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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인 ‘늑대’는 ‘카밋’의 주인인 Wolf를 번역해 놓은 것으로, 주인공 스티븐 울프를 구한 개이기에 <늑대를 구한 개>라는 제목으로 발간 된 듯 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제목이 조금 더 마음에 와 닿는 것이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기는 하지만, 어찌되었건 주인인 울프를 구한 개인 카밋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더 따스하게 다가왔다.
우리에 가둬져 학대당한 후에 다른 수많은 그레이하우드들과 타원형트랙에서 경주를 벌여야 한다. 몸이 성할 리 없다. 엉덩이와 다리는 산산조각이 난다. 척추는 부러지고 뇌도 망가진다. (중략) 이러한 위험 속에서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처량한 신세다. (중략) 개를 먹이고 키우는 데는 돈이 들기 때문에 사육장에서는 더 이상 이런 개들을 데리고 있으려 하지 않는다. 그레이하우드 사육자들은 매년 수만 마리의 그레이 하운드를 번식시키기 때문에 언제든 쓸모 없어진 개들을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본문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주견이라는 ‘그레이 하운드’는 그 화려한 수식어의 뒷면에는 안타까운 현실이 담겨 있었다. “빠른”과 “경주견”이라는 것이 함께 하지 못할 때, 그레이 하운드는 몸을 구부려야만 지낼 수 있는 작은 철창 속에 갇혀 최소한의 음식으로만 연맹을 할 수 있었고 그나마 이것도 그들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온정이 있을 때의 이야기지, 경우에 따라서는 학대 받는 개들도 심심치 않게 드러났으며 울프에게 온 카밋 역시도 화재 현장에서 구조된 개로 그 배경에 대해 전해들은 이야기를 듣노라면 울컥함이 밀려들었다.
경주견 출신 그레이하운드는 달랐다. 가축처럼 키워졌기에 사람과 교감할 기회도 별로 없었다. 남의 비위 맞추는 건 누군가로부터 사랑 받는 것 만큼이나 낯설다. 물론 카밋은 기회가 있을 때도 달아나지 않는걸 보면 다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식중독을 앓았을 때 카밋이 침실에서 자기 침대를 끌어내 내 옆에 자던 걸 보고 나에게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본문
경주견을 반려견으로 함께 한다는 것을 넘어 울프와 카밋은 세상을 놀랄 더 엄청난 일들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보조견’으로서 카밋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보조견이라는 이름보다도 안내견으로 더 익숙한 그들은 대부분 골든 리트리버 종이다. 온순하기도 하고 그만큼 훈련을 시키기에도 적합하기에 그들을 안내견으로서 훈련시키는 것일 텐데 이러한 골든 리트리버도 아닌 경주견으로서 이름을 날리는 그레이 하운드를 보조견으로 훈련시킨다는 결심을 한 울프에게 조련사들도 두 손 두 발 다 들며 불가능한 것이라 말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 누구의 도움을 받지도 못한 채 순전히 울프와 카밋을 그들만의 교육과 룰을 통해서 점점 더 반려자와 변려견으로서의 돈독한 정을 쌓아가게 된다.
이 멋진 개가 날 선택한 이유는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카밋은 경견장에서 엄청난 시련을 겪어야 했다. 그런데도 모든 걸 용서할 수 있는 그 마음의 깊이를 결코 다 헤아릴 순 없을 것이다. 카밋은 사랑, 우정, 그리고 새벽에의 무한한 기대감과 같은 영원불멸의 가치들을 일깨워주기 위해 애써왔다. –본문
울프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구해준 것도 카밋이었고 그가 넘어질 때면 지탱할 수 있도록 곁에서 기다려 준 것도 카밋이었다. 그가 수술실에 들어가 오랜 시간 동안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에고 카밋은 늘 그의 곁을 지키고 있다. 그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카밋은 자신이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으며 그것은 종을 뛰어넘은 아름다운 사랑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