가 배웠던 경제는 책 속의 활자들을 통해 배우거나, 그래프 혹은 공식들을 대입해서 마주했던 것이라면 이 책에서의 경제는 그것들이 자연스레 녹아있는 그림들을 보면서 그 안의 담긴 의미 안에서 경제를 끄집어 내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책에 가득한 그림들이 어느 순간 사라지고 글자만 가득한 교과서를 보던 나에게 다시 어린 시절 보았던 아이들의 책을 보는 기분을 전해줬으며 그렇게 쉽고 즐겁게 경제를 다시금 마주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주먹 쥔 손을 누군가에게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이는 바로 예수이다. 예수님. 종교적인 차원을 넘어 그 이름만 들어도 모두에게 사랑을 베풀어주시는 분인 예수가 왜 이토록 험상궂은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일까.

유다인들의 과월절이 가까워지자 예수께서는 예루살렘에 올라섰다. 그리고 성전 뜰에서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파는 장사꾼들과 환금상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밧줄로 채찍을 만들어 양과 소를 모두 쫓아내시고 환금상들의 돈을 쏟아 버리며 그 상을 둘러엎으셨다 그리고 비둘기 장수들에게 이것들을 거두어 가라. 다시는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하고 꾸짖으셨다. –본문

 당시의 유대인들은 예루살렘에 제물로 살아있는 동물들을 받쳐야만 했다. 그것도 이 없는 것을 말이다. 뿐만 아니라 그 안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남성들은 성전세를 납부해야 했다. 문제는 이 성전세는 은화로만 받고 있었기에 온갖 고장에서 예루살렘으로 오는 유대인들이 제물을 준비하거나 성전세를 따로 준비하는 것이 아닌 예루살렘에 와서 구매하고 환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이 곳에 오는 사람들에게는 제물에 필요한 동물들과 은화를 바꾸기 위한 환전이 필수불가결한 것들이기에 이 곳에서는 제물을 판매하는 판매상과 환전상 사이에는 암합리에 일정 가격이 형성되는 카르텔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가장 성스러운 장소를 위한 성전이 이토록 상업적으로 변모되고 있으니, 예수가 분노에 차오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리라.

 

 

 

 밀레의 이삭줍기는 이미 친숙한 그림이기도 하거니와 그저 목가적인 풍경 속의 하나로만 생각했다. 나에게는 그저 평온한 들판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이 그림이 당시에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고 하니, 그것은 바로 단 한번도 유의 깊게 바라보지 않아 있는 줄도 몰랐던 여인들의 배경 속의 모습들 때문이라고 한다.

 일단 농민 여성이 마치 운명의 세 여신처럼화면을 압도하며 무게 있게 등장하는 게 그들에게는 어딘지 위협적이었다. 게다가 이들의 굽힌 등 너머로 저 멀리 보이는 풍경이 문제였다.
 
거기에는 늦은 오후의 햇빛을 받아 황금색으로 풍요롭게 빛나는 곡식 낟가리들과 곡식을 분주히 나르는 일꾼들, 그들을 지휘하는 말 탄 감독관, 즉 지주의 대리인이 있다. 반면에 여인들은 기울어진 햇빛을 등지고 서서 어둑어둑해지는 밭에서 자잘한 이삭을 찾고 있지 않은가. 이 조용하면서도 드라마틱한 대조야말로 빈부 격차를 고발하고 농민과 노동자를 암묵적으로 선동하는 것이라고 당시 비평가들은 생각했던 것이다. –본문

 비평가들의 눈에 아니꼽게 보였던 이 장면은 이미 만연해 있는 진실이지만 구태여 끄집어 내어 인정하고 목도하고 싶지 않은 진실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너무도 일상 속에 만연해 있는 그림 속 여인들과 지주들과의 대조를 보면서 농민과 노동자들을 선동하고 있는 것이라 지레 겁을 먹은 것일 텐데 밀레가 그러한 풍자를 위해서 이 그림을 그렸다기 보다는 관찰력이 뛰어났던 그가 그린 그림 속에 현실이 들어있기에 그들은 두려웠을 것이다.

 이 책 안에서는 대부업자들이 금리를 받는 것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물론 네덜란드하면 떠오르는 튤립의 아련한 비화에서 마주할 수 있는 거품 대란은 물론 산업혁명을 거쳐 미국의 대공황 속 실업자들의 모습까지, 그림을 통해서 마주하는 이야기들은 그 전에는 잘 몰랐거나 생각해보지 않았던 경제의 흐름들을 한 번에 읽어 내려갈 수 있다.

 경제가 어렵고 지루하다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볼 것을 권하는 바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경제로 전공을 바꾸고 싶을 만큼 경제에 대한 이야기가 즐겁게 다가올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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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없는 경제학 / 차현진저


 

 

독서 기간 : 2014.07.21~07.22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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