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언제나 그렇듯 따스하고 애틋하기만 하다. 세상 모든 것이 내 것이 된 듯한 그 벅차 오르는 듯한 이 떨림은 그저 한 사람이 내 곁에 왔다는 것만으로 내 삶에 변화를 주게 된다. 온 세상이 나와 그 사람을 향해만 비추고 있는 듯한 그 아름다운 순간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설렘 하나만으로도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지금 이 순간, 이 책 속의 그녀는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맞이하고 있다.

그 영롱했던 시간들은 어느 샌가 사라지고 무언가 삐그덕 거리는 순간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종착역에 다다랐음을 알려주는 신호가 계속해서 비추고는 있지만 그 신호를 보내는 이와 받는 이는 동상이몽으로 서로 다른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첫사랑이기에 지키는 법을 몰랐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언젠가 나도 읊조렸던 이야기이기에 뭉클하게만 다가온다.

날짜가 가는 줄도 모르고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게 눈물만 흘리다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새 이별이라는 터널이 저만큼 멀게 느껴지곤 한다. ‘시간이 약이다’ 라는 이야기를 듣던 그 때만 해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라며 이 고통스러운 시간의 굴레가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았지만 어느 샌가 그 말에 끄덕이는 순간이 오긴 오는 것을 보면 이별을 받아들이는 것은 이별을 통보 받은 순간이 아닌 그 이후부터 계속 되는 것 같다.

그렇게 사랑을 지나 이별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오게 되면 지나간 시간들에 대해서 겸허히 받아들이고 스스로도 이전보다는 더 성장하게 되는 듯 하다. 한 때는 사랑했던 사람을 그 누구보다 원망하고 미워했다면 이제는 그러한 추억을 곱씹을 수 있게 해주는 그 사람에게 고마워할 수 있는 지금을 보노라면 그녀의 표정도 변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아무쪼록 그녀의 삶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행복한 지금을 보내고 있길 바라며 짧은 시간이지만 그녀를 통해 이전의 내 모습도 돌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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