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우리나라를 넘어 전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했던 사고가 진도의
해상 위에서 발생하게 된다. 사건이 발생한 오전만 하더라도 탑승하고 있던 학생들 전원 구조라는 뉴스에
별 다른 생각 없이 일을 하고 퇴근을 하며 켠 뉴스에서 구조되었다는 이들의 숫자가 모두 실종자로 전환되어 있었고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찾아보던 기사에는 점점 얼굴을 굳게 만드는 것들 것 올라오고 있었다.
여전히 실종자 수색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들만 해도 우리가 얼마나 무방비 상태로 이 사고를 처리했으며 이른바 골든
타임이라 할 수 있는 그 시간들을 속수무책의 자세로 있었기에 구해낼 수 있는 안타까운 생명들이 차가운 바다에서 아스라히 사라졌다는 것을 느끼면
느낄수록 대체 이 나라는 우리를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라는 분노만 쌓이게 된다.
탑승자 승객 수를 확인하는 대에도 여러
번이 소요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건이 발생한 후에도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20여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 안일한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회한이 들게 된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행태를
보고 배웁니다. 그래서 나라꼴이 점차 이렇게 엉망으로 변해 가는 겁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교묘하게 남을 등쳐먹습니다. 기업가들은 권력을
가진 자에게 알아서 바치는데 그것은 소위 ‘스폰서’와
‘어장관리’로 부정부패의 뿌리입니다.
그러니 건물은
무너지고, 배는 가라앉고, 가스관이 터지고, 비가 오면 강물은 폐수로 변해 버리고,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은 4대강 사업은 오히려 환경오염을 불러일으키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원전부품의 품질보증서는
조작되고, 국가정보원은 선거에 불법적으로 개입하더니 간첩까지 조작해 내고, 검찰은 이것을 제대로 수사하지도 못하고 (중략) –본문
이제 남아있는 어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이 말도 안 되는 비합리적인 시스템을 뜯어 고치는 것으로 안일한 사회 속에 함께 있던 나는 그 책임을 통감하며 이 책을 잡고
있다.
저자는 이 모든 것들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품의제도’에 문제가 있음을 전하고 있는데 가장
말단 직원이 최종 결정자에게 올릴 품의서를 만들어 결재를 받는 제도를 이야기하고 있다. 회사에 있다
보면 결재를 받아야만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이 대부분이기에 시간 내에 처리해야 하는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최종 결재라인의 부재로 인해 업무가
중단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기에 이러한 일들이 쉬이 공감되기도 한다.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책임자가
아닌, 그저 지시가 내려 오는 대로 업무를 수행하고 때론 말단 직원이 중요 업무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위의 선임에게 전달하면 그 선임은 최종 결재 라인에 올리기만 하게 된다. 그러니까 일종의
앵무새가 되어 실질적인 내용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으면서 일이 진행되는 것인데, 별 다른 문제 없이
진행될 때에는 이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고 태평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
경우, 그 누가 책임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도 문제이지만 실제 발생된 사건을 수습하는데 있어서
또 다시 수박 겉핥기 식의 방식만 계속되고 있기에 그 안에 묶여 있는 이들만 발을 종종 거리고 있다.
겉에서 바라볼 때면 답답하기 그지 없는 이 모든 방식들이 그들 나름대로는 철칙이고 원칙이 있다는 것에 입각하여 또 다시 느리고
진부한 형태로 굴러가는 것이다.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영어에는 ‘결재’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결재를 받기 위해서 보고서나 지출 결의서를 가지고서 다시 보고 또 보고 해야만 하는데 이
단어 자체가 없다니. 그들은 ‘단위업부담당제’라는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각 직책을 맡은 사람들은
자신의 고유업무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진다. 직무수행 결과에 대한
평가를 받기 때문에 규제를 위한 규제도 있을 수 없다. 한마디로 각자 자기 일을 자기가 알아서 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국가적인 위기를 경험할 때마다 개인의 의식을 바꾸고,
조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의식개혁을 위한 각종 교육과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방법이다. –본문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진행되고 있는
일들을 보노라면 국민들을 대신하여 앞에서 일을 하고 있는 그들은 왜 그토록 모든 국민들이 염원하는 대로 대신해줄 수 없는지, 개개인으로 보았을 때 스펙이 완벽한 그들일지 몰라도 그 조직들은 굼벵이처럼 움직이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마주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그들의
문제만을 꼬집어 이야기하는 것으로, 그저 안타까워하며 그들만을 원망하는 것으로 멈춰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 비효율적인 시스템이 그저 시스템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수 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달려 있는
생명선과 같은 것임을 명심하여 10여년 전 저자가 이미 그려놓았던 이 이야기가 추후 10년에도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그야말로 합리적인 시스템과
조직으로 탈바꿈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