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그리고 우아하게 - 운명의 지도를 뛰어넘은 영국여자들
김이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이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유리 장벽과 같은 현실을 마주하면서 실망하기도 하고 좌절에 빠지기도 한다. 여자이기에 이 책 속의 여자들의 이야기들이 더욱 와 닿는 거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요새 읽었던 그 어느 책들보다도 빠르게, 그러면서도 계속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하고 때론 정말? 이라며 혼자 놀라기도 하면서 그녀들의 당찬 이야기들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어 내려갔다.

 

 

 나약한 여자이기에 안돼, 가 아닌 여자라는 이름으로 그녀들만의 한계를 규정하지 않았던 그녀들의 이야기를 쫓다 보면, 당시 사회적인 틀이나 주변의 시선들이 안겼던 것들을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았던 그녀들의 삶이 언젠가는 나의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소박하지만 대범한 꿈을 꾸며 이 책을 즐겁게 읽어 나갔다.

철의 여인이라 불리던 영국 전 총리였던 마가렛 대처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 책은 영국 여자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데, 이 책을 마주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내가 생각한 그녀의 이미지란, 철의 여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여질 정도로 무언가 강하고 대범하면서 그 어느 남자들보다도 유려하면서도 능력 있는 그녀의 모습을 생각했다.

 얼마 전에 개봉했던 영화 속 모습도 그렇고 왠지 칼같이 날카로우면서도 일 처리에 있어서는 확고한 모습의 그녀일 것만 같았는데 실제 영국에서 마가렛 대처의 행보를 쫓던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가 보면 영국에서는 냉랭함을 넘어 그녀에 대한 언급 조차도 꺼려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꽤나 많은 여성들이 롤모델로 삼는 마가렛 대처를, 그녀를 품고 살았던 영국에서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라는 생각에 페이지를 계속 넘기다 보면 내가 상상했던 마가렛 대처와 그녀가 펼쳐왔던 행보는 엄청난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행보를 쫓다 보면 영국인들이 그녀를 가르켜 문제를 많이 일으킨 차갑고 별난 여자였다는 평가가 절로 이해가 되고 있었다.

  일과 가정에서 모두 성공한 워킹맘 대처는 세상에 부러울 것도 아쉬울 것도 없었다. 그녀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실업자, 싱글맘들의 심정을 헤어릴 수 없었고,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여 생활하는 예술가, 비판적인 지식인을 노골적으로 혐오했다. 낙후된 경기장에서 축구 경기를 보다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는 노동자들을 폭도로 몰았고 파업을 벌이는 노조를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본문

 개인적으로 고등학생 때 문학 수업 시간에 들었던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에 관한 조명이 이 책 속에서 가장 기다려 지는 부분이었는데 나약한 정신병 환자가 훌륭한 남편과 결혼해 잘 살다 우울증으로 도져 자살했다라는 식의 평가가 그녀가 세상을 떠난 전기와 평론집의 대부분의 평이라는 것을 듣고서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었다.

 물론 그녀가 어린 시절 강압적인 아버지의 틀에서 그녀가 원하던 길로 나아갈 수 없었고 무엇보다도 그녀의 오빠로부터 당했던 성폭력에 대한 기억은 그녀의 삶에 있어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한 여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파멸의 길로 걷게 만드는 그 일을 통해서 그녀가 남자에 대한 마음을 열지 못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문학적으로 추앙 받아 맞이 않는 수 많은 책들을 발간하지 않았는가. 섹슈얼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해서 스스로의 방어막으로 드러난 그녀의 글쓰기 재능은 그녀를 세상으로 다시 나오게 하는 구심점이 되었으며 특히나 이 책 속에서는 그녀의 이 글쓰기 재능이 헌신적인 남편의 역할로 인한, 그의 몫을 그렇게 크게 보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는 이야기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가능하다. 버지니아는 당시 런던 최고의 명망가 출신이었고, 유산도 많이 물려받아 경제적으로도 넉넉했다. 반면 레너드는 모아 놓은 돈도 별로 없는 유태인이었다. 지금도 가문과 계급이 중요한 영국사회에서 유태인이라는 혈통은 결혼에 별로 유리한 조건이 아니었다. 레너드가 버지니아와 결혼하면 식민지 관료로 낯선 나라에서 고생하는 공무원 생활을 벗어나 경제적 문화적 혜택을 누리며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었기에 세속적 관점에서는 버지니아가 손해 보는 결혼 일 수도 있다. 본문

 마지막 장에 가서는 도린 로렌스라는 여성을 마주할 수 있게 되는데 사실 이 책 속에서 그녀를 마주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올림픽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라고 불리는 봉화 운송에 참석한 그녀는 평범한 흑인 여성일지는 모르지만 인종차별주의에게 살해당한 아들의 어머니로서 이곳에 참석한 것이라고 한다.

 당시 영국에는 여전히 인종차별이 판이하게 퍼져있었고 특히나 그녀가 있었던 런던 동부와 남부는 치안도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다고 한다. 줄어들지 않는 범죄율 속에서 수 많은 흑인들이 범죄자처럼 처우 받는 그 순간에도 로렌스는 인종차별주의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었지만 그의 큰 아들은 바로 그 인종차별주의에게 무참이 살해당하게 된 것이다.

그날 이후, 한 아이를 잃은 어머니였던 그녀는, 지리하리 만큼 어둡고 긴 싸움에 자신의 남은 인생을 바치게 된다.

 만일 개인적 원한을 풀 목적이었다면, 그녀는 20년 가가까이 힘겨운 투쟁을 지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의 노력으로 인종차별금지법이 수정되고 영국 사회 전체가 인종 문제의 폐해와 심각성에 눈을 떳다. 도린 로렌스는 다른 인종차별 피해자들을 계속 지원했고, 영국 사회를 바꾸는 희망의 아이콘이 되었다. -본문

 여자라는 공톰점에 끌려 그녀들의 이야기에 먼저 끌렸다면 책장을 넘기면서 그녀들의 찬란했던 삶 속에 함께 몸과 마음 모두를 빼앗기게 된다. 화려할 것만 같았던 그녀들이 삶 속에도 여전히 고난과 넘기 힘든 현실들이 있었으며 그 현실 앞에서 주저 하는 것이 아닌 다시 계속해서 이전처럼 발걸음을 옮기고 마침내 이 책 안에 자리한 그녀들을 보면서 축 쳐져 있던 어깨에 힘을 받는 느낌이다. 치열했지만 우아하게 그 날들을 살았던 그녀들처럼 나의 내일도 그렇게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따스하면서도 훈훈한 그녀들의 이야기를 덮었다.

 

 

  

 

아르's 추천목록

 

『여자, 철의 여인들 처럼』 / 김병완저

 

 

 

독서 기간 : 2014.01.27~01.29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