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알사냥꾼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염정용.장수미 옮김 / 단숨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처음 이 책을 받아 들고서는 막막함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이전에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읽고 나서는 스릴러 장르는 개인적으로 별로 맞지 않는 듯 하여 그 이후로는 이 장르를 손도 대지 않고 있었고 다카노 가즈아키의 <KN의 비극>을 읽고서는 이틀 연속 혼자 잠을 이룰 수 없었기에 <눈알사냥꾼>을 받아 들고서는 발만 동동 구르고서는 어떻게 읽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에 시작하기도 전에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개인적으로 스릴러 장르에 대한 소설들을 읽을 수 없는 체질이라고만 생각했고 그리하여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구태여 먹어 보려는 시도 따위는 하지 않는 꼬장꼬장한 입맛의 주인공처럼 스릴러 물은 바라보지도 않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 둘 올라오는 서평이나 이 책을 읽을 이들의 조언을 조각조각 모아보면서 그렇게 징그럽거나 무섭지 않아요라는 이 한 줄을 위안 삼아, 물론 여전히 이 책에 관해서는 信보다는 疑에 대부분을 치중하면서 어렵사리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그리고 마주하게 된 경고문’. 저자는 이 책의 초입에 경고를 두고서는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었는데 호러물이나 잔인한 영화들을 보게 되면 청소년이나 임산부, 심신미약자들은 보지 말 것!과 같은 경고문이 아닌, 이전의 작품인 <눈알수집가>를 읽지 않아도 읽어 내려가는데 별 문제가 없다는 내용으로 사실은 경고문이 아닌 안내문이었다. 물론 나는 이 부분에서부터 심장을 바짝 조이며 책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고, 결론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이 작품을 읽지 않았더라면, 나는 스릴러 장르에 대한 편견을 평생 깨지 못했을 것이며, 이러한 작품을 읽지 못했다는 것에서 후회도 하지 못한 채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지나갔을 것이라는 생각에 책을 덮은 지금은 어렵게라도 책을 읽기 시작한 나의 선택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에 대해 안도하고 있다.

 지금 한가지 고민이 있다면 이 엄청난 이야기를 대체 어떻게 리뷰로 담아낼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이다.

 45시간 7분이라는 시간 동안에 납치되어 있는 아이를 구해내지 못하면 그 아이는 공기 부족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 아이를 구조할 수 있는 이는 세상의 단 한 명, 아이의 아버지이며 이 끔찍한 사건의 범인은 일명 눈알사냥꾼으로 불리는 프랑크 라만이라는 자다. 지금 그는 알렉산더 초르바흐의 아들인 율리안을 인질로 잡고 있으며 그가 제시했던 45시간 7분이 지난 지금, 초르바흐가 아들을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눈을 향해 권총을 발사하는 것뿐이다.

전에는 특정한 사람들과 접촉할 때만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부정적이고 해로운 에너지로 충만한 사람들과 신체적으로 접촉을 하면 그 에너지가 자신에게 옮겨오는 거라고. 후에 초르바흐 곁에서 악몽과 같은 방황을 하면서 그녀는 알게 되었다. 자신이 고통을 느끼면서 상대방을 만질 때만 그의 내적인 세계와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본문

 초르바흐의 친구이자 물리치료사라는 그녀의 직업보다도 과거 혹은 미래를 내다 보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일리나는 차린 주커를 마사지 하면서 그가 벌인 범죄에 대해서 결정적인 힌트를 얻기 위해 경찰의 보호 속에서 주커 앞에 서 있다. 물론 그녀는 처음에 그에게 손도 대는 것도 끔찍하게 여겨졌지만 얼마 전 그녀의 집에 찾아온 요한나 슈트롬을 마주하고 초르바흐를 마주한 그녀는 주커를 마주하는 것만이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에 그녀는 이 공간 안에 있는 것이다.

