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잰걸음으로 출근하느라 종종거리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시작은 버겁게만 느껴지게 된다. 하루 30분 걷는 것이 좋다고는 하지만 생각해보면 출퇴근 하는데 종종거리는 몇 분과 사무실 내에서 움직이는 얼마의 시간, 그리고 점심을 먹으러 움직이는 시간. 그렇게 하루 동안 걷는 시간을 헤아려 보면 채 20분도 안되는 시간인 듯 하다. 문제는 그 시간마저도 충분치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이외의 시간들을 걷으려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금더 빨리 조금더 많이 일을 처리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걷는 시간들을 아깝다는 생각을 하곤 하기에 걷는 것에 대해서 딱히 다른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얼마나 안일했던 것인지에 대해 배우게 된다. 한때 몹시도 사랑했던 여정으로 몇 년 만에 다시 돌아온 여행자인 만큼, 내가 전에 했던 말을 똑같이 되풀이하지는 않으려 한다. 그 여행자는 그때와는 사뭇 달라진 사람이어서 같은 길 위에서라해도 그때와는 다른 것을 본다. 더구나 풍경 자체도 달라졌다. -본문 매일 아무런 생각없이 걷고만, 아니 이동하기 위해 그저 걸을음 옮기는 것이 전부였던 나에게 저자는 걷는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그저 걷는 것이 아닌, 지나다니는 사람들에 대해 마주하게 되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내면에 있는 이야기들을 마주할 수 있는, 그야말로 자신을 위한 오롯한 시간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렇기에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거든 즐거움에 대해 말하며 글쓰기를 계속 하게 되었으며 원래는 비어 있었을 흰 종이위에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담은 것은 그가 디뎠던 길들 만큼이나 수 많은 발자국에 대한 이야기임을 말하고 있다. 특히 몇 주나 몇 달 동안 이어지는 걷기는 오랜 입문 의식인 만큼 길 위에서 활기찬 움직임을 절대 멈추지 말아야 한다. "아무 이유 없이 무심결에 떠오르는 생각은 곧 스쳐 지나가기 마련이다. 반면에 그렇지 않은 생각들은 급류에도 휩쓸리지 않는 바위처럼 나에게 꼭 맞는 일부가 된다. -본문 의식하며 걷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그저 잠시의 시간을 내어 걷는 그것만을도, 늘 마주했던 같은 대화 상대나 근심거리를 떠올리면서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 아닌 오롯이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며 주변 속의 나를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행위는 도심이나 관광지 속에 눈을 돌리며 바라보는 이들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인데 잠시나마 자신의 마음을 훑고 가는 이 행위를 통해서 감정은 최소화되며 그 안에서 차분하게 내면과 풍경 속에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수로는 1762년에 말제르브에서 평생 살면서 느꼈던 최고의 순간은 젊은 시절보다는 오히려 은퇴 후 자신이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고독한 산책이라고 고백한다. 그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정원 안쪽으로 가서 태양을 감상한다. 잡다한 일들로 아침나절이 지나고 나면 서둘러 점심을 하고 오후에 또 누가 찾아올 새라 방문객들을 피해 달아난다. -본문 이러한 걷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도시 속에서도 계속되게 되는데 보행자와 산보객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장을 보러 가는 그 잠시의 시간 동안도 거리를 이용하여 산책을 하는 방안들을 들려주고 있다. 시간이 없어서 혹은 귀찮거나, 때로는 너무 바빠서 할 수 없었던 걷는다는 행위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 읽다보면 그 귀중한 깨달음을 할 수 있는 시간들을 왜 모르고 지나갔었나에 대한 반성들을 해보게 된다. 수 많은 사람들을 지나 눈에 스치는 수 많은 그림들을 안고서 내 안의 물음들을 들여다 보기 위해 오랜만에 산책을 다녀왔다. 책을 떠나 잠시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 느리게 걷는 즐거움을 종종 즐겨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