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말마따나 이 자그마하지만 따스한 느낌의 책을 펼치는 순간,현재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서 가만히 그 페이지에 꽤나 오랜 시간을 잡혀 있었다. 오로지 미안한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지금의 시점에 너무도 절실히 필요했던 이 이야기를 보면서 그렇게 천천히 책장을 넘겨 본다.

한 나무 위의 여러개의 잎사기들이 있다. 대게는 그저 '잎'이라고 불리우는 것들 안에도 나름의 이름들이 있었는데 주인공 잎사귀의 이름은 '프레디'였으며 그의 친구들은 '알프레드', '벤', '클레어'가 있다. 그 중에서도 프레디가 가장 많이 의존하는 것은 바로 '다이엘'이었는데 이유인 즉, 다니엘은 프레디에게 세상의 모든 것을 알려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 많은 나무가지 속의 하나의 잎이기에 프레디는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그저 나무에 달려 있는 수백개의 잎사귀 중 하나일 뿐이었으나 그런 그에게 삶의 존재의 이유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바로 다니엘이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휴식의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자신들의 존재 이유라는 것을 말이다. 어느 날 다니엘이 프레디에게 말했다. 삶의 의미 중 하나는 바로 그늘을 선물하는 것이라고. -본문 
대게는 나를 위한 삶을, 우리 가족을 위한 삶이라는, 나를 기반으로 한 것들에만 관심을 가지고 타인을 위한 것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 관심을 가져야지, 라고 생각하기 일쑤이다. 하지만 이 나뭇잎들의 대화를 듣다보면 그들은 철저히 타인을 위해서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인지하고 있다는 것에서 나만을 위한 삶과는 다른 행보를 가고 있다는 것을 마주하게 된다. 내가 아닌 남을 위한 삶. 과연 나는 내가 사는 동안 얼마 동안이나 이러한 생각을 해 보았을까. 그렇게 시간이 지나 봄을 거쳐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 잎사귀들이 옷을 갈아입는 가을이 도래한다. 한 나무 아래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던 이들이지만 그들은 각자 다른 색깔의 잎사귀로 변하게 되는데 그러한 모습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프레디에게 다니엘은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가을을 지나 겨울의 문턱으로 들어선 프레디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죽음'이라는 그림자에 대해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당연히 내일이 있을것이라 생각했던 이들에게 다가오는 그 검은 그림자에 대해서 막연한 공포를 느끼고 있을 즈음, 다니엘은 프레디에게 들려주고 있다. 살아이는 것들은 모두 언젠가는 죽어. 얼마나 큰 생명이든, 얼마나 작은 생명이든, 얼마나 가녀린 생명이든, 얼마나 튼튼한 생명이든, 그런건 조금도 상관이 없어.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일을 하는 거야. 해와 달과 바람과 비를 우리 몸으로 경험하는 거야. 춤추는 법을 배우고 웃는 법을 배우는 거야. 그러고 나면 죽는 거야. -본문 그 동안 만났던 수 많은 이들과의 아름다웠던 추억을 떠올리면서 그것이면 충분하다 말하는 다니엘을 보면서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과연 이렇게 떠나는 마지막에 지금까지 왔던 길을 되돌아보며 그것으로 됐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무언가를 더 내 손에 얻지 못했던 것들에 혹은 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회한을 안고 아쉬움을 토해내는 것이 대부분일 것만 같은 상황 속에서 다니엘은 그 시간 속에서 자신이 해 왔던 역할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았음을 깨닫고 있는 것이다. 프레디는 알지 못했다. 이제 더 이상은 쓸모없이 바짝 말라버린 자신의 몸이 그 눈 녹은 물과 만나 나무를 더 튼튼하게 만들어 주리라는 것을. -본문 그렇게 아스라히 사라진 그들의 삶은 다시금 또 다른 생명의 기반이 되어 이듬해 봄에 영롱한 새싹으로 태어나게 될 것이다. 짧은 한편의 소설을 부여잡고서는 꽤나 오랜 시간 많은 상념들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태어나는 것부터 시작하여 무엇을 위하여 삶을 살고 우리는 무엇을 향해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을 위해 우리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들에 빠져보게 된다. 무수히 많은 나무 속 나뭇잎처럼, 우리는 그러 나뭇잎이라는 이름을 알고 살아갈 지는 모르지만 그 안에는 각자의 이름을 가진 이들이 살고 있던 것처럼 그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보면 우리는 이 아름다운 나무 속의 주인공들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바야흐로 그 나뭇잎속의 하나하나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 누군가의 쉼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이 짧은 소설을 많은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