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하고, - 김민정 산문
김민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요 근래 읽었던 어떤 책들보다도 참 편안하게 읽은 책이다. 무언가 다른 의미를 안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면서 머리 굴리지 않아도 쉽게 다가오는 이야기들이기에 그야말로 책과의 휴식을 한 기분인데 이렇게 쉽고 편하기 읽어 내려갈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저자의 담백하면서도 담대하게, 꾸밈없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그녀만의 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예의이면서도 때로는 구태여 끄집어 내어 말하기 부끄러운 것들에 대해서, 우리 스스로 드리우고 있는 편견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이야기들을 꺼내어 놓는다. 그 당당함은 오히려 책을 마주하고 있는 나로 하여금 왜 이러한 생각들이 그 동안은 부끄러운 음지의 것들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일까, 라는 반문을 갖게 할 정도이니 아마도 그녀를 실제로 마주하게 된다면 그 화통함에 나는 되려 멋쩍일 것만 같다.

 잠깐만 실례 좀 해도 될까요, 하면 될 것을 잠깐 오줌 좀 싸고 올게요, 라고 말해버리는 게 납니다. 교양 같은 명품은 아무리 가봉해도 내 옷은 못 될 터이니 일단은 예쁜 내의라 말할 수 있게끔 잘 만나고 볼일입니다. 보일락 말락 들릴락 말락 그래서 들킬락 말락 그런 말락 내외처럼 절로 벌어지는 거리 안에서 서로에게 자유로워지고 볼 일 입니다. –본문

 그게 4개 파트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는 각 챕터마다 딱히 그 챕터에 맞춰서 나누어졌다는 것은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지막 파트인 <시적인 순간들>이 좋았다. 그녀가 책에서 발췌한 내용들을 먼저 담아 놓고 다음 페이지에 그와 관련된 일화들을 담아 놓은 것이었는데 읽다 보면 그녀가 읽었던 책들에 대한 궁금증도 생기면서 나로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화와 문학작품과의 결합이 생경하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일확천금의 로또 당첨과 같은 한번쯤은 꿈꿔 볼만한 파란한 인생을 우리 모두가 누릴 수는 없을 게다. 때론 인생에 그런 반전과 같은 나날이 있기를 꿈꾸기도 하지만 우리네 하루하루 속에는 그저 어제와 같은 오늘이, 오늘과 같은 내일이 이어지고만 있다. 때로는 지루하기도 하지만 그 평범한 일상이 있기에 우리는 무던한 시간들을 견디며 지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 평범한 나날 속에 평범한 이야기를 툭툭 던지듯 하고 있는 그녀의 문장들이 편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녀에게도 나에게도 있어왔던 나날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평범하지만 담대한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어제의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오랜만에 일기를 다시 쓰고 싶게 하는 그런 책이었다.

 

아르's 추천목록

 

Beloved / 김수린저

 

 

 

독서 기간 : 2014.02.16~02.18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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