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주례사 - 사랑에 서툰, 결혼이 낯선 딸에게
김재용 지음 / 시루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르's Review

 

   누군가의 엄마이자 딸로서 살아왔던 그녀는 자신이 지내왔던 시간 속에서 때로는 힘들기도 하고 버거웠던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왔는지에 대해 담담히 들려주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이것이 결혼생활이구나, 라는 것을 조금씩 배우게 된다. 특히나 결혼에 대해서 이를 테면 결혼이라는 것이 핑크빛의 아름다움만이 가득할 것 같은 동화 속 공주와 왕자를 꿈꾸며 예쁜 드레스를 입고서는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그녀는 그것은 그저 환상일 뿐이며 결혼이 우리의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아니니 결혼을 앞두고 있는 딸들에게 결혼은 오롯이 혼자 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들려주고 있었다.

  남편과 함께 하리라는 생각으로 결혼을 했지만 사회 초년생이었던 남편 역시도 사회와 가정을 모두 똑같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기에 매일 12시가 다 되어서야 퇴근을 했으며 그 동안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어야 했던 그녀의 일과는 녹록치 않았다. 특히나 남편이 출근을 하고 나서 시어머니와 단 둘이 작은 공간 안에 있어야 했던 그녀는 그 시간들이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지만 남편에 대한 조언들을 구하면서 까칠하기만 했던 고부 사이를 점점 유연하게 만들어 갔노라 고백하고 있다.

 돌아가신 박완서 선생님이 시어머니와 며느리, 두 여자를 같은 부엌에 몰아넣는 것은 문화적 폭력이다.” 라고 썼을 만큼 설거지 하는 방법까지 다른 네 할머니와 다른 집에 살면서 느끼는 갈들은 얼마나 컸겠니. 그래도 일기를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풀려서 마지막 문장에는 그래도 잘해야겠다, 라고 끝맺곤 했지 본문

 시부모를 모시고 산다는 것은 결단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나의 부모님과 사는 동안에도 종종 의견 충돌이 발생하곤 하니 몇 십 년 동안 완전히 다른 생활 방식을 지내왔던 그네들이 함께 산다는 것은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나 다름 없었을 것이다.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는 것에서 별 다른 고민 없이 오케이를 외쳤던 그녀 앞에는 어머니뿐만 아니라 수 많은 일들을 감내해야만 했다는 것을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내 스스로 견딜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좋은 게 좋은 거겠지.” 하면서 그 모든 것을 내 어깨에 짊어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포기할 것은 포기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해주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남편 혹은 시부모와의 문제였다면, 그리고 지금 나에게 닥친 문제들이라면 아마도 속으로는 울고 있어도 하고 대답했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저자는, 누군가의 아내이자 며느리가 될 자신의 딸에게 못하겠다고 생각되는 것은 못하겠다, 라고 대답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것임을 조언해주고 있었다.

 결혼생활 중 부딪치는 작고 사소한 문제들은 그냥 눈감아주더라도 정말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해. 그래야 처음부터 갈등의 시앗을 키우지 않을 테니까. 내 결혼생활의 처음이자 마지막 까칠함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참 잘한일 같아. 결혼은 무엇보다도 환상을 깨고 현실을 바로 보는 것이라는 걸 꼭 기억해 본문

 아직 그 길을 가보지 않은 나와 같은 그저 평범한 딸들은 결혼 생활에 대한 달달하고 폭신한 솜사탕과 같은 것으로만 바라보고 있을 테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결혼의 진실을 한번 훑어본 느낌이다. 물론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세상이 그녀의 앞에 펼쳐졌으며 아마 그 중 대부분의 것이 나에게도 도래할 미래일 것일 게다. 현실을 조금이나마 즉시 한 지금 이전과는 다르게 결혼에 대한 환상은 사라졌을지언정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오히려 결혼에 대한 더 많은 갈망을 키워나가게 된 듯 하다. 유리궁전 속에만 살고 있던 나에게 현실을 알려준 엄마의 따스한 이야기들은, 아마도 내가 살아갈 많은 날들 속에서 잔잔한 위로이자 힘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르's 추천목록

   

『나였던 그 발랄한 아가씨는 어디 갔을까』 / 류민해저

 

  

 

독서 기간 : 2014.04.01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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