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츠, 베토벤, 분데스리가 라는 이 3 단어를 마주하면서도 대체 이것이 어떠한 공통점이 있을까? 라며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표지 상의 3단으로 나누어진 색깔을 보면서도 그저 디자인이려니, 하는 생각으로 별 감흥 없이 바라보고 있는데 이것은 그야말로 독일을 대표하는 것들이자 독일의 국기를 표지 안에 한아름 안고 있다는 것을 부재를 보고 나서야 파악하고 있었으니 ‘독일’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내가 아는 것을 거의 없는, 제로의 상태로 보아도 무관할 것이다.
그저 맥주가 유명하고 벤츠는 누구라도 타고 싶어하는 차이며 독일인들의 성격은 꼼꼼하기 그지 없기에 독일제, 하면 무엇이든 알아준다는 것 정도의 이야기는 익히 들어왔다.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 외화 벌이를 위해 우리나라의 간호사와 광부들이 파견 되었다는 사실과 이전에는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어 있던 분단 국가였지만 지금은 통일이 되었으며 얼마 전 유럽에 발발했던 유럽발 경제 위기에서도 독일은 건재하기에 오히려 부실한 EU를 탈퇴하려 하는 조짐마저 보였다고 한다. 이 몇 줄의 내용이 내가 이 책을 마주하기 전의 독일의 전부였다면 이 책 속에서 마주한 독일은 어떻게 그들이 오늘 날의 번영을 가지고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역사적인 기반은 물론이거니와 사회, 정치, 교육에 대한 전 분야에 대해서 폭 넓게 다루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선 1950년대 독일의 경제부흥을 ‘라인강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이 말은 1970~1980년대 우리나라의 고도성장을 일컫는 ‘한강의 기적’과 비유되며 자주 쓰이지만, 막상 독일 사람들은 단순히 ‘경제 기적’이라고 표현하지, ‘라인강의 기적’이라는 말을 모른다. –본문
독일에서 박사과정을 보내면서 오랜 시간 독일에서 지내왔던 저자는 그야말로 독일의 세세한 일상들에서부터 독일만의 모습을 찾아내고 있었다.
“아침 시간은 입에 황금을 물고 있다”라는 속담을 가장 좋아한다는 독일인들은 모두 아침형 인간을 추구하고 있다. 어린아이부터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두 아침 일찍 일어나 생활 하는 것이 자연스런 일상이 되어 있었는데 대학의 첫 번째 강의는 7시부터 시작이며 초등학교의 경우도 8시부터 1교시가 시작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강의는 물론이거니와 회사의 업무 시작도 대게 9시에 시작하는 것에 반하면 독일인들은 1~2시간씩은 더 빠르게 아침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그들의 근면 성실한 모습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그럴 것만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들의 교육관이야 말로 우리나라에 차용하고 싶은 것 중 하나였다.
독일의 유치원은 우리나라처럼 공부를 가르치고 학습 능력을 키워주기보다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회 적응 훈련을 하는 곳에 더 가깝다. 몇 년 전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는 로버트 풀검의 책이 선풍적 인기를 끈 적이 있는데, 독일 유치원은 정말 이 말에 꼭 들어맞는다. –본문
유치원에 입학해서부터 한글은 물론이거니와 영어를 뛰어넘어 중국어까지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우리나라의 모습과는 다르게 독일에서는 유아기에 교육보다는 예절과 정리정돈, 규칙을 엄수하는 것들에 대해 배운다고 한다. 이 시기에 철저한 그들의 교육 덕분에 아이들을 성인이 되어서도 교통 규칙을 준수하고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는 일 등의 어찌보면 작지만 그 하나하나의 습관이 규율이 될 수 있는 그들만의 룰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유치원 교사들마저도 아이들의 숙제나 책가방 챙기는 일들을 학부모들에게 도와주지 말 것을 당부한다고 하니, 어린 시절부터 그들은 혼자서 자신의 일을 해 나가는 법들을 하나씩 배우고 있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는 맥주와 함께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토론문화가 자리를 자리하면서 단순히 유흥을 위한 모임이 아닌 성장을 위한 그들의 동력이 되어 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두에게 공평한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며 등수가 아닌 그들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해주고 있는 독일의 사회를 보면서 그들의 뚜렷한 국기의 색깔만큼이나 확고한 그들만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우리가 말하는 라임강의 기적은 그들에게는 파괴되었던 생태계의 회복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들과 같은 경제의 기적이 또 다시 한강을 타고 일어날 수 있도록 독일 사회에서 좋은 점들을 차용하여 우리나라에도 전해지길 소망해보는 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