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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장미정씨가 마약 운반책이 되어 범죄자로 낙인이 찍혀 외로이 홀로 고립되었다 756일만에 자유의 몸으로, 그토록 바라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는 소식을 접하며 그 이전에는 그녀의 이야기조차 모르고 있던 내 자신이 부끄러우면서도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공포와 분노 등의 온갖 감정에 휩싸여 홀로 버티고 있는 동안 나는 이 곳에서 호위호식하며 아무것도 모르고 지낸 그 시간들이 송구하게만 느껴졌다.
이 착하고 여린 이들에게 세상은 그들만의 소소한 삶을 누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남편의 지인이었던 주진철이라는 인물에 의해서 이들의 녹록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찌되었건 함께 할 수 있던 일상이 와장창 무너지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400만원을 대가로 금강석 운송을 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였다. 단순히 짐을 옮기는 것을 도와주면 되리라고 생각했던 이 여정은 그녀를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없는 늪이 되어 버린 것이다.
10월 21일에 인천공항을 떠났고, 10월 30일에 체포되었다. 심문을 받고 교도소 입소가 확정되기까지는 겨우 사흘이 걸렸다. 그 사흘간의 시간 동안 내 삶에 더 이상의 바닥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마저도 얼마나 오만한 것이었는지를 깨닫게 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바닥’이라는 것은 늪과 같아서 빠지면 빠질수록, 헤어나오려 발버둥치면 칠수록 더 깊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도저히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고 있었다. –본문
평범한 여자에 불구한 그녀가, 그녀가 이 사건에 함께하게 된 정황은 물론 그녀의 도움으로 이 사건에 연관되어 있는 이들을 검거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던 그녀이지만 감옥에서의 그녀의 위치는 그저 범죄자일 뿐이었다. 거친 몸수색은 기본이었으며 냉혹하고도 차가운 좁은 바닥에서 그녀는 하루하루를 견뎌야만 했다. .
1년 4개월의 시간이 흘러 법원 관할 내의 보호감찰을 받으며 임시 아파트로 거처를 옮기게 되지만 한국에 있는 남편에게 금전적인 부분을 전적으로 의존해야만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기에 그녀에게는 감옥을 떠난 이곳은 또 다른 감옥이 되고 말았다.
저녁에 주는 수면제도, 문을 잠그는 소리도 없이 고요하게 하루가 지났다. 여전히 내가 할 만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고 한없이 무기력했다. 매일 저녁 들려오던 문 잠그는 소리가 없었단ㄴ 점만 빼면 교도소와 다를 것이 없었다. 위층에는 여전히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사람이 있엇고 외출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교도소에 있을 때처럼 배가 고팠다. 아니, 차라리 교도소가 나았다. 굶주리기는 해도 끼니를 거르지는 않았으니까. –본문
그래, 이것은 단지 그녀만이 겪은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어쩌다 보니 그녀가 이 사건의 대표적인 희생양이 되었지만 그녀를 이은 제 2, 제 3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장미정씨의 읽어버린 756일을 따라 쫓아가는 동안,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어야만 했을까, 라는 사실에 계속해서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 자국민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우리나라의 관계 당국은 다른 사람의 일인 냥 외면하고 있었고 프랑스 정부의 계속적인 서류 제출 요청에도 그들은 시간 내에 그 일들을 처리하지 않고 방관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가족이 이렇게 억류되어 있는 상황이었다면 이들이 이렇게 처리할 수 있었을까. 나와는 상관 없는 사람들이 아닌 나라의 녹을 먹고 있는 이들이 처리한 행태를 보노라면 그저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녀의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 책 속의 이야기가 우리나라의 처음이자 마지막 오점이길 기원해 본다. 또한 그녀의 삶에 있어서 잃어버린 2년의 시간이 그녀와 그녀의 가족에게 남은 시간 동안 보상 받고도 남을, 지금과 같은 평범한 행복이 계속되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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