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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모두 가진 자라면 그 무엇이 두려울까. 내 말이 곧 법이고 내 말에 따라 모든 것이 이뤄질 지어니 그 누구의 이야기도 들리지 않고 오롯이 내가 원하는 대로만, 마치 마법의 막대기를 얻은 듯 모든 것을 내 손 안에 호령하게 될 것이다.
그저 상상만으로도 지긋한 웃음이 절로 일어나는 이 달콤한 바람이 현실이 된다면 어떠할까.
상상이 아닌 이 모든 것이 현실이 되었던 시절이 있었으니, 한때를 호령했던 당태종을 이 책 안에서 만나보았다.
황제라는 즉위를 안고 오른 당태종. 물론 그 자리를 차지 하기까지는 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피바람이 몰아치는 순간을 지나 새로운 세상의 집권에 앉은 그를 보노라면 그 광기 어린 듯한 권력에 대한 욕망을 가졌던 이와는 또 다른 사람인 듯한 모습이었다.
방현령은 "창업이 더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나 위징은 "수성이 더 어렵다"고 반박했다. 창업은 난세에 백성의 지지를 얻는 일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수성은 군주가 창업 이후 교만하고 방자해져 백성과 괴리되기 십상이므로 더 힘들다는게 논지였다. -본문
세상을 자신의 발 아래 두고 있는 그 느낌은 어떠한 것일까. 오로지 자신 뿐이라는 우월감에 빠져있을 법도 하지만 태종은 '그 이후'에 더욱 자신을 채근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세민은 당시 황제의 오를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 그의 위로는 이미 태자였던 이건성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이연은 이건성을 자신의 뒤를 이어 보위를 이어가게 할 참이었다. 이미 정해져 있는 틀 안에서 이세민은 계속해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고 그리하여 결국 그는 당의 태종으로 자리하게 된다. 1장에서는 그가 생사를 걸며 새로운 나라를 진두지휘하기까지의 모습들이 그려지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유심히 본 부분은 1장을 넘어서 이세민이 당 태종으로서 나라를 다스리기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였는데 그저 반란과 같이 세상을 자신을 것으로 만든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스치고 있을 즈음 2장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을 가히 세상을 제 것으로 만들 만한 재목이란 이런 것을 두고 말하는 구나, 라는 깊은 상념에 빠지게 한다.
세상을 향한 모든 눈과 귀를 열어 인재를 끌어 모았다는 당태종은 이건성의 참모였던 위징을 자신의 사람으로 등용하게 된다. 이건성의 참모였다는 것은 지금의 자신의 자리를 꿰차기 위해 서로 상대편에 있던 사람이었다. 때로는 당태종의 목을 죄는 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당태종은 위징을 기꺼이 자신의 품에 안게 된다.
<춘추좌전>에 말하기를 '인재를 천거할 때 안으로는 친척을 피하지 않고, 밖으로는 원수를 피하지 않는다'고 했소. 실로 현능한 인재라면 친척과 원수도 피하지 말고 천거하면 되오. 가히 탁용할 만한 인재라면 설령 자신의 자식이나 원수일지라도 천거할 수밖에 없는 것이오. -본문
주변 이들을 눈을 생각해서, 보여주기 위한 그저 정치적인 활동이 아닌 그는 진정으로 자신이 세운 나라에 애정이 가득한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자가 스스로 머리를 굽히고 자신의 오롯이 천하의 유일 무위한 존재가 아닌 이 모든 것이 백성을 통해서 얻은 것임을 알고 있기에 그는 오히려 그 곳에서 더욱 자신을 낮추고 있었다.
천하는 넓고 사람이 많아 온갖 일이 끊임없이 일어나오. 반드시 임기응변으로 일을 처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소. 어찌 하루에 처리하는 나라의 수만 가지 대사를 한 사람의 생각만으로 처리할 수 있겠소? 하루에 열 건의 일을 결단할 경우 절반가량은 사안의 핵심과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소. -본문
지금 우리가 원하는 이 시대의 리더가 바로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가장 높은 곳에서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그를 그 자리에 있게 해주고 기반이 된 국민들을 먼저 생각해주는 바로 그런 리더 말이다. 귀를 닫고 눈을 닫고 자기 자신만의 판단을 기반으로 국정을 움직이는 것이 아닌, 소통을 통해 모든 이들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그런 리더를 이 책을 읽으며, 태종을 통해서 계속 바라보았다.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지만 인간은 익어갈 수록 점점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되나 보다. 그것이 권력이든 재력이든 무엇이든 힘을 얻는 순간 그 모든 것들이 초심을 잃게 되는 듯 하다.
시작할 때의 그 마음가짐을 가지고 자신을 지위를 가슴 속에 내려 놓은 후 함께 이 세상을 만들어간다는 생각과 그 자리에 있는 자신이 완벽해서가 아닌 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것임을 아는 순간, 모두를 위한 태평성대가 오지 않을까.
정관정요을 읽어가는 동안 광장에서 촛불시위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에 울컥하는 것은 나 혼자만의 문제일까. 이 책 속의 당태종이 그리워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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