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딜 수 없어지기 1초쯤 전에
무라야마 유카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알싸하다 못해 얼얼한 정도로 매운 고추를 먹고 나서 혀가 마비가 된 후 이것저것 다양한 음식들을 입에 넣어보지만 아무런 맛도 느끼지 못하는 그 멍한 상태가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의 모습이었다.

 10대들의 파릇파릇하면서도 뭔가 그들만의 풋풋한 느낌의 소설을 기대하면서 읽어내려 간 나에게 이 소설은 그 어느 파도보다도 거대했으며 그 안에서 휘청거리다가 제대로 숨도 못 쉬고 헐떡이는 와중에 겨우 뭍으로 올라온, 그야말로 녹초가 되 버린 것이다.

거울 속에서 눈에 익숙한, 하지만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눈에 익숙해지지 않는 여자가 무례하게 나를 흘끔흘끔 마주본다. 그 여자의 얼굴을 보면 나는 마지 어금니로 은박지를 꽉 깨문 듯한 기분이 든다. –본문

 모두의 눈에 모범생으로 보이는 에리는 사실 자신만이 아는 자신을 꼭꼭 감추며 살아가고 있다. 바른 생활 콤플렉스에 걸린 아이처럼, 모든 것을 통제하고 조용히 자신이 할 것만 하는 그런 평범한 소녀로 보이지만 그녀는 지금 자신의 곁에 있는 미야교를 보면서 동성인 그녀에게 마음이 흔들리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성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그녀는 금지된 선을 넘어 원조교제를 감행하게 된다.

 입 험한 친구 녀석들은 나를 두고 파도 중독자, 세상 즐기는 법을 모르는 가엾은 연습 벌레라고 놀리지만, 나는 서핑에 중독된 내 모습에 불만을 품은 일이 없다. 서핑은 내게는 한없이 자연스럽고 게다가 필수 불가결한 일이다.
 
사람들이 모두 밥을 먹고 숨을 쉬는 것과 마찬가지로

 
혹은 어떤 부류의 인간들이 살기 위해 반드시 술이나 폭력, 마약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본문

 자신이 꿈꾸던 이상향과는 다른 현실을 목도하며 자신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하며 터덜터덜 길을 걷는 도중 같은 학교의 미쓰히데를 마주하게 된다. 학교의 성적보다도 서핑에만 몰두하고 있는 그는 학교 내에서도 오는 여자는 거부하지 않는 남자로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다.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모범생 에리와 그녀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미쓰히데는, 살면서 그 누구에게도 고백할 수 없을 비밀을 함께 목도하게 되면서 그들만의 계약 관계에 접어들게 된다.

그렇게 그들이 아슬아슬한 그들만의 계약 관계를 성립해 나가는 와중에 책의 제목인 견딜수 없어지기 1초쯤 전에대한 비밀이 드러나게 된다. 이게 이런 의미였다니, 너무 달콤한 로맨스 소설을 기대하고 있던 나로서는 거의 털썩, 하면서 이 책을 어디서 펼쳐 놓고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까지 함께 해야 할 정도였다.

 어찌되었건 초, 중반까지의 고민도 중반에 들어가면서 에리의 큰 오빠의 사건이 발생되고 그와 동시에 미쓰히데의 아버지는 죽음을 향해 점점 향해 가고 있었다. 살인과 존엄사에 대한 경계에 있는 그 둘은 어디서도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들을, 그러니까 이전에는 오롯이 몸의 대화를 나누었다면 후반부에 가서야 조금씩 그들의 속내를 털어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사체 유기죄가 추가 된다 한 들 형량은 2달 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며 덤덤히 말하는 변호사를 보며 에리는 세상의 현실을 알아가게 되고 아버지의 바람에 따라 존엄사를 처리하려는 미쓰히데는 고모로부터 피도 눈물도 없는 자식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크으윽, 이건 진짜 시다.” 이 사이로 습습 숨을 들이쉬며 신음한다. “너무 시어서 위에 구멍이나겠어.”
마지막 한 조각을 꿀꺽 삼키더니 미쓰히데는 심호흡하듯 가슴을 펴고 갑판 저 멀리 수평선을 내다봤다
.
그럼 이번에는….”본문

 어린이와 어른으로 가는 과도기의 단계에 있는 그들에게 시큼한 여름 귤과 같은 느낌이 든다. 제대로 익지 않은 그들의 행보는 서툴러 하는 것마다 어긋나기도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이해하는 바이지만, 이 소설 속 그들이 가야만 했던 길을 보면서 30대인 지금의 내가 봐도 받아들이기 버거운 길을 갔어야만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 중반에는 그들의 여과 없는 이야기에 기함을 했다면 후반에 발생하는 묵직한 사건들로 앞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덮어지긴 하지만 도통 무엇을 읽어왔고 무엇을 느꼈는지에 대해서 정리가 안되고 있다. 여름 귤과 같이 시큼한 그들의 인생이 나까지 시큼하게 만들어 버린 것 같다

   

아르's 추천목록

 

『밤을 달리는 스파이들』 / 사카키 쓰카사저

   

 

독서 기간 : 2014.03.04~03.05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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