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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문제를 푸는데 있어서, 특히나 사고가 집중되는 수학 문제를 푸는 동안에 있어서 그 문제를 푸는 방법은 손과 연필을 열심히 굴려서 머리 속에 있는 각종 대입 식을 넣고 풀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중, 고등학생 때 쌓여져 가는 연습장을 보면서 괜히 혼자서 흐뭇하게 바라보곤 했었으며 그렇게 연습장 가득 공식이며 풀이가 가득해질수록 나는 점점 수학을 알아가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 3년 동안 흰 달걀만 찍어댄 사진가 지망생의 이야기와 함께 달걀을 자르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보면서 너무 쉬운 문제라며 금새 답을 말하곤 했지만 나의 답은 언제나 그 틀이 정해져 있었다. 그러니까 하나의 답 이외에는 다른 것들은 전혀 생각지도 못해놓고서는 달걀을 자를 수 있는 다른 방법에 관해 정리되어 있는 방법들을 보면서 그저 피식 웃으며 그것들에 대해서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대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어찌되었건 그 이상의 것들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못한 내가 어찌하여 이렇게 방자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특별히 창조를 위한 것이 아닐지라도 우리는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고 상상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자유로운 상상조차도 기존 지식과 자신의 경험에 의해 크게 지배를 받는다. (중략) 어떤 문제를 해결하거나 창의적 발상을 할 때도 이와 같은 현상을 많이 볼 수 있다. 단순한 상상이 구조화되듯이 ‘생각’이라는 것도 구조화된다. 사실 생각은 ‘단순한 상상’보다 훨씬 강력하게 어떤 시스템의 지배를 받게 된다. 왜냐하면 생각은 그 생각을 만들어주는 지식과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본문
어떠한 문제를 풀어가는데 있어서 그저 당연한 것들이라고 생각했던 그 순간 조차도 우리의 뇌는 그 하나하나를 인식하고 있었으며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눈에 보이는 것들을 묶음으로 생각하는 ‘클러스터링’의 효과를 보면서, 물론 그것도 조금만 균형이 무너지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키는 우리의 구조를 보면서 뇌의 반응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는지에 대해 알아가면 알수록 이전보다는 수월하게 문제들을 마주하게 된다.
손의 흔적을 눈이 기억을 하도록 여유를 주어야 한다. 이미지를 계속 노출시키면서 하나의 패턴으로 자리 잡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원초적인 이미지 패턴을 익히는 훈련이기도 하며 관찰과 실험으로 가는 연습이기도 하다. 지우면 공책은 깨끗해진다. 그러나 두뇌 속의 이미지도 사라진다. –본문
그 어떠한 문제를 풀면서도 이미지에 대한 구상보다는 문제를 보는 순간 대입식을 생각하고 풀어나가고 그 과정이 틀린 것들은 찢어버리고는 다시 처음부터 풀어나가는 것이 일상이었던 나에게 저자는 틀린 것이라도 상관 없으니 그 문제들을 어떻게 접근 했었는지에 대한 기록을 남겨두고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직시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었다.
뒤의 문제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풀어내지는 못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서 또 다른 방법들을 제시해주는 이 책을 읽으며 이전의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학창시절에는 시험이라는 결과에 목매고 있어야 했지만 지금은 그러한 당위성 없이 쉬이 읽어내려갈 수 있기에 편하게, 그러면서도 꽤나 재밌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