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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이 책 어때? 라고 물어본다면 ‘너무 좋았어!’라고 대답하고서는 ‘너도 한 번 읽어봐’라며 책을 바로 쥐어줄 것만 같다.
이 책의 느낌에 대해 설명하자면, 소개팅 자리에 쭈뼛쭈뼛 나가서 마주하게 된 한 남자를 보면서, ‘그냥 그래’ 라는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자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그 동안 내가 찾아 헤맸던 이상형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느낌이랄까? 처음에 제목이나 표지를 보고서는 그냥 그래, 라고 생각했던 것이 책을 펼쳐 보인지 두 시간도 안되어 쉴 틈 없이 책장을 넘기고 있었으며 읽으면서 ‘맞아, 맞아’ 를 연발하며 그 어느 때보다 나를 촐싹거리게 만든, 그야말로 나를 들어다 놨다 한 책이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녀의 이름에 대한 호기심이 채 일기도 이전에 드러난 이름 속 비밀을 보면서 무언가 범상치 않은 느낌이었지만 그것이 낯설기 보다는 왠지 모르게 호감으로 다가왔다. 아마 이때부터 이 책에 대한 애정이,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그저 마음을 일게 만든다.
아름다운 사진이 가득한 책을 마주하면서도 심드렁하게 바라보게 되는 철면피가 되어 버린 나로 하여금 그녀의 그림들은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계속 보고 싶은 그런 마력을 가진 듯 하다.
그럴듯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언어적 지식이나 개념적 지식과는 상반되는 이 비논리적인 역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아마도 이 말은 “그림이란, 진실을 이야기하는 거짓말’이라는 피카소의 진술과 통할 것이다.-본문
우리가 알고 있는 정육면체는 정사각형 6개로 만드는 도형이다. 누구나 이 사실에 대해서는 다른 이견을 낼 수 없을 것이다. 수학시간에 배운 정육면체가 이러한 형태의 것이었다면 미술시간에 배우는 정육면체는 그녀가 말하는 대로 정사각형 6개의 모양이 아닌 찌그러지기도 하고 늘어지기도 한 다른 형태의 정사각형을 배우게 된다.
모두가 평범하지만 이상적인, 그러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오늘도 그렇게 웃음은 안고서는 어느 면에서 보아도 정사각형인 정육면체를 보여주기 위해, 우리는 아등바등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무엇이 진리인지에 대해 딱 부러지게 이야기 할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도 과연 그 누가 그 진리를 따라 살고 있다 말할 수 있을까. 정육면체를 그리기 위해 사각형을 찌그려야 완벽한 정육면체를 그릴 수 있듯이 우리의 삶이 완벽하기 위해서는 그 안에 행복이라는 것 이외의 다른 것들이 추가된, 무언가 조금은 일그러진 것이 또 완벽한 우리를 표현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모두 조금씩 모자란 듯 그렇게 태어난 듯 하다.

낚시대를 띄우기만 하면 월척을 낚아내는 강태공들은 그 짜릿한 손맛을 잊지 못해 다시금 낚시를 하다고들 한다.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전해지는 그 순간은 나 역시도 몇 번 경험해 보긴 했는데 가끔은 그렇게 잡은 물고기들을 다시 놓아주는 이들을 보면서 진정 낚시를 즐기시는 분이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그렇게 다시 물로 돌아갈 수 있는 물고기들에게도 참 좋은 일이겠다, 라고만 생각했다. 이렇게 그녀의 그림 속 몸부림치는 물고기를 마주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무엇이든지 오로지 나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이기적인 행태와 그러한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만 믿고 있던 나의 모습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아직도 나는 편협한 세상으로 마주하고 있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방생이라는 행위는 다분히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의 것이니 생과 사를 잇는 잠깐의 고통만 견디면 다시 숨을 쉴 수 있다고 한 들 그것이 과연 물고기에게는 행복일 수 있을가. <낚이고 싶지 않아>에서는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며 과연 나는 모두에게 행복이라는 이름 하에 얼마나 많은 아픔을 주고 있었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그저 예쁜 그림들만이 가득했다면 그 잔상은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지금 나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은 아름다운 그녀의 그림 위에 올려진 단상이 주는 잔상의 울림이니 말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때론 취미가 없어져버린 그녀의 전향을 따라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하고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물음에 한참 고민해 보기도 하고. 잠깐의 유려함이 아닌 그 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이 책을 덮은 지금도 너무나 좋다. 그래, 난 이 책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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