 자신을 향해 총을 쐈던 초르바흐는 현재 슈바넨베르더 7번지에 있었다. 세상은 그가 사라진 것으로만 알고 있지만 현재 그는 살아 있으며 그의 아내인 니키는 물론 아들 율리안까지 눈알 사냥꾼에게 빼앗긴 지금, 동일한 안가에 주커로부터 고문을 당했던 타마라 슐리어가 자신의 집을 계속해서 벽에 그리고 있다는 사실에서, 그리고 그 그림이 율리안이 그렸던 것임을 깨닫는 순간, 그는 눈알 수집과와 주커 사이에 어떠한 연관이 있을 것이라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그는 불가능하리라 보이는 그의 몸을 움직이고 있었으며 그의 곁에는 한때는 앙숙처럼 보였던 슐레가 함께 하고 있다.

 이해할 수가 없네요.” 나는 더듬거리며 솔직히 말했다.
주커는 당신이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감옥에 갇혀 있었어. 그가 어떻게 내 아들의 그림을 입수할 수 있었지? 왜 그는 그 그림을 골랐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당신에게 전할 수 있었지? (중략
)
여기에 주커는 개입되어 있지 않아요. 그는 이미 오래 전에 제게서 원하는 것을 다 얻었어요. 저를 파괴했고, 저랑 끝을 봤어요. 그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어요.” –본문

 그리고 이어지는 슐레의 부상과 주커로부터 납치된 알리나는 니콜라를 만나게 되고 주커를 돕고 있다는 이리나의 존재까지 마주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로 빠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들이 퍼즐의 조각을 맞추어 가듯 하나하나 제자리를 잡아가게 되면서 느끼게 되는 그 강렬한 무언가는, 어떠한 문장으로도 형언할 수 없는 짜릿함과 동시에 어떻게 이러한 생각들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경외심 마저 들게 한다.

어디 해보시죠.” 그가 태연하게 말했다. “방아쇠를 당겨보세요. 그러나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이 있어요. 만약 지금 나를 쏜다면 당신 아들의 살인자를 죽일 총알은 더 이상 남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그 자는 바로 옆방에서 대기하고 있어요.” –본문

 단 한 순간도 이 소설의 이야기에 눈을 떼지 못한다고 확언했다. 매 순간 집중했으며 그 매초마다 등장하는 인물이나 이야기 속 힌트들에 대해서 놓치지 않으려 집중해서 책을 읽어나갔다. 문제는 그럼에도 드러나는 반전에 반전에 반전은, 나의 상상력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구나, 라는 한탄과 그와 동시에 저자의 이야기에 감탄이 계속될 수 밖에 없었으며 마지막 그가 말하는 이야기를 듣노라면 이 모든 것들이 온전히 그의 머리 속에 들어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게 된다.

 이것이 여러분이 나에게서 듣고 싶어하는 결말인가? 그렇다면 영화관으로 가는 것이 낫겠다. (중략)

실망시켜서 미안하다. 나는 할리우드 시나리오를 쓰고 싶지 않다. –본문

 너무도 냉철하리만큼 모든 조각들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끼워 맞춰진다. 종착점이겠지 하면 또 다시 길이 보이고 그 길은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것으로 나타나고 있었으며 마지막이라 생각했던 그 곳에서 나는 어떻게 이 모든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것인가, 에 대한 생각만이 계속 들었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죠? 너무도 흥미 진진한 것은 분명하지만 당신 좀 이상한 것 같아요, 라고 말하는 독자에게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당신 역시 그다지 평이하진 않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후기를 보면서, 그가 삶이 평이했는지 아니 였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떠나, 그의 이야기가 계속 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끝이지 않는 감탄사와 엄청난 속도로 그의 이야기를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이 책을, 편견 없이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당신 역시 이 책에 매료되고 말 것이니 말이다.

 아직도 표지나 제목이 잔인하다고만 느껴지는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렇게 믿기 때문에 당신의 눈에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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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알수집가 / 제바스티안 피체크저

 

 

 

독서 기간 : 2014.04.23~04.24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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