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력적인 그를 쇼핑했다 1
민재경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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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뻔한 스토리, 뻔한 결말이라며 이 소설을 칭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유부녀에 아이도 두 명이나 딸린 차미선이라는 여자 앞에 모든 것이 완벽한 심지훈이라는 남자의 등장만으로도 우리는 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 될 것이라는 것을 지레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인터넷 소설로 누적 조회수가 700만이 넘었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상상 할 수 있는 그 뻔함 뒤에 무언가가 더 있다는 것을 반증할 것이다. 뻔하지만 공감할 수 있고 뻔하지만 그 안에 우리의 이야기도 담겨 있기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나매쇼! 이 속에서 그저 깔깔거리며 웃다가 마지막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금 이 책의 내용들을 돌이켜 보게 된다

드라마와 다른 현실을 깨달으라며 소리치는 이성에 반해 완전히 거꾸로 돌아서 있는 감성의 무게가 지독히 무겁다. 내 짐 한쪽을 저 남자 어깨에 얹으면 안 되는 걸까?-본문

 사랑이구나, 라고 시작됐던 차미선의 결혼 생활에 점점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였다. 재력도 있거니와 자신을 사랑해주는 것이라 믿었던 고승찬이라는 남편, 현재의 남편이 아닌 전 남편이었던 그와의 결혼 생활은 시집살이는 물론이거니와 남편이라 믿었던 존재가 남이 되어 마마보이를 자청하고 있었으며 급기야 오롯이 홀로 남겨진 차미선을 두고서 외도까지 저지르고 있었다. 이보다 더 나락으로의 추락을 없을 것이기에 이혼을 감행한 그녀는 어린 두 딸들을 데리고선 친정 엄마인 윤여사의 집으로 향하게 된다.

 패션 감각이 뛰어나고 어떤 옷이든 소화해냈던 그녀에게 그녀의 친구인 연화의 도움으로 그는 사회로의 재개는 어느 정도 성공하게 되지만 그녀 안의 내면은 여전히 상처 받아 있었다. 물론 차미선은 그러한 것들을 모두 쇼핑으로서 발현하고 있었지만, 너무도 당당하고 그래서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철없는 된장녀로 바라봄직한 그녀의 아픈 순간들을 지켜 봐왔던 터라 그녀의 일탈이 왠지 모르게 애잔하게 다가온다.

그녀의 이러한 방황이 길어지는 동안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심리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별 다른 생각 없이, 아니 이 전의 고통스러운 기억이 오버랩 되는 순간 그녀의 눈 앞에 드리운 심지훈이라는 남자는 그녀가 있었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그야말로 완벽한 세상에 살고 있었고 첫 만남부터 짜릿하게 다가왔던 이들의 인연은 그녀의 인생에 또 다른 터닝포인트로 다가오게 된다.

 어느새 울먹울먹하는 내 곁으로 다가온 남자가 내 손을 부드럽게 감싸 잡는다. 정말이지 심지훈, 너 같은 사람이 어디 있니? 혹시 나 지금 꿈꾸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깨어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이 사람은 달콤하다. 너무너무 달콤해서 헤어날 시도조차 하지 못할 것만 같아.
그래, 나 이젠 쇼핑이 아닌 심지훈에게 중독되어버린 거야. –본문

1편이 차미선의 이야기였다면 2편은 심지훈의 이야기로 시작이 된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그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드러낼 수 있는 아픔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스스로 세상과의 단절 할 수 밖에 없는 현실들이었다. 그 누구와의 관계 형성도 불가능했던 자폐란 장애를 가지고 있던 그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그의 어머니의 죽음은 물론이고 자신을 사랑했던 형수의 안타까운 죽음까지, 그의 주변에 있던, 그러니까 지훈을 사랑했던 여자들이 자신을 떠나버리고 그 과정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그저 바라만 보아야 했던 그로서도 자신이 안고 있던 삶의 무게가 버겁게만 느껴졌을 것이다.

친엄마는 그렇게 점점 미쳐갔다. 그것은 지독하도록 나약한 영혼을 지닌 까닭이었다. 어쩌면 내가 완벽하게 닮아 있는 그런 영혼일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지만.
“차미선.

침대에 붙어 있는 이름을 외우고 그녀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눈에 담는다. 정녕 인연이 닿을 운명이라면 반드시 또 만날 수 있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본문

 그러던 그의 앞에 차미선이란 여자가 나타났다. 자신의 엄마와는 너무도 다른, 어떻게 해서든 혼자 일어나려 했던 그녀를 보면서 그는 차미선을 자신의 인생의 목표로, 그녀와 함께하는 삶을 꿈꾸며 이전과는 다르게 조금씩 전진하고 있었다.

 차미선의 이야기처럼, 그녀는 매력적인 그를 쇼핑했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 속의 심지훈을 쫓다보면 과연 이 모든 것은 그녀보다는 그에 의해서 짜인 시나리오 같이 보인다. 흐뭇한 결말에 도래하기까지 차미선의 시어머니의 횡포는 물론이거니와 그에 따라 그녀가 다시 무너지고 있고 또 지훈의 아련한 기억들까지 함께 오버랩 되며 이 모든 것들이 아프게만 느껴졌지만 어찌되었건 읽는 내내 참 마음껏 웃고 마음껏 떠들며 읽어 내려간 듯 하다. 흐뭇함만을 남기고 책을 덮을 즈음   저자의 이야기를 보면서 이 안에 담겨 있는 사회적 약자인 그들이 이토록 하나가 되는 모습에서 그저 웃음만 남기고 가기에는 꽤나 많은 것들을 담은 책이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 모두는 이 책 속의 주인공들처럼 완벽하지 않다. 완벽한 무언가를 쫓아 날아다니는 불나방과 같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 모두 다 조금씩은 부족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짚신도 제 짝이 있다는 말처럼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 편의 신데렐라 탄생 비화가 아닌 사람과 사람이 사는 모습을 보는 듯해 마음이 따스해진다. 유쾌하면서도 가볍지만은 이야기를 보면서, 나매쇼에 흠뻑 빠진 순간, 현실에서도 나매쇼가 일어나기를 바라게 된다.  

 

 

아르's 추천목록

 

클라리 세이지 / 고선미저

 

 

독서 기간 : 2014.02.26~03.0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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