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클럽 잔혹사
이시백 지음 / 실천문학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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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말죽거리 잔혹사도 아니고 사자클럽 잔혹사라니. 제목을 보면서 대체 이게 무엇에 관한 이야기란 말인가, 라는 궁금증으로 책에 대해 찾아보니 7080시대의 이야기란다. 21세기를 살고 요즘에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드라마들이 유행하고 있는 세태를 반영이라도 하듯 이 책은 박정희대통령 시대에서부터 그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는 지금까지, 그 시대를 살아온 이들의 살아있는 이야기였다.

  미어지다 못해 터질 듯한 버스에 오르기도 전에 날아가는 모자를 줍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온 사이 터벅터벅 모자를 줍고 나면 이미 버스는 출발해버린다. 그렇게 오늘도 늦게 도착한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의 몽둥이가 그를 기다리고 있고 마음이 가는 이에게는 제 이름으로는 차마 전할 수 없는 편지를 친구의 이름으로 보내며 그 친구와 그녀가 결국은 이어지는 것을 목도해야 하는 주인공은 그 누가 보아도 어른이 된 지금 역시도 사회에 자신을 내 놓고 있다기 보다는 여기저기에 섞여서 드러나지 않는 존재였다.

 친구들은 운동권이라며 세상의 부조리함을 외치고 있는 즈음 그는 끄나풀이 되어 그런 주변이들의 행태를 보고 하고 있다. 그렇게 의현을 보내고 전미연마저도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재회한 그지만, 영탁은 여전히 별다른 삶의 변화 없이 그저 그렇게 술에 물 탄 듯, 흐르고 있다.

 물론 학교에서 총검술만 배우는 게 아니었다. 체육대회의 종목도 바뀌었다. 1백 미터 달리기는 전시에 신속히 참호를 쌓는 연습을 위해 사냥 나르기로 바뀌었고, 공 던지기는 수류탄 던지기로 대체되었다. 관식의 말로는 전쟁이 나면 수류탄으로 야구를 한다고 했다. 스트라이크! 관식은 전쟁이 나기만 학수고대했다. –본문

 아마도 그들의 삶은 장독대에 무장공비가 빠졌던 그날부터 일그러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겨져 있는 그 아스라한 일들을 실제 겪어야만 했던 이들에게, 그 아련했던 사건들을 목도한 이들은 치유 받아야 하는 피해자들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를 일으켜 세워야만 했던 역군들이었기에 그들이 내재하고 있는 아픔 따위는 그 누구의 책임도 없이 오롯이 그들 스스로 이겨내야만 했다. 모두가 그런 시절이었다는 명분으로 말이다.

광주에 숨어든 불순분자들의 폭동을 진압한 군인들은 충무무공훈장이나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심지어 광주에서 죽은 사람들의 지문을 채취한 경찰관도 피 묻은 손가락을 닦고 잉크 칠하느라고 고생했다고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본문

 그런 그들이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는 지금, 과연 그들은 안녕한 것일까? 그 누구의 위로도 받지 못하고 그저 이겨내고 넘겨야만 했던 시간을 살았던 그들은 과연 지금 괜찮은 것일까.? 부조리를 위해 싸웠던 이들이 다시 부조리의 중심에 서려 하고 있음을, 누군가에게는 호기심이었던 일이 누군가에게는 평생 지워지 않을 상처와 복수를 꿈꾸게 하는 시간들이 뒤 엉켜 있는 지금.

 사자는 절대로 뒤에서 사냥감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그 절개 있던 이들은 과연 사자와 같이 용맹스러운 시간은 보낸 것일까. 왜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서글픔을 느끼게 되는 것인지. 이 탐탁지 않은 걸림이 잔향이라기 보다는 막힘의 느낌으로 더욱 강하게 남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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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 / 정택진저

 

 

 

독서 기간 : 2014.02.13~02.15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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