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 꿈만 꾸어도 좋다, 당장 떠나도 좋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1
정여울 지음,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당선작 외 사진 / 홍익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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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묵직하지만 어깨에 들고 다닐만한 배낭의 무게를 안고서 운동화의 바닥이 닳아 없어질 정도로 그렇게 유럽을 여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20대 초반서부터 마냥 꿈꿔온 듯 하다. ‘유럽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그 희한한 증상을 가지게 된 것은 지인들이 유럽을 다녀온 후 들려준 이야기들을 비롯하여 세상에 이런 곳이 있다니, 라는 감탄을 하며 보는 사진들마다 어찌된 영문인지 그 곳이 다 유럽에 위치해 있다는 것을 안 그 순간부터 인 듯 하다. 특히나 요새 광고에서 보여주던 내가 사랑하는 유럽 TOP10’의 시리즈로 방영되는 것들을 보노라면 갈수만 있다면 브라운관이 아닌 두 눈에 실제로 담고 싶은 욕망이 끓어 넘치게 된다.

 어찌되었건 지금 당장은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는 것들이기에 이 책으로나마 위안을 삼아보려 책을 펼쳤다.

요새 쏟아져 나오는 유럽에 관한 여행 책자들이 많아 무엇을 골라야 할지 조차 모르고 있었던 찰나, 이 책에 수록된 여행지들은 33 3천 명이 직접 선정했다는 것에서 이 책에 대한 신뢰가 갔다. 유럽을 다녀온 이들이, 한 두 명도 아닌 33만 명이라는 표본집단이 직접 선정했다니. 그 수많은 이들이 꼽은 베스트 10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과 이 곳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다녀와야겠다는 나름의 오기가 발동한 것이다.

여행은 책만 읽는 바보였던 나에게 세상의 숨결을 들을 줄 아는 따뜻한 귀를 선물해주었다고, 여행이 아니었다면, 나는 평생 동안 같은 골목마을 뱅뱅 도는 삶을 살았을 거라고. 여행이 었었다면 아무리 오래 뛰어도 그저 러닝머신 위를 죽어라 뛰는 것 같은 외눈박이 먹물 인생에 머물렀을 것이라고, 10년 동안 난데없는 역마살에 걸려 한결같이 길을 떠난 딸은, 이제 우리 동네 뒷동산조차도 찬란한 유럽처럼 황홀하게 바라보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다고. –본문

책에 대한 호기심이 이 책을 선택하게 한 이유였다면,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을 읽어 내려가면서 이 책의 선택이 탁월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해준 것은 바로 정여울작가의 문체 덕분이었다. 이전에 그녀의 책을 읽어본 적이 있었던가, 라며 뒤적거리며 찾아보았더니 <잘 있지 말아요>를 본 기억이 아스라히 떠올랐다. 그녀 특유의 소소하지만 가슴에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참 좋아했었는데 그녀의 힘은 이 책 안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나고 있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단 말인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곳들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계속해서 등장하게 된다. 특히 블레드섬 성모마리아 승천 성당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풍경화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는데 운이 좋은 날이면 이 곳에서 결혼을 하는 장면을 마주할 수도 있다고 한다. 블레드 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나룻배를 타고서야 들어갈 수 있다고 하는데 나룻배가 아니더라도 수영을 배워서라도 어떻게든 한 번은 가보고 싶은 곳이다. 할 수만 있다면 사랑하는 이와 이 곳을 함께 거닐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세상의 주인공이 바로 우리일 것만 같다는 생각과 함께 이곳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가슴 속에 고이 담아 놓았다.

 

 동화 속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포즈난의 풍등 축제를 보노라면 어디선가 어린왕자가 나타날 것만 같은 기분이다. 색색의 풍등이 담고 있을 사람들의 염원을 안고 밤 하늘을 가득 채우는 이 모습을 보노라면 사람들의 그 마음들이 하나하나 전해지는 느낌이다.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위해, 때론 나를 위해서 바람을 가득 안고 날린 이 풍등이 하늘을 메우는 동안 공허했던 하늘은 이 풍등을 품에 안으며 무엇을 또 느낄까. 15,000개의 풍등이 동시에 오르는 이 모습은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고 하는데 1년 중 단 하루만 이뤄지는 이 축제에 나도 풍등 하나를 띄워보고 싶은 바람이다.

 고등어 케밥이란 이름부터 생경한 이 음식에 대한 도전 의식은 물론이거니와 당장이라도 이 책 속에 담긴 곳들을 내 발로 뛰어들어 두 눈 안에 가득 담고 싶은 소망이 요동치고 있다.

여행은 이렇게 나만 즐기고 싶은 세상이 아니라 함께 누리고 싶은 세상을 향해서 별의별 꿈을 다 꾸게 한다. 스피노자는 기쁨의 감정을 인간이 작은 완전성에서 더욱 큰 완전성으로 이행할 때 발생하는 감정이라고 정의한다. 여행은 바로 그런 기쁨이 확장을 꿈꾸게 한다. –본문

 홀로 가는 여행이지만 절대 혼자가 아닌 그녀의 여행을 동행하다 보면 어느새 여행의 온기가 이곳까지 전해지는 느낌이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유럽의 향수만 남긴 듯 하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유럽은 꼭 한 번 가보리라. 그리하여 나만의 유럽으로 다시 만들어 내고 싶다.

 

 

 

아르's 추천목록

 

『이탈리아가 내게로 왔다』 / 김윤희저

 

  

 

독서 기간 : 2014.01.28~01.2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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