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날들 - 대서양 외딴섬 감옥에서 보낸 756일간의 기록
장미정 지음 / 한권의책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장미정씨가 마약 운반책이 되어 범죄자로 낙인이 찍혀 외로이 홀로 고립되었다 756일만에 자유의 몸으로, 그토록 바라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는 소식을 접하며 그 이전에는 그녀의 이야기조차 모르고 있던 내 자신이 부끄러우면서도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공포와 분노 등의 온갖 감정에 휩싸여 홀로 버티고 있는 동안 나는 이 곳에서 호위호식하며 아무것도 모르고 지낸 그 시간들이 송구하게만 느껴졌다.

 이 착하고 여린 이들에게 세상은 그들만의 소소한 삶을 누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남편의 지인이었던 주진철이라는 인물에 의해서 이들의 녹록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찌되었건 함께 할 수 있던 일상이 와장창 무너지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400만원을 대가로 금강석 운송을 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였다. 단순히 짐을 옮기는 것을 도와주면 되리라고 생각했던 이 여정은 그녀를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없는 늪이 되어 버린 것이다.

 10 21일에 인천공항을 떠났고, 10 30일에 체포되었다. 심문을 받고 교도소 입소가 확정되기까지는 겨우 사흘이 걸렸다. 그 사흘간의 시간 동안 내 삶에 더 이상의 바닥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마저도 얼마나 오만한 것이었는지를 깨닫게 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바닥이라는 것은 늪과 같아서 빠지면 빠질수록, 헤어나오려 발버둥치면 칠수록 더 깊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도저히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고 있었다. –본문

  평범한 여자에 불구한 그녀가, 그녀가 이 사건에 함께하게 된 정황은 물론 그녀의 도움으로 이 사건에 연관되어 있는 이들을 검거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던 그녀이지만 감옥에서의 그녀의 위치는 그저 범죄자일 뿐이었다. 거친 몸수색은 기본이었으며 냉혹하고도 차가운 좁은 바닥에서 그녀는 하루하루를 견뎌야만 했다. .

 1 4개월의 시간이 흘러 법원 관할 내의 보호감찰을 받으며 임시 아파트로 거처를 옮기게 되지만 한국에 있는 남편에게 금전적인 부분을 전적으로 의존해야만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기에 그녀에게는 감옥을 떠난 이곳은 또 다른 감옥이 되고 말았다.

 저녁에 주는 수면제도, 문을 잠그는 소리도 없이 고요하게 하루가 지났다. 여전히 내가 할 만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고 한없이 무기력했다. 매일 저녁 들려오던 문 잠그는 소리가 없었단ㄴ 점만 빼면 교도소와 다를 것이 없었다. 위층에는 여전히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사람이 있엇고 외출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교도소에 있을 때처럼 배가 고팠다. 아니, 차라리 교도소가 나았다. 굶주리기는 해도 끼니를 거르지는 않았으니까. –본문

  그래, 이것은 단지 그녀만이 겪은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어쩌다 보니 그녀가 이 사건의 대표적인 희생양이 되었지만 그녀를 이은 제 2, 3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장미정씨의 읽어버린 756일을 따라 쫓아가는 동안,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어야만 했을까, 라는 사실에 계속해서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 자국민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우리나라의 관계 당국은 다른 사람의 일인 냥 외면하고 있었고 프랑스 정부의 계속적인 서류 제출 요청에도 그들은 시간 내에 그 일들을 처리하지 않고 방관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가족이 이렇게 억류되어 있는 상황이었다면 이들이 이렇게 처리할 수 있었을까. 나와는 상관 없는 사람들이 아닌 나라의 녹을 먹고 있는 이들이 처리한 행태를 보노라면 그저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녀의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 책 속의 이야기가 우리나라의 처음이자 마지막 오점이길 기원해 본다. 또한 그녀의 삶에 있어서 잃어버린 2년의 시간이 그녀와 그녀의 가족에게 남은 시간 동안 보상 받고도 남을, 지금과 같은 평범한 행복이 계속되길 바라는 바이다.

 

 

 

독서 기간 : 2014.01.22~01.24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