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테보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지만 ‘쌍쌍바’는 알고 있었고 저자의 이름 역시도 이곳에서 처음 마주했지만 표지에서부터 무언가 평이하진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안고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의 양력을 보면서도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웃음을 안고서 무언가 묘할 것만 같은 이 책을 약 2시간 반여 만에 휘리릭 읽어 버린 듯 하다. 독특한 표지와 독특한 저자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마주하게 되는 평범하다고 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듯 하지만 주변에서 또 쉬이 마주할 수 있는 ‘신광택’은 그의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배달 일을 한다는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내가 대학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추운 날씨에 바깥에서 고생스러운 일을 해야 하고 그것은 곧 실패한 인생을 살고 있는 거라고 말했다. 내 생각을 달랐다. 인생은 성공과 실패는 하고 싶은 걸 하느냐, 하지 않느냐로 구분되어야 한다. –본문
이른바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한 삶의 시작은 대학에 들어가서 졸업장을 받아 사회로의 진출을 의미한다. 어느 대학에 들어갔느냐, 에서부터 삶의 등급이 매겨지고 그 이후 어디로 취업을 했으며 누구와 결혼을 했는지는 한 사람의 인생을 점수로 매기는 듯한 풍경은 익숙하기만 한데 이런 사회 속에서 대학은 포기하고 세차장에서부터 중화요리 배달부, 주류 관리 및 생수배달, 서적 관련 운송업을 넘어 예테보리 상상 레스토랑의 식기 세척 담당까지의 길을 걸어온 신광택은 꼭 있어야 하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낙제점을 받은 인생으로 치부되기 일쑤이다.
물론 사회가 그를 낙오자라는 꼬리표를 붙여 주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는 대학 입시 후 학문 탐구는 멀리하고 오로지 술과 연애에만 목매달고 있는 이들을 보면서 과연 그들이 성공한 인생인가에 대한 질문과 함께 어디에서건 최선을 다해 스뽀오츠 정신을 드러내고 있는 자신의 삶이 진정 성공한 삶이라 자부하며 살고 있다.
어쩌면 사람들은 속도 말고도 다양한 가치를 좇고 있는지도 몰랐다. 업무의 성취, 정치적 야망, 경제적 안정, 사회적 명예, 사랑과 결혼의 행복, 가정의 안위, 이 세 육아, 맛있는 맥주, 세계 여행, 딱지치기, 맛있는 요리 등등, 인간의 삶을 보람 있게 만들 수 있는 가치는 정말 많아 보였다. 내가 좇는 속도라는 건 너무 일차원적이고 추상적인 가치가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들곤 했다. –본문
속도가 최선의 것이라 자부하며 그 순간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의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2류 인생을 사는 사람으로 비춰지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물론 그의 첫사랑 현희마저도 그를 떠나버렸으니, 그가 현재 그 누구보다도 빠르고 강한 삶을 살고 있기는 하나 세상에 비춰진 그는 여전히 작게만 보인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술을 마시고도 개처럼 변하지 않는 남자들의 보이지 않는 내기에서 함께한 남자와의 대화를 통해서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들은 주목 받지 못한 그들만의 이야기에 대해 조명하고 있었고 무엇을 위해 뜨겁게 살아야 하는지, 과연 나는 무언가에 미쳐 열심히 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그런 그를 위해 아등바등 지내오는 그의 부모님들의 모습이 나의 모습들과도 오버랩 되어 한편으로는 묵직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한 분야 안에서 프로인지 아닌지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을 던지며 오늘도 일을 하고 있을 신광택을 보면서 과연 나는 그의 삶이 하류 인생이라 이야기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계속해서 되뇌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