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세상을 바꾸었다는 제목부터가 무언가 도전적으로 느껴진다. 식탁 위의 하나의 반찬으로 등장하거나 집안 한 켠의 화초로 자리하고 있거나 그도 아니면 지나가는 거리 안에서 마주한다거나, 혹은 이름 모를 풀들이 가득한 들이나 산에 자리하고 있다고만 생각이 들었기에 식물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하나일 뿐 나에게는 그 이상도 그 이하의 의미도 없는 초록 빛깔의 식물일 뿐이었다.
이 책에서는 그저 하나의 식물로만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 세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100가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책을 펴보기도 전에 우리의 식탁을 차지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소개 정도로만 생각했다면 실제 이 안에는 식탁을 넘어 과학과 우주까지도 넘나드는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었다.

시금치를 먹으면 천하장사로 변신하던 뽀빠이의 이야기는 시금치 안에 들어있는 철분에 대한 성분 검사표 상의 소수점 기재가 잘못되어 오인이 되면서 시금치는 철분을 무궁무진하게 담고 있다는 이야기가 떠돌기도 했는데, 어찌되었건 지금은 잘못된 부분은 다시금 밝혀졌고 시금치는 여전히 우리의 식탁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 시금치에게도 생각지도 못했던 모습이 있었으니 바로 질산칼륨으로 인해 도화선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머리를 좋게 한다는 것으로 알려진 호두의 경우에도 호두 껍질이 엔진의 묵은 때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어 기계 내부의 피스톤 청소와 엔진 청소를 하는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한다. 호두 껍질이 워낙 딱딱하기 때문에 혹시 청소를 하는 과정에 엔진을 마모시키거나 할 수 있는 염려는 다행이 철보다는 호두의 굳기가 덜 딱딱하므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스테이크의 옆에 한 조각씩 등장하는 파인애플의 경우 고기를 먹고 난 후 입안에 감도는 텁텁함을 제거하기 위한 용도인줄 만 알았는데 실제 파인애플 안에는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가 들어 있어 함께 먹으면 소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특히나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기 위한 항해를 떠났던 콜롬버스 일행들은 원주민들이 먹고 있는 파인애플을 보면서 사람을 먹는 식인종인줄만 알았기에 처음에 그들은 이 파인애플에 손을 대지도 못했다고 한다.
책을 보면서 반 정도의 식물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않을까 했는데 처음 들어본 것들도 상당 수 포함되어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지도 몰랐던 이 식물들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이 새삼 놀랍게 다가온다. 다만 그림도 그림이지만 식물의 실사가 함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기는 하나 쉬이 읽어내려 갈 수 있는 책이기에 이러한 식물들의 이야기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아쉬움을 달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