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움직이는 법 - 전 로비스트가 알려주는 설득의 숨은 비밀
폴커 키츠 지음, 장혜경 옮김 / 예담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로비스트라는 단어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개그콘서트의 한 모습이 떠올랐다. 엄청난 금액이 오가는 그 긴박한 현장 속에서 장난스런 농담으로 가격을 뚝 떨어트리며 협상에 성공한 로비스트인 그녀들은 춤을 추고 그리하여 타결된 모습을 보노라면 물론 실제 그들의 모습이 이렇지는 않을 테지만, 무언가 엄청난 일을 해내는 해결사와 같은 모습을 자연히 상상하게 된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서 네모난 가방을 들고 있는 그들이 나타나면 자연스레 모든 것들이 술술 풀릴 것만 같은 로비스트의 이름 뒤에는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사람이며, 그들 또한 협상을 하는데 있어 늘 쉽지 많은 안다는 고백이 이 안에 담겨 있었다.

 진짜 로비스트의 삶은 드라마틱한 배경음악과 몰래 카메라를 동원한 프로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진짜 로비스트의 삶은 지극히 평범한 우리의 일상에 훨씬 더 가깝다.

 비밀에 싸인 이 일에 대해 당신만의 그림을 그려보자. 당신 안에 숨어 있는 그 에 대해. –본문

 

 협상이라는 것은 상대와 나와의 의견을 조율하여 하나의 결론으로 다다르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나 쉽게 말하면 조율이라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내 의견을 조금 더 관철 시킬 수 있느냐의 싸움이다. 고로 그 자리에 있는 당사자들은 서로 자신의 주장만을 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만 하기 급급하며 그리하여 협상 테이블은 말 그대로 테이블을 넘어 전쟁터를 아우르는 현장이 되고 만다. 문제는 각자 방음벽에 쌓인 유리의 성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만 내고 있다는 것으로 좀처럼 이 둘 간의 간극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를 내 편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목소리가 큰 사람이 승자라는 우스갯소리처럼 막무가내 식이 아니라 협상의 전문가인 로비스트들이라면 좀 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하여 상대를 설득할 것이라고 믿게 된다. 그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진리이자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생각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는 우리는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 스스로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니 말이다.

 자신과 직접 관련이 없는 주제인 경우 나머지 다른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그중에서도 애정은 거의 항상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의식적 사고를 차단할 수 있다. 하지만 감정은 절대로 차단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에겐 의식적 사고와 전혀 상관이 없는 입장들이 많다. 설사 자신의 입장이 의견이라 부른다 해도, 그런 입장을 취하게 된 것이 하나의 논리 때문인 것은 절대 아니다. 이것이 의견의 장점이다. –본문

 객관적인 지표를 근간은 협상을 하는데 있어서 최소한의 준비를 위한 단계였다면 어찌되었건 어떠한 선택을 하는 것은 바로 사람이 하는 것이다. 여러 매장을 돌아다니며 이런 저런 옷이나 장신구를 쇼핑하러 다니면서 비슷한 디자인과 가격대라면 우리는 그 매장들 중에 세심한 배려에 마음이 끌려 지갑을 여는 경우가 있다. 이를 테면 사려는 옷이 잘 어울린다는 칭찬보다는 머리가 예쁘다는 칭찬이라든지, 대수롭지 않은 말 한마디가 때론 우리의 구매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보면 과연 우리는 스스로 합리적인 사람들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렇듯 우리는 개인의 호감이 아닌 객관성이 중요한 세상을 이상으로 꼽는다.
하지만 세상은 객관성이 아니라 생명체가, 인간이 사는 곳이다. 인간은 객관적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작동한다. 인간에겐 감정과 욕망이 있다. 그것을 무시하는 사람은 절대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원하는 바를 충족시킬 수 없다.

결국 간단한 규칙이 통한다.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당신을 돕는다. –본문

 휴리스틱-체계적 모델이라는 논리처럼 우리는 정확한 판단을 하기 위해 수 많은 데이터를 종합하여 판단하고 있다고 믿고는 있지만, 실상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스스로는 이 모든 것들을 과학적인 논리에 의거하여 판단하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실상 우리의 뇌는 지극히 편한 방법을 스스로 합리적이라 세뇌시키고 있는 것이다.

 객관적인 지표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다분히 감성적인 부분에 의해서 우리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때론 책을 읽는 내내 조삼모사와 같은 우리 모습에 맥이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고 돌이켜 보면 그 누구도 타당한 것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 달가워하는 이가 없다는 점에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그럴 싸한 포장지로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올바른비판은 세상에 없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불편하면서도 받아들 일 수 밖에 없는 진실이라는 점에서, 로비스트들은 객관적이고 냉철한 인물이 아닌, 어떻게 하면 사람의 마음을 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매 순간 고민하는 그들이 내가 알던 로비스트보다 더 위대하게만 느껴졌다.

 나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 화려한 프레젠테이션이 아닌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라는 이야기를 보며, 누구든 로비스트가 될 수 있는 비법을 전수 받은 셈이다.

 

 

아르's 추천목록

 

『관계의 비밀』 / 레오 마르틴저

 

 

독서 기간 : 2014.01.02~01.0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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