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꿈결 클래식 1
헤르만 헤세 지음, 박민수 옮김, 김정진 그림 / 꿈결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데미안>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이 딱 두 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이 책을 10대에 읽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라는 아쉬움이었고 두 번째는 모두가 다 읽었을 이 책을 지금에서야 읽기에, 대부분의 내용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과 이해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이 밀려들었다.

 첫 번째의 아쉬움이야 어찌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저 아쉬움만 안고서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밀려드는 허탈함과 과연 이 안에 담긴 것이 무엇일까, 라는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하는 나로서는 책을 붙잡고 씨름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물론 10대에 읽었더라면 지금의 내가 이해한 것보다도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이 정도의 나이가 되어 읽은 이 책을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안타까움을 넘어 절망감으로 치닫고 있었으며 내 모습을 본 동생을 책을 읽고서 그렇게 스트레스 받을 거라면 그냥 던져버려.” 라고 까지 이야기를 했으니 <데미안>을 읽는 내내 내 나름대로의 심연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데미안의 주인공이 데미안으로만 알고 있을 정도로 이 책의 내용에 무지했던 나는 싱클레어가 프란츠 크로머에게 사과를 훔쳤다는 거짓말을 한 이후로 그에게 속박되어 있었던 시간들이 지나고 나서 불쑥 등장하는 데미안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책 속 안의 데미안은 주인공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조연 배우 같은 느낌으로 싱클레어의 삶에 잠시 등장했다가 다시 사라지고 있었는데 비록 그가 등장하는 장면을 그리 길지는 않지만 그가 프란츠로부터 싱클레어를 구원해준 순간부터, 싱클레어의 마음 속에는 데미안에 깊숙이 뿌리 앉게 된 것으로 보이기에 데미안은 보이지 않지만 그가 데미안을 안 순간부터 계속해서 그와 함께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사실이 그랫다. 나는 갑자기 악마의 그물에서 풀려난 나를 보았고, 다시금 밝고 명량한 모습으로 내 앞에 펼쳐진 세계를 보았으며, 더는 밀려드는 두려움과 죄어오는 심장의 떨림을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다. 속박은 사라졌고, 나는 이제 고통에 괴로워하고 저주에 떠는 자가 아니라 예전처럼 평범한 학생이 되었다. 내 본성은 가능한 한 빨리 균형과 안정을 되찾고자 했으며, 추악하고 위협적인 많은 것들을 밀어내고 망각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내 잘못과 두려움의 기나긴 역사가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내 기억에서 지워져 나갔고, 별다른 상처나 인상도 남지 않았다. –본문

그러니까 싱클레어는 자신의 유년기 동안에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생각할 수 밖에 없던 부모님을 틀을 벗어나 새로이 마주한 세상인 프란츠를 통해서 어두운 세계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고 그 어둠 속의 공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이가 데미안이었으니, 싱클레어에게는 데미안은 친구를 넘어 구원자와 같은 느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데미안에게 고맙다는 인사보다는 조용히 다시 부모님의 세계로 편승하게 되며 그 이후 데미안과 멀어진 다음 다시 그는 술과 함께 나락의 생활을 하게 된다.

 모두가 그가 이제는 낭떠러지에 있는 것으로 보며 더 이상의 구원이 불가할 것이라고 생각할 때 조차 알폰스 베크가 들려운 야켈트 부인의 이야기를 듣고 그 문구점에 들어서지도 못하는 것을 보면서 아직 그의 내면까지 어둠이 가득 차지는 않았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는데 우연히 마주한 베아트리제를 보면서 그리기 시작한 초상화가 데미안을 지나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회귀되는 것을 보면서 그가 이전의 방탕했던 삶을 청산하고서 다시 이전의 밝은 세계로 돌아오게 된다.

 그렇게 그의 삶은 데미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늘 데미안이 함께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할 만큼 위기의 순간에 그를 잡아주는 이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피스토리우스를 통해서 우리가 남들이 가는 뻔한 길이 아닌 자신만의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그렇기에 그는 대학에 들어가서 의미 없이 시간을 지내는 젊은 이들의 모습을 보며 회의를 느끼게 되며 그리하여 그는 어떠한 인생을 살아야 할지에 대해 조금씩 인식하게 된다.

 그 모든 것은 부수적으로 나타나는 것에 불과했다. 누구에게든 참된 사명은 오직 하나,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것뿐이었다. 인간의 삶이란 시인으로 마감될 수 있는가 하면 미친 사람으로 마감될 수도 있고, 예언자로 끝날 수도 있는가 하면 범죄자로 끝날 수도 있다. 그것은 인간 스스로 정하는 일이 아니었고, 궁극적으로 전혀 중요한 일도 아니었다. 인간의 일이란 임의로 정해진 운명이 아닌 자신의 운명을 찾아내 그 안에서 온전하고 의연하게 살아가는 것이었다. 그 밖의 모든 것은 불완전한 것이고, 회피의 시도이며, 대중적이상으로의 도피이고, 순응이며, 자기 내면에 대한 두려움 뿐이었다. –본문

 오랜 시간을 지나 데미안과 그녀의 어머니인 에바 부인을 마주한 싱클레어는 이제서야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있는 듯한 안도를 느끼게 되는데 그의 이 평온한 상태는 전쟁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외부의 요인에 의해서 다시 흔들리게 된다.

 꼬마 싱클레어, 내 말 잘 들어! 나는 떠나야 할 거야. 언젠가 너는 프란츠나 그 밖의 다른 일로 다시금 내가 필요할지도 몰라. 그때 나를 부르면 말이나 기차를 타고서 단번에 달려오진 못할거야. 그러면 너는 네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해. 그러면 내가 네 안에 있음을 알게 될 거야. 알겠니?” –본문

 수 많은 사람들 틈에 함께하고 있어도 인간은 외로움을 느낀다. 아무리 나의 모든 것을 알아주는 이가 있다고 한들 나의 모든 것들을 뼈 속까지 알알이 이해하고 안아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몇 십 년을 같이 산 가족들도 어려운 일일 테니 말이다.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를 보면서 어린 싱클레어가 지금의 어엿한 청년이 될 때까지 데미안은 그의 곁에서 그가 자신만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어두컴컴한 길 위의 한 줄기 빛을 밝혀주는 조력자와 같은 일은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현재의 싱클레어가 완벽하게 다듬어 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제는 혼자 나아갈 수 있기에 데미안은 그를 홀로 남겨두고 떠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홀로 남은 싱클레어도 자신이 어떠한 길을 가야할지를 알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다사다난했던 유년기의 성장통은 값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책을 덮는 순간에는 막막했고 리뷰를 쓰는 지금도 이렇게 이해하는 것이 맞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에 조만간 다시 한 번 읽고 나서 리뷰를 다시 올려봐야겠다

 

아르's 추천목록

 

『수레바퀴 아래서』 / 헤르만 헤세저


 

 

독서 기간 : 2014.07.08~07.10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