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성당 이야기
밀로시 우르반 지음, 정보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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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체코 프라하라는 이름만 들으면 아름다운 광장이나 그 곳에 가면 누구와도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만 같은 로맨틱하면서도 황홀한 공간으로만 그려진다. 프라하를 걷는 것만으로도 그 곳의 모든 것들을 누리는 듯한 기분에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데 이 책은 내가 그 동안 가지고 있던 프라하와는 전혀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오전 8 45. 고막이 울릴 듯한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만약 내가 이 곳에 있었더라면 그저 종이 잘못 울리고 있나 보다, 라며 귀를 막고서는 그 장소에서 멀어지려 종종 걸음을 하며 부단히 발을 움직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주인공인 크베토슬라프 슈바흐, 일명 K는 직감적으로 무엇인가 잘못되었다, 라는 것을 느끼게 되고 그곳에서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 이후에도 계속 마주하게 되는 엽기적인 사건들은 어찌하여 K앞에만 이렇게 드리우게 되는 것인지, 초반의 프라하에 대한 이미지는 어느새 사라지고 어두컴컴한 듯한 정적이 흐르는 장면만이 드리우고 있다.

내 불행의 역사는 나의 이름이 지어진 그날부터 시작된다. 가장 확실한 것은 모든 것이 내 아버지, 훗날 나에게 불쾌한 이름을 물려주게 될 바로 그 인물의 탄생과 함께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본문

 K의 성장기 또한 그가 마주치는 사건들처럼이나 혹독하기만 했는데 무언가 그의 인생에 햇살이 드리울 즈음이면 태양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고 만다. 그의 이름 마저도 슬라브 민족의 나약한 꽃이라는 뜻이었으니 언제나 위축 되었을 법한 그의 일생을 따라 가다 보면 그야말로 그늘진 시간들의 함축이 바로 그의 지난날인 듯 하다. 한창 햇살을 받아 커 나아가야만 하는 어린 새싹이 발아하여 자라려고만 하면 다시 적막 속에 홀로 남겨지게 되는 모습들을 보노라면 떠나가버린 선생이나 강도에 의해 살해되어 버린 신부님이나 세상에 오롯이 그 혼자 남겨진 듯한 그를 보면 애잔한 마음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다시 한 번 나는 현대라는 시대가 얼마나 하찮은지, 이 시대가 영감을 불러일으키거나 의사소통을 하는데 있어 얼마나 답답할 정도로 무능력한지 너무나 분명하게 보았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옛날 교회들의 자신 있는, 그러나 주제넘지 않은 완벽함과 눈에 띄게 대조되었다. –본문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다 중도에 멈춘 그가 경찰관으로 자리를 잡으려 할 즈음에 그에게 주어진 임무였던 판델마노바 부인을 지키는 것이었다. 누군가를 지킨다는 것에 대한 긴박감, 왠지 모를 긴장과는 달리 그녀가 준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고 그 사이 그녀는 세상을 등지고 만다. 그렇게 자신의 이름으로 획득한 경찰관의 직위마저 내려놓아야 했던 그에게 그뮌드는 K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능력인 과거를 읽는 그의 능력을 빌어 자신의 계획들을 실행하고자 하고 있다.  

 연이은 살인 사건의 목격자로서 사건에 함께하게 되는 그의 모습도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경찰관이었던 그가 현직에서 물러나자마자 다시 사건에 합류한다는 것에서 그런 생각들이 드는데 K는 이 사건 속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이 사건들이 과거의 찬란했던 중세 시대와 엮어져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특히나 그 동안 참혹한 모습들로 발견된 이들이 과거의 성당 건축과 관련되어 있던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K는 이 모든 것들이 무언가 하나로 엮어져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게 되는 것이다.

 건물에 손을 대면 과거를 볼 수 있는 K를 따라 가다 보면 자연스레 체코의 역사는 물론 건축물들에 대한 정보 또한 얻을 수 있는데 체코에 대해서 조금 더 알고 있는 독자라면 이 이야기에 쉬이 빠져들 것이라 생각이 든다.

발전을 늦춰야 해. 멈춰야 한다고. 군주제는 느리고 안정된 삶, 과거에 대한 존경심, 전통에 대한 사랑을 제공하지. 변하지 않는 삶. 질서. 평화. 고요함. 시간. 바다와 같은 시간을 얻을 수 있어. 군주제의 황금시대는 언제나 우리 역사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였어. 14세기, 그리고 그 바로 뒤에는 19세기였지. 나도 자네처럼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내가 이렇게 뒤늦게, 전자 기술의 노예가 되어 버린 이 지옥에서 태어나 버린 걸 얼마나 후회하는지 자네는 이해할 수 없을 걸세 본문

 어찌되었건 과거의 찬란했던 중세시대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는 그뮌드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 보낼수록 K는 그가 가지고 있는 바람, 아니 욕망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가게 되고 그가 원하는 세상은 지금 그들이 있는 1900년대의 현재가 아닌 14세기의 모습들을 바라고 있다는 것에서 섬뜩함마저 불러일으키곤 한다.

 역사에 대해서 그저 관심이 많았던 K는 그뮌드와의 조우가 그저 자신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것이라면 그뮌드는 현재의 모습을 부정하고 과거에 존재했던 시간이나 현상을 현재로 부활시키기를 고대하고 있으니 이 둘은 동상이몽을 안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신성모독이라는 이름 하에 죽음을 당했던 이들을 하나하나 파헤쳐갈수록 드러나는 진실은 인간의 또 다른 악함을 드러내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어디에 존재하는지 모르는 일곱 번째의 성당이 당시에는 이 모든 것을 함께 당연하다는 듯이 지켜보고 있었으며 그 때가 체코의 황금시대로 군림하였다는 것과 지금은 사라져버렸다는 것.

 과연 이 몽환적인 이야기 안에서 일곱 번째 성당을 마주할 수 있을지, 그리고 과거에 살고 있던 그들은 현재에 자리하고 있는 이 공간 안에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모든 답이 이 안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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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죽음의 가면 / 에드거 앨런 포


 

 

독서 기간 : 2014.07.14~07.17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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