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12년
솔로몬 노섭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이번에 열린책들에서 발간된 <노예 12>은 이전에 읽었던 책에 비해서 원만하게 읽어내려 갈 수 있기도 하거니와 문체 역시 이전의 것들보다는 훨씬 와 닿는 느낌이라서 주인공인 솔로먼 노섭에 이입되어 한층 심도 있게 이 책에 빠져 볼 수 있었다.

 평범한 한 가장의 남자가 있다. 그에게는 알콩달콩 하루하루를 함께하는 가족이 있었으며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자신들의 나날들을 보내기 위해서 매일을 열심히 보내고 있는, 그야말로 평범한 사람이었다.

날마다 한 번 이상 채찍질이 없이는 지나가지 않았다. 채찍질 벌은 목화의 무게를 잴 때 실시되었다. 무게를 채우지 못한 죄인은 밖으로 끌려가 옷이 벗겨진 채, 바닥에 엎드려서 그 죄에 해당하는 벌을 받았다. 동트기 전부터 잠잘 시간까지 채찍의 날카로운 소리와 노예들의 비명은 엡스의 농장에서 목화를 따는 시기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들린다는 것이, 있는 그대로의 가공하지 않은 진실이다. -본문

 혹자는 그럴 것이다. 그렇게 노예라는 신분으로 전락하기 이전에 그가 탈출하면 되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어떻게든 저항을 해서 도망을 치든, 다른 이들에게 도와 달라는 했으면 되지 않겠냐고.  하지만 그를 사람이 아닌 철저히 물건이자 돈으로 보고 있는 노예상들은 노섭은 인간이기 이전에 그들에게 부를 전해주는 자원이었으며 그리하여 그가 자유인이었던 것조차 은폐시키기 위해 그를 감금하는 것은 물론 그가 자유인이라는 진실을 입밖에 꺼내기만 하려 하면 몽둥이 찜질로 다시는 진실을 말할 수 없도록 엄포를 놓고 있었다.

 자유인을 노예로 파는 행위의 위험성과 그에 따르는 처벌은 나보다도 그가 더 잘 이해하고 있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는 자기가 저지르고 있는 범죄를 똑똑히 알고 있었고 내 입을 막을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희생이 필요한 긴박한 상황이 생긴다면, 내 목숨은 깃털만큼의 무게도 안 나갈 것이었다. 틀림없이, 그는 자기가 했던 말 그대로 할 작정이었다. –본문

 이익으로 점철된 이 모든 관계의 굴레 속에서 가장 나약한 노예들은 모든 이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인간, 아니 가축보다도 못한 삶을 살아야 했던 그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라고는 무한한 채찍질과 썩어가는 베이컨과 사료용으로나 먹는 옥수수가 전부였다. 그들에게 노예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이상 그들은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으며 주인을 위해 눈 떠 있는 모든 순간 집중해서 그들을 위해 일해야 했으며 열심히 하든 하지 않든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수고와 격려가 아닌 고된 노동과 폭력뿐이었다.

 늘 그를 둘러싸고 있던 영향력과 인맥들이 그의 눈을 가리고 있어서, 그는 노예제 밑바닥에 내재되어 있는 해악을 보지 못했다. 그는 다른 인간을 복종시키고 있는 도덕적 권리를 결코 의심하지 않았다. 자기 이전의 조상들과 똑 같은 매개체를 통해 세상을 보았기 때문에, 그들과 똑 같은 빛으로 사물을 보았다. 다른 환경, 다른 영향력 아래서 성장했다면, 그의 의식은 틀림없이 달라졌을 것이다.  본문

 종교와 노예제도가 양립하고 있던 그 때의 상황을 바라보노라면 어찌하여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이렇게 무참히 짓밟을 수 있을까, 라며 혀를 내두르게 되는데 노섭은 그 순간의 원망마저도 그들에게 돌리는 대신 당시의 시대상을 탓하고 있었다

 이미 지나간 과거이기에 조용히 덮어두기에는 너무도 끔찍했던 시간들이다. 어찌되었건 그가 다시 가족의 품 안으로 돌아왔고 당시 그를 노예로 팔아 넘겼던 이들이 초라한 모습으로 마주하게 되었으며 그에게 채찍을 퍼부었던 주인으로부터 벗어나기는 했지만 이것으로 모든 것을 종결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몇 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만연해 있는, 노예라는 이름만 사라졌을 뿐 다양한 형태로 자행되고 있는 현대판 노예들에 대한 이야기들 마주할 때면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일명 주인이라는 자들에게 당신에게 어떠한 권리가 주어졌기에 이들에게 이 참혹한 일들을 가하는지에 대해 물어야만 한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의 육체는 물론 정신까지 피폐시키는 이 만행이 더 이상은 당연시 되지 않도록, 그리고 그 누구도 타인의 삶을 이토록 자신의 것으로 군림하며 조정할 수 없다는 것이 수 많은 사람들의 입과 눈을 통해 뿌리깊게 자리 잡히길 바라는 바이다  

 

아르's 추천목록

 

『잃어버린 날들』 / 장미정

 

 

 

독서 기간 : 2014.03.10~03.12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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