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의 애청자의 한명으로서 자연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노라면 그들의 세상에는 인간들의 삶보다 더 심오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것들을 보면서 절로 마음이 숙연해지는 것들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릴 때는 육식동물의 제왕이라 할 수 있는 호랑이나 사자들과 같은 맹수들이 초식 동물들을 잡아 먹는 것들을 보며 잔인하다, 무섭다, 라는 생각을 하곤 했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그들의 생태계를 바라보면서 그 어떠한 순간에도 허투로 자신들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며 자연이라는 거대한 대 서사시 속에 담겨 있는 그 어마어마한 것들을 다 알지도 못한 채 그저 인간만이 가장 위대한 동물이라며 살고 있었구나, 라는 것에 절로 고개를 내리게 된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어떻게 될 지도 모르면서 내일을 걱정하며 아등바등하고 있는 우리의 삶에 대해서 어떻게 하면 우리 스스로를 잘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끝에 저자가 내린 결론은 생물학에 대해서,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만이 어떻게 하면 잘 살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하고 우리 이외의 생태계는 자연히 굴러가는 줄만 알고서는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자연 속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에 대한 답을 찾게 되었으며 그 오랜 관찰과 고민의 결과가 바로 이 책 안에 담겨 있는 것이다.
생물학은 다른 분야에 비해 '법칙'이 별로 없다. 대신 '방식'이 많다. '살아 있음'이라는 대전제 아래 각자 나름의 생존방식을 개척하고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생명체의 생존방식(생존전략)은 세상이 내준 영원한 숙제인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물음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이 답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살아 있을 수 없다. -본문
이 책을 찾아보면 알 수 있겠지만 경제, 경영이라는 파트로 분류되어 있기에 사실 초반에 읽을 때만 해도 자연을 통해서 배우는 경영이라는 생각에 그렇게 많은 것들이 지금의 나에게 와 닿을까, 라는 의문을 가지고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고민이 모두 기우였다는 것은 초반의 1~2장만 넘겨봐도 쉬이 깨달을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경영자들을 위한 그들만의 책이 아닌,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전해질 수 있는 자연의 진리가 담겨 있었고 이 자연이라는 거대한 지붕위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배워야만 하는 삶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됐겠지, 라는 생각으로 이전과 같이 3M를 뛰어넘은 메추라기 앞에 자칼은 콧방귀를 뀌며 그들을 낚아채고 있다. 이 정도면 됐어, 라고 안주하는 순간에 마주하게 되는 생과 사의 갈림길이 자연이라는 굴레이며 오늘도 그저 시간만 보내다 퇴근을 꿈꾸고 있는 한 마리의 메추라기가 바로 나와 같은 모습이라 간담이 서늘해 지기도 한다.
또한 어떠한 분야에 있어서 독보적인, 다른 이들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가고 있다면 되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나만의 길을 찾아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치타의 서글픈 운명은, 비록 그 모든 것들이 치타의 탓도 아닌 인간이 만들어낸 결말도 있겠지만 어찌되었건 가젤만을 쫓아다니는 치타로서는 가젤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요즘에 있어서 빠른 달리기로 전략화 되어 있는 강점이 때론 그들의 목을 죄어오는 모습을 보며 그들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해서 한 길만을 걸어온 것이 이제는 사행길로 가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아련하게만 한다.
선택과 집중, 한 우물 파기 전략으로 표현되는 '전문화'는 자연의 세계에서 생명력을 획들하는 탁원할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전문화는 생태계 호나경과 연동되어 있을 때 적절해진다. (중략)아무 생각 없이 한 우물만 파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세상의 변화를 읽으면서 환경에 맞는 우물을 판다. 방향이 있는 우직함이다. -본문
집 안의 구석에서 거미줄을 마주하게 되면 그야말로 불청객이 아닐 수 없기에 눈살을 찌푸리며 제거하기에 급급하다. 어쩜 저런 구석에 촘촘히도 집을 지어 놓았는지, 거미에게는 미안하기는 하지만 그들이 만들어 놓은 터전을 제거하는 것이 이 집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그저 제거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마주한 그들의 이야기는 경이로움을 떠나 그 줄 하나하나에는 삶의 전략이 있었다는 것에서 배우게 된다.
자신들이 원하는 나무가지에 거미줄이 달라 붙을 때까지 바람과 점성이 하나되어 그곳까지 날아갈때까지 끊임없이 거미줄을 날리는 거미는 그야말로 끈질긴 노력을 하고 있다. 끈적끈적한 실 때문에 거미줄을 만들어 놓기만 하면 먹이 사냥에는 문제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들은 그 순간을 위해서 자신들의 모든 것들을 걸고서는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씨줄과 날줄도 그냥 되는 대로 얽어매는 게 아니다. 동그라미 형태를 띠는 가로줄은 멋모르고 찾아온 먹잇감이 착 달라붙을 수 있어야 하기에 끈적끈적한 점성이 있는 줄 치지만, 가운데에서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는 세로줄은 자신들이 왔다 갔다 해야 하는 길이기에 점성이 없는 줄은 친다. 줄의 간격도 중요하다. 너무 성그련 먹잇감들이 빠져 나갈 것이고 너무 촘촘하면 줄을 너무 많이 만들어내야 하는지라 에너지 소무가 만만치 않을 테니 세심하게 조정한다. -본문
모두가 몸을 사리고 피하기 급급한 폭풍전야 속으로 몸소 뛰어들어 그 안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운다는 기적의 새 '알바트로스'는 그야말로 전설의 새가 아닐까 싶었는데 검색을 통해서 찾아보아도 1885년 부산에서 1번 잡힌 것이 전부였다는 기록을 보면서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이 아닐 수 없다는 것에 신기하기만 했다. 하늘을 나는 새 중에 최고의 새가 아닐 수 없는 알바트로스는 어찌하여 폭풍의 중심에서 생과 사를 넘나드는 그 위험천만한 곳에 있는 것인지에 대해 배우면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자연이라는 굴레는 그저 그들 스스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무수한 노력의 결실이 지금을 만들어나간 다는 것에서 나약한 인간이 그들을 통해 배울 것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어떠한 다큐멘터리보다도 살아있는 다큐멘터리를 마주한 듯한 이 책을 보면서 삶에 대한 깊은 반성은 물론 배움을 얻어간다. 자연은 결코 혼자 흘러가는 것이 아닌 그 안에 수 많은 전략들이 집대성 되어 있는 공간이며 그 공간이 이토록 완벽하게 움직인다는 것에서 우리는 여전히 자연을 통해서 배워야 할 것들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