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토리 자매, 라는 어감도 어감이지만 표지의 내용이 따스해 보이는 것이, 한동안은 표지를 보고서 책을 고르는 버릇을 없앤 줄만 알았는데 이 책 만큼은 단언컨대 책의 표지에 먼저 동해서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물론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작가를 믿었기에 별다른 의심하지 않고 골랐던 책이었는데 표지나 띠지에 담겨져 있는 그 따스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책이었다. 도토리를 기반으로 해서 수 많은 것들이 가지에 걸려있다. 빨간 하이힐에서부터 종이비행기, 후라이팬과 각종 사탕이나 과실들이 주렁주렁 달려져 있는 이 그림을 책을 읽어가다 보면 자연히 이해하게 되면서 이 안의 내용을 압축하여 잘 그려 놓았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우리도 사고로 부모님을 잃었습니다. 그 슬픔이 아무는 일은 절대 없겠죠. 그것은 마치 불치병을 안고 살아간다, 이것이 나다, 부모님을 잊지 않고 함께 안고 가자,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편해 졌습니다. 그리고 하루 일과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일도 조금씩 늘어났습니다. -본문 일본어로 '돈구리'로 발음되는 도토리를 그녀의 부모님들은 언니에게는 '돈코'라는 이름은, 동생에게는 '구리코'라는 이름을 지어주시면서 그들만의 도토리 자매가 탄생하게 된다. 쌍둥이 자매도 아님에도 이렇게 작명을 하신 그들의 센스를 보면서 참 귀엽다 혹은 아기자기 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게 부모님이 이름에서부터도 떼어놓을 수 없는 도토리 자매로 만들어 놓으신 그들은 안타깝게도 그 자매만을 남겨두고서는 세상을 떠나게 된다. 가끔 그럴때가 있다. 생면부지 모르는 이에게 오히려 나의 이야기들을 술술 털어놓기도 하고 반대로 그들이 나에게 그러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경우 말이다. 그 어떠한 연관고리도 없기에 다시 볼 일도 없을 것만 같은 그들에게 그 누구에게도, 때론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들을 터 놓으면서 그 목소리가 울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무어라 딱 떨어지게 설명할 수 없는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도토리 자매입니다. 이 홈페이지 안에만 존재하는 자매죠. 별거 아닌 얘기를 나누다 보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일, 없으세요? 언제든 우리에게 메일 주세요. 어떤 내용이든 괜찮습니다. 정해진 틀 안에, 정해진 글자 수만큼이라는 규칙은 있지만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답장은 꼭 보내겠습니다. -본문 이 도토리 자매는 그녀들이 겪었던 파란했던 시간들을 건너 타인의 이야기들을 들어주는 그러한 일을 하게 된다. 이른바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이트를 개설해 놓고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서 그에 따른 답변을 이메일로 전해주는 형식이었는데, 이 사이트를 통해서 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녀들 역시도 스스로 내면의 성장을 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안의 오가는 내용들이 세상의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앞날이 없어도 같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살자고 이야기하며 절망 속 희망을 보는 것처럼 그녀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고 그 누군가가 나의 마음에 잠시나마 위안을 주는 그 순간 그들의 심장은 서로를 관통해 빛을 내고 있었으며 그 순간의 빛이 또 오늘을 살아 내일을 위한 도약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아련한 마음은 물론 조용히 미소를 머금게 해주는 이야기들을 읽어내려가면서 나도 모르게 도토리 자매에 위안을 얻을 기분이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어딘가 있을 그녀들의 사이트를 통해서 수 많은 사람들이 위안을 받듯 나도 누군가의 위안이자 또 누군가에게는 기댈 수 있는 그런 오늘을 보내보